[문제 1]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사람은 누구나 타인들과는 다른 내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내면의 모습은 타고난 외모와 기질, 성격과 욕망, 다양한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내면에 대한 자기 인식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거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 때, 또는 자신의 내면을 타인의 내면에 투영해 보지 못할 때 삶은 성장을 멈추고 불화와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참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문학의 정신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나) 문학 작품은 다양한 인물이 보여 주는 갈등을 통해 개개인에게 구현되는 공동체의 정치 이념이나 경제 체제, 관습과 제도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나 모순을 보여 주며, 과연 그러한 삶이나 공동체가 참다운 것인지 질문한다. 이처럼 문학은 공동체의 지배적인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그 가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때로는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지만 참다운 삶의 조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고 마침내는 다양한 논의를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학은 과거로부터 이어 온 문화적 정체성과 참다운 삶에 대한 성찰과 소통의 과정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케 함으로써 공동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 한 줄의 시(詩)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詩人)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김광규, 묘비명(墓碑銘)

[문제 1-1]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문학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가)와 (나)의 내용을 통합하여 쓰시오. (200자 내외) (40점)

[문제 1-2]

[문제 1-1]에서 이해한 문학의 가치가 (다)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설명하시오. (300자 내외) (60점)

[문제 2]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靑山)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山)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人家)를 내려다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중략>

생목(生木)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 이기철, 청산행

(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데, 이 목적은 각기 고유한 기능을 잘 발휘할 때 달성된다고 보았다. 동물의 기능은 감각과 욕구에 있으므로 감각적인 욕구를 충족할 때 동물의 목적이 달성된다. 사람은 동물의 기능과 더불어 정신의 이성적 활동이라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바로 이 이성적 활동을 잘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사람의 이성적 활동은 그 활동에 알맞은 행위 규범, 즉 덕을 가지고 수행할 때 더 잘할 수 있다.

(다) 손님이 나에게 말했다. “어제 저녁 한 사내가 몽둥이로 개를 쳐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몹시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개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어제 어떤 사람이 화로에다 이를 던져 태워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는 이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손님이 놀라서 물었다. “이는 하찮은 미물이 아닙니까? 나는 개처럼 큰 생물을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말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니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니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무릇 생명이 있는 존재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소, 말, 돼지, 염소, 곤충, 개미, 땅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이 같은 법입니다. 어찌 꼭 큰 생물만이 죽음을 싫어하고 작은 생물은 그렇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 이규보, 슬견설(蝨犬說)

(라)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였다. 이를 자연 탐구에 적용할 때, 인식 주체인 인간은 자연을 대상화하여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데카르트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사유하는 주관으로서의 ‘생각하는 나’이다. 따라서 인간 외부의 자연은 ‘생각하는 나’를 통해서만 그 실재성을 부여받는다. 근대 경험론자인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하면서 인류의 물질적 혜택과 복지를 위하여 자연을 정복하는 데에 있어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간이 이성과 경험적 관찰을 통해 자연을 정복하고 활용함에 따라 과학과 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했다.

(마) 고통은 사람에게나 다른 동물에게나 똑같이 윤리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손해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을 동물의 권리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동물을 음식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북극권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누이트는 동물을 먹지 않으면 굶어서 죽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이라는 이익이 동물의 손해를 능가한다고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식단을 옹호할 수 없다. 산업화된 사회의 시민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서도 풍부한 영양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축 산업은 운송 산업 전체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동물의 고기는 그 맛 때문에 먹는 사치품이다. 산업사회에서 육식이 옳은지를 판단하려면 상대적으로 작은 인간의 이익과 먹혀지는 동물의 생명과 복지가 정말 균형을 이루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육식 반대는 대량생산을 위해 동물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때 최고조에 이른다.

- 피터 싱어, 실천윤리학 中

[문제 2-1]

(가) ~ (라)를 두 입장으로 나누어 차이점을 중심으로 서술하시오. (200자 내외) (40점)

[문제 2-2]

[문제 2-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택하여 (마)에 나타난 견해를 평가하시오. (300자 내외) (60점)

[문제 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예술이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특정 예술 작품에서만 감성적 자극을 받기보다는 항상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 자체에서 감성적 자극을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순수 예술은 일상적 삶과 반복적 재생산을 무시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은 삶과 유리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상과 항상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대중 예술이 결코 천박하거나 저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의 심미적 기능성을 확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팝아트는 대중에게 친숙한 대중문화의 상징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앤디 워홀은 상업성을 공공연히 표방하며 스스로를 사업 미술가라고 하였고,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이라 불렀다. 그는 실크스크린 등 복제생산이 가능한 기법을 활용하고 콜라, 통조림, 영화배우, 가수처럼 일상적인 것을 예술품으로 만들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무엇이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 조광제,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 中(일부 수정)

(나) 예술 작품은 원칙적으로 언제나 복제가 가능했다. 도제들은 예술적 수련을 위해 복제를 하였고, 대가들은 작품의 보급을 위해 복제를 하였으며, 제3자는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복제를 하였다. 그러나 기술적 복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석판 인쇄의 등장과 함께 복제 기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는 판화술로 이어졌으며, 다시 사진술의 영상 복제 기술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1900년 이후에는 전래적인 예술 작품 전체를 복제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복제라 하더라도 한 가지 요소가 빠져 있다. 시간과 공간에서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 즉 일회적 현존성이다.

