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1] [다]의 ㉡을 바탕으로 하여 [가]의 ㉠에서 말하는 “체험”이 어떤 것인지 밝히고, [가]의 주인공의 내적 변화 과정을 [나]의 시적 화자의 그것과 비교하여 설명해 보시오. (700±50자)

[가]

 그런 이유로, 나는 푸시맨*이 되었다. 좋은 점은 전철을 공짜로 탄다는 것, 팔 힘이 세진다는 것, 게다가 다른 알바에 전혀 지장을 안 준다는 거야. 이를테면 여기 일을 마친 다음 슬슬 역에 나가 ‘한 딱가리’하면 그만이란 거지. 깔끔해. 공사 소속이니 지불 확실하지, 운동이 되니 밥맛도 좋아, 그러니 잠 잘 자고 주유소 일도 계속 하고…. 코치 형의 코치가 쉬지 않고 이어진 것도 까닭은 까닭이었지만 - 다른 무엇보다 이유는 삼천 원이었다. 요는 짧고 굵게 번다, 이거군요. 그런가?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까 모르겠군. 코치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히 그런 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산수(算數)다. 웃건 말건, 세상엔 그런 산수를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있게 마련이다.(중략)

 아침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일이 점점 하나의 스트레스로 변해갔다. 가까스로 문이 닫기면, 으레 유리창에 밀착된 누군가의 얼굴과 대면하기 일쑤였다. 이런 풍선을 봤나, 터질 듯 짓눌린 볼과 입술을, 또 납작해진 돼지코를 보고 처음엔 배를 잡고 웃었지만, 날이 갈수록 웃음은 사라져갔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인류의 얼굴을 말해보란 얘기야. 화성이 누군가로부터 그런 추궁을 받는다면 나는 적잖이 고통스러울 것만 같았다. 다른 행성의 존재에게 알려주기엔, 인류의 몽따주는 얼마나 슬픈 것인가.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파아, 하아. 그래 전절만 다녀라, 은하철도 같은 건 아예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지금 이대로의, 인류라면 말이다.

 결국 또 한칸 신참에게 자리가 미려, 나는 여덟 번째 승강구를 맡게 되었다. <8>. 노란색으로 박혀 있는 양각의 숫자를 내려다보다, 나는 문득 <나의 산수>를 떠올렸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얼핏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 산수란 말 그대로 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었다. 유난히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 무겁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파아, 하아. 그리고 여전히 열차가 들어오고,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튕겨나왔는데, 그런가 했는데

 아버지였다.

 뭐랄까, 일이 끝나면 -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근처의 화단으로 가 꽃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아버지… 그런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신설역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를, 마치 처음 여자의 몸을 밀 때처럼, 그래서 잘, 못 밀고, 그래도 좀 밀었는데, 잘, 안 들어가고, 그랬다. 열차의 문이 닫혔다. 파아, 하아. 상체를 구부려 무릎에 손을 얹고, 나는 제법 숨을 몰아쉬었다. 파아, 하아. 어색한 표정으로 아버지는 어색해진 넥타이를 고쳐매고 서 계셨다. ㉠그리고 잠깐, 넥타이를 맬 만큼의 짧은 시간이 - 그러나 절대 풀리지 않을 매듭으로, 우리 둘 사이를 엮으며 지나갔다. 그것은 무척 이상한 체험이었다. 매듭의 바깥은 더없이 소란스러운데 아버지와 나 사이엔 우주의 고요, 같은 것이 고여드는 기분이었다. 고요 속에서, 그러나 눈을 못 마주치는 우리의 결계를 넘어, 또다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고등학교 문학』

* 푸시맨 :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나]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희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살아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 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덧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 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고등학교 문학』

[다]

 ㉡문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가치 있는 체험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이다. 이 정의에는 문학이 언어 예술이라는 특징, 가치 있는 체험을 다룬다는 특징, 문학적 표현으로 그것을 형상화한다는 특징이 포함되어 있다. 문학은 상상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다룸으로써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수준 높게 끌어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참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문학 작품을 가까이에 두고 문학 작품 감상을 생활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등학교 국어』

[문항 2] [나]를 활용하여 [가]의 사례를 분석하고 [가]의 상황을 [다]의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논술하시오. (700±50자)

[가]

 현재 법정 최저 임금의 80%를 받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중 일부가 오히려 월급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청원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이 월급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2012년부터 아파트 경비원과 청원 경찰 등 감시 단속 노동자들도 최저 임금이 적용되어 100%를 받게 되었다. 임금이 인상된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인데 이들의 속내는 그리 달갑지 않다. 임금 인상을 이유로 고용주들이 대거 해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은 해고되는 것보다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이 낫다며 입주자들에게 월급 인상 반대 서명을 받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경제』

[나]

 정보 격차는 정보의 소유와 접근 정도에 따라 계층 간의 격차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정보 격차로 인한 학업 성취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하여 저소득층 학생에게 컴퓨터와 통신비를 제공하는 정보화 지원 사업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이 생겨났고 그들의 학업 성취도 수준이 오히려 낮아졌다. 이처럼 사회적 행위의 동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산출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고등학교 사회』

[다]

 결과론적 윤리는 한 행위의 옳고 그름이 그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에 의존하며, 올바른 행위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결과론적 윤리에서는 행위의 가치가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도덕적 문제 상황은 다양하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도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위 자체는 어떤 본질적 가치를 가지지 않으며, 단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뿐이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문항 1]

■ 출제 의도

 이 문항은 작가가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작품에 표현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하여 출제하였다.

■ 문항 해설

 제시문 [가]는 박민규의 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의 일부이다. 작가는 [가]에서 각박한 현실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경박하고 속물적인 가치관과 태도를 지녔던 주인공이 특별한 체험을 통해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시문 [나]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이다. 이 시에서 작가는 사회적으로 퇴락한 상황에 처해 절망적 심정에 빠진 화자가 일련의 내적 성찰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 의지를 회복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시문 [다]의 ㉡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가치 있는 체험을 언어로 형상화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임을 말한다.

 제시문 [가]의 ㉠은 푸시맨인 소설의 주인공이 기차간에서 튕겨져 나오는 아버지를 보면서 순간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그를 통해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 나가는 특별한 체험을 형상화하고 있다.

제시문 [가]의 주인공은 돈이 가장 중요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조롱했던, 무지 내지 어리석음의 상태에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과 세계의 긍정적 모습을 생각할 수 있는 내면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반면, 제시문 [나]는 삶의 의지가 소진된 고립감에 빠져있던 화자가 자신의 불행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전환함으로써 내면의 자존과 삶의 의지를 회복하게 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 평가 기준

① 제시문 [다]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력, 논리력, 분석력]

② 제시문 [다]를 통해 제시문 [가]의 ㉠을 설명하고 있는가? [이해력, 분석력, 추론력]

③ 제시문 [가]의 주인공의 내적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는가? [이해력, 분석력, 추론력]

④ 제시문 [나]의 시적 화자의 내적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는가? [이해력, 분석력, 추론력]

⑤ 어문규정, 원고 분량 등을 지키고 있는가? [구성력, 표현력]

■ 평가 항목

[문항 2]

■ 출제 의도

 최저 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최저 임금제의 시행으로 인해 최저 임금액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이 최저 임금액 이상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저임금 해소로 임금 격차가 완화되고 소득 분배 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시행되는 목적과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문제는 제시문 [가]에서 최저 임금액 상승에 대해 일부 근로자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제시문 [나]를 통해 최저 임금액 상승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어떤 의도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하는지 묻고자 한다. 최저 임금액 상승 이후 계속적으로 고용되는 근로자들은 이전보다 임금이 상승하여 최저 임금제가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는 반면, 최저 임금액의 상승으로 노동 수요가 줄어들어 일부 근로자가 해고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또한 제시문 [다]를 통해 결과론적 윤리의 관점에서 최저 임금을 올리는 사회적 행위를 평가하는 것과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설명하도록 했다. 특히 사회적 행위의 의도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혼재되어 나타날 때 결과론적 윤리의 관점으로 이를 평가하려고 한다면 대표적인 결과론적 윤리 이론인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도록 했다. 즉, 최저 임금액 상승 이후, 사회 전체의 행복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면 최저 임금액 상승은 좋은 행위이고 반대로 사회 전체의 행복이 이전보다 더 작아진다면 최저 임금액 상승은 나쁜 행위라는 것을 설명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리주의에 근거하여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이 좋은 행위라고 평가가 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해고되는 근로자들을 포함하여 일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 문제는 수험생들의 현상에 대한 이해력과 논리적인 추론의 능력, 그리고 체계적인 사고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 문항 해설

 제시문 [가]는 최저 임금액 상승으로 인해 의도한 결과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나]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행한 사회적 행위로 인해 의도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결과론적 윤리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위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평가 기준

① 제시문 [가]를 통해 최저 임금액 상승으로 인해 의도한 결과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력]

② 제시문 [나]를 통해 사회적 행위는 의도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해력, 분석력, 논리력]

③ 제시문 [다]를 통해 결과론적 윤리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위를 평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해력, 논리력, 분석력, 추론력]