결국 대중화된 예술은 일종의 ‘문화 산업’일 뿐이다. 현대 예술은 자본에 종속되어 문화 산업이 됨에 따라 획일화되었다. 예술 작품을 체험하는 사람은 그것이 자기만의 고유한 체험이라고 느끼지만 그것은 진정한 개성적 체험이 아니다.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감상자에게 고유한 체험이 아니라 기술 시대의 복제품처럼 표준화된 소비 양식일 뿐이다.

- 발터 벤야민,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 中(일부 수정)

(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발전시키고 순화하는 데에 이바지해야 한다. 예술은 자기 고유의 형식을 통해 영혼과 교감하는 언어요, 또한 영혼이 이 형식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나날의 양식이다. 영혼과 예술은 서로 소통하며 상호 완성을 한다. 영혼이 물질주의적인 세계관과 불신 등에 의해 마비되고 게을러지는 시대에 예술은 목적 없이 오직 예술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견해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예술과 영혼의 유대는 반쯤 마비된다. 그러나 그것은 곧 보복을 받는다. 왜냐하면, 예술가와 관람자는 더는 서로 이해를 나누지 못하고, 관람자는 예술가에게 등을 돌리거나 예술가를 마치 표면적인 능숙함과 재능 때문에 경탄하게 되는 마술사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예술 작품은 진정한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다. 예술과 관람자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관람자의 영혼이 자신의 예술 체험을 특별하게 느낄 때 관람자의 영혼은 고유한 현존성을 획득한다. 이를 통해 결국 관람자의 영혼이 고양되며 모든 속박에서부터 자유롭게 된다.

-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中(일부 수정)

[문제 3-1]

(가)와 (나)의 견해 차이를 서술하시오.(200자 내외) (40점)

[문제 3-2]

(다)를 활용하여 [문제 3-1]의 두 견해 중 하나를 비판하시오.(300자 내외) (60점)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문제 1]

1. 출제 의도

(가)~(다)는 고등학교 문학 영역의 성취 기준 가운데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문학이 가지는 가치와 관련된 글이다. (가)와 (나)는 문학이 인간의 삶과 가지는 관계를 바탕으로 문학의 가치와 효용에 대해 설명한 글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가져온 것이고, (다)는 (가)와 (나)에서 설명한 내용이 잘 구현된 시로 EBS 수능교재에서 가져온 것이다.

[문제 1-1]은 자아 성찰의 측면에서 문학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는 글 (가)와 사회적 문제의식의 측면에서 문학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는 글 (나)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 두 가지 가치들이 서로 어떤 관련을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문제 1-2]는 [문제 1-1]에서 이해한 내용들이 실제 문학 작품 속에서 구현되어 있는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적용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론적으로 학습된 내용을 실제 작품에 응용하여 이해하는 능력이 평가 대상이다.

2. 문항 해설

[문제 1-1]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따르면 문학이 인간의 삶과 관련되는 영역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문학을 통한 자아 성찰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가)는 전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인데, 자신의 내면에 대한 자기 성찰이 문학의 시작이자 마무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후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글로, 문학이 공동체의 지배적인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때의 지배적 가치란 정치 이념, 경제 체제, 관습, 제도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며, 문학은 이러한 가치들이 지닌 한계나 모순을 드러내고 구성원들과 이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를 통합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문제의식 공유는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문제의식으로부터 자아성찰이 발현되기도 하고 이러한 자아성찰의 결과가 다시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우선 (가)와 (나)를 논리적으로 정확히 구분하되 거기서 더 나아가 이 두 가지가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인식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문제 1-2]

이 문제는 (가)와 (나)를 읽고 이해한 내용이 실제 문학 작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 양상을 확인해 보도록 하는 문제이다. [문제 1-1]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의 자아성찰과 사회적 문제의식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이 별개로 반영되는 작품보다는 한 작품 안에서 이 두 측면이 상호 관련성을 가지면서 일정하게 혼재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다)에 제시된 김광규 시인의 ‘묘비명(墓碑銘)’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작품 속에서 내적 성찰이 구현된 부분과 사회적 문제의 구현된 부분을 각각 확인하되 그러한 내용들이 독립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되면서 한 편의 시로 형상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여야 한다.

우선 이 작품을 통해서 학생들이 파악하고 설명해야 하는 내용은, 내적 성찰과 사회적 문제의식이 구현된 부분을 시 속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한 줄의 시나 한 권의 소설도 읽지 않고 한 평생 세속적 영달만을 추구한 인물이 남긴 ‘훌륭한’ 묘비명을 통해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중시되는 현대 사회의 세태를 풍자한 점에서 사회적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시적 자아로서의 시인(詩人)이 역사가와 시인의 역할에 대해 반성적 의문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아 성찰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이러한 자아 성찰이 ‘훌륭한 비석’이라는 풍자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인 동시에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고 극복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데에까지 시인의 정신이 확대될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3. 채점 기준

1) 공고 시 제시된 일반 기준

2) 문항별 배점

[문제 1-1]

[문제 1-2]

3) 채점 기준

[문제 1-1]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문학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가)와 (나)의 내용을 통합하여 쓰시오.

● 이해력(15)

● 논증력(15)

● 표현력(5)

● 창의력(5)

[문제 1-2]

[문제 1-1]에서 이해한 문학의 가치가 (다)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설명하시오.

● 이해력(20)

● 논증력(30)

● 표현력(5)

● 창의력(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