④ 어문규정, 원고 분량 등을 잘 지키고 있는가? [구성력, 표현력]

■ 평가 항목

예시답안

[문항 1]

 [가]의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지하철 푸시맨이라는 일을 하는데 아침마다 사람들을 지하철에 넣어줄 때는 즐거워하고 재미가 있어 한다. 그러던 중 지하철을 타는 아버지와 마주치게 되고 짧은 만남의 순간에 아버지에 대해 애틋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의 ㉠에서의 체험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행위를 아버지에게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의 ㉡에서 문학이 가치 있는 체험을 다루고 인간과 세계의 참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가]의 ‘나’가 아버지를 통해 가치 있는 경험을 하여 자신과 타인들과의 관계를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의 ㉠에서의 체험은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던 ‘나’가 아버지를 통하여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가]의 주인공과 [나]의 화자는 공통적으로 내적 변화를 겪는다. [나]의 화자는 흰 바람벽을 통하여 쓸쓸하고 외로움을 느끼지만 흰 바람벽에 있는 존재들로 인해 사랑과 위로로 감정이 변화된다. [가]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만나는 경험을 통해 흥미로움과 즐거움이 고통과 머쓱함이 되면서 하향적으로 감정이 변화하는 반면 [나]의 화자는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위로로 변하면서 상향적인 감정을 띤다. 또한 [가]의 주인공은 아버지로 인하여 주체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지만 [나] 의 화자는 흰 바람벽이라는 객체를 통해서 변모하는 것을 보여준다. 즉, 독자가 느끼기에 [나]보다 [가]의 변화 과정이 더 직접적이기에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의의가 있다. (745자)

☛ 첨삭평가

 제시문 [가]의 ㉠에서 말하는 ‘체험’을 제시문 [다]의 문학의 본질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제시문 [가]의 주인공과 제시문 [나]의 화자가 모두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 내면이 변화한 과정을 서술한 점이 우수하다.

 특히 제시문 [다]의 가치 있는 체험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참된 이해를 돕는다는 문학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주인공이 ㉠의 체험을 통하여 자아를 성찰하며 타자를 이해하는 내적 성숙을 이룬다고 서술한 것은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시문 [가]와 [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제시문 [가]의 주인공과 제시문 [나]의 화자가 모두 긍정적 상태로 내적 변화를 한다고 서술한 점은 적절하나, 두 인물의 감정을 상향적과 하향적, 주체적과 간접적으로 대비하여 제시한 것은 두 인물의 차이점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과도한 해석으로 아쉬움을 준다. 제시문 [가]의 주인공이 돈만 중요히 여기며 타자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체험을 계기로 타자를 이해하는 상태로 성숙해진다는 내용과, 제시문 [나]의 화자가 외로움과 절망의 상태에서 흰 바람벽이라는 내적 성찰을 통해 삶의 의지를 회복한다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한 답안이 되었을 것이다.

[문항 2]

 [가]는 일부 아파트 경비원이 정부의 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례를 설명한다. 임금이 인상되면 그로 인한 이득을 봐야하는 경비원이 오히려 해고되는 안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에서 보여주는 사례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나]에서 정부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저소층 학생에게 지원 사업을 펼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원 사업은 본래 의도와는 반대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지원을 받고 학업 성취도 수준이 높아졌어야 할 저소득층 학생들이 오히려 컴퓨터 중독이 되어 학업 성취도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사례처럼 [가]도 정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아파트 경비원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는 결과론적 윤리를 설명하고 있다. 결과론적 윤리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동기나 행위 그 자체가 아닌 행위로 인해 초래된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는 윤리관이다. 결과론적 윤리의 관점에서 [가]의 상황을 평가하면 정부의 선한 동기를 간과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임금 인상을 통해 아파트 경비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보장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아파트 경비원에게 더 큰 손해가 생길 수 있다. 결과론적 윤리관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임금 인상도 안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정부의 본래 의도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730자)

☛ 첨삭평가

 답안은 제시문 [가]의 상황이 정책으로 인하여 의도한 결과 외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사례임을 파악하고 제시문 [나]의 상황과 유사성이 있음을 인지하여 표현하였다. 제시문의 서로 다른 사례의 공통점을 추론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또한 제시문 [다]의 결과론적 윤리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근거하여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사회적 행위를 평가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으로 ‘정부가 정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동기를 간과한다.’는 점을 지목하는 부분 역시 출제 의도를 잘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답안이 간결하고 출제 의도에 따른 내용을 작성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결과론적 윤리에 따라서 [가]의 상황을 평가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분석할 때, ‘행위의 동기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최저임금 정책의 취지와 연계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완성도가 높은 답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