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희망 고등학교 청솔제 동아리 활동 보고회를 찾아 주신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환경을 답사하고 널리 알려 온 저희 ‘도래샘’에서 이번에는 ◯월 ◯일부터 1박 2일간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 금강 소나무 생태 경영림에 다녀왔습니다.

길은 사전 조사를 할 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고 험했습니다. 소광리 마을에서 생태 경영림에 이르는 길은 버스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비좁습니다. 좁은 길 옆으로 대광천이 흐르고, 이를 따라 걷다 보면 곧 낯설고도 장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하늘 높이 곧게 솟은 금강 소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본격적인 생태 경영림 구역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와 어린나무들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광리 금강 소나무 숲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활엽수와 벌이는 경쟁에서 뒤져 소나무 숲이 점점 감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활엽수가 늘어나면 숲 바닥에 그늘이 만들어져 햇빛을 좋아하는 어린 소나무들이 잘 자랄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 150년에서 200년 된 나무들이 많았고 40년 이하의 젊은 소나무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만일 큰 소나무들이 오래되어 죽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산림청의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는 것 역시 소나무의 분포 범위를 줄어들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고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면 소나무가 말라죽기 쉽고, 내성이 약해져 병충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이 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나무가 살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저희 답사반원들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토종 소나무, 금강 소나무 숲을 직접 보고 느낀 경이로움과 가슴 뻐근했던 감동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금강 소나무 숲의 존재와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을지 숲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하며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나) 그래 이야기가 어찌 되는가 하면, 그 전에 사부자가 있었는데, 농사를 많이 지으면 오히려 농사 안 지은 때보다도 더 *간고하게(가난하고 고생스럽게) 산단 말이지. 짚신을 삼고 살면 땟거리는 되는데. 그중 끝에 아들이 한 날은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난 하늘에 올라가서 옥황상제한테 왜 우린 복이 없느냐고 *원정(사정을 하소연함)을 가겠소.”

그래 죽 간다고 간 것이 바다에 나섰어. 그래 간다고 가니까 배는 고픈데, 기와집이 있는데, 거기서 자야겠다 하고 주인을 찾으니, 밥해 먹는 여자가 나온단 말야.

“어디 사는 도령인데 어디를 가오?”

“난 아무 데 사는데, 난 그 집의 막내요. 농사를 지으면 얻어먹고, 짚신을 삼으면 사니 그 이유를 알고자 원정 가고 *등장(여러 사람이 이름을 잇대어 써서 관청에 올려 하소연함) 가는 길이요.”

“그럼 기왕 가시는 길이면 내 원정을 좀 들어다 주시오.”

“뭐요?”

“이 앞들이 다 내 것인데 남편을 얻기만 하면 죽어서 만날 과부가 되니 내 원정을 얻어다 주시오.”

“그러시오.”

하고 밥을 먹고 갔지. 조그만 배가 있어서 타니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어 무변대해로 가니 복판에 한 뾰족한 산이 있는데 거기다 대거든. 그 산 *날망(꼭대기)에 무엇이 맷방석만치 번들번들한 것이 있어 보니까 용 못 된 이무기야. 그래 그때에는 뱀도 말했던지 뚜르르 일어서며,

“웬 사람이 여길 오느냐?”

“내가 옥황상제께 원정을 하러 하늘을 가는 길이오.”

“그럼 내가 하늘을 가도록 해 줄 테니까, 나는 *득천(하늘에 오름) 기회가 넘었는데도 왜 올라가지 못하는지 그 원정을 들어다 달라.”

“그러마.”

고 했다. 그래서 입으로 안개를 뿜어 무지개다리로 하늘을 올라가니 옥황상제가 있던 곳을 갔어.

“어찌 왔느냐?”

“그래 저희 사부자는 복을 어찌 마련하셨습니까? 농사지으면 밥 못 먹고, 짚신을 삼아야 겨우 살아가니 어찌 된 일입니까?“

“너희는 그밖에 복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저희 복은 그렇다 하고도 그러면 아무 데 사는 *과택(과부) 여자는 어찌 그럽니까?”

“그 여자는 아무 때라도 여의주를 얻은 남편을 얻어야 해로하고 살지, 여의주가 없는 남편은 죽는다.”

“그 아무 데 사는 이무기는 왜 승천을 못합니까?”

“그놈은 욕심이 많아서 여의주를 하나면 득천할 것을 두 개를 가져서 못 올라간다.”

이래서 제 것은 못 알고 남의 원정만 듣고 도로 나와서 무지개다리로 와서 그것을 타고 내려오니 이무기가,

“그래 뭐라더냐?”

“용님은 욕심이 많아서, 여의주가 두 개라면서요. 날 하나 주시오. 그러면 간단해요.”

“그럼 그래라.”

하고 한 개를 주니 이내 득천이야. 그 배에 앉아서 바람으로 딱 가서 그 여자한테로 가니 여자가 물으니,

“아무 때라도 여의주를 얻은 남편을 얻어야 백년해로한다니 내가 가졌으니 나하고 살자.”

이래서 여자 얻고 의복을 차반하고 자기 집으로 와서 제 *부형(아버지와 형)을 보니 놀라더래. 그래 잘 살았소.

(다) 아냐. 안 돼, 박상민.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목을 크게 흔든다. 영교는 기어 내려갔을 테니, 출발하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새벽 다시 살펴본 지형으로 볼 때 하산 길 방향이 크게 엇나간 것 같진 않다. 한나절쯤 내려가면 마을이나 최소한 마을보다 더 높은 곳의 *야크 카르카(야크의 여름 방목장)가 나올 것이다. 하산 길 정찰을 할 때 봐 두었던 야크 카르카가 어쩐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구나 벌써 나흘째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탈진한 몸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요행히 살아가려면 서둘러 영교를 쫓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머릿속은 돌아서라고 명령하고 있으나 *촐라체(히말라야 산맥의 일부) 서면의 *설연(쌓인 눈이 바람에 날려 연기처럼 보이는 현상)이 단단히 나를 결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라와. 죽은 자의 머리칼 한 올이라도 잘라서 그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돌려줘야지. 그것은 김형주 선배의 시신을 찾는 일과 같아. 넌 김 선배의 죽음을 극복 못하면 앞으로도 죽은 목숨이야. 김 선배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여기 온 거잖니. 어려울 것 없어. 한나절 감이야. 설연이 날리는 곳에서 죽은 자들이 속삭이고, 또 다른 곳에선 살아 있는 영교가 이렇게 속삭인다. 올라가다니, 미친 짓이야. 형이 안 쫓아오면 나는 얼어 죽을 게 확실해. 어서 와서 날 데리고 내려가 줘, 형.

나는 이성을 찾으려고 안간힘 쓰면서 생각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선 채 묻는다.

순리에 따르고 싶지 않다. 어떤 합리성에도 굴복하고 싶지 않다. 비겁한 건 질색이다. 죽는 게 혹시 두려운가. 아니다. 이미, 지금 내가 과연 살아 있는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이승의 풍경인지, 그것도 불분명하다. 이 순간이 죽은 다음의 세상인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내가 일상적인 삶을 택해 클라이머의 꿈을 접은 것도, 그 일상의 길에서 따뜻하고 성실하게 일구고 싶었던 가정생활, 사회생활에의 적응에 실패했던 것도 그 모든 연원은 김 선배의 추락사다. 나는 김 선배의 추락 이후 피나게 노력했지만 결국 아무 것에도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선배를 넘어서지 않고선 앞으로의 삶도 그럴 게 뻔하다. 무슨 일을 해도 텅 빈 사막 같은 삶. 촐라체 북벽을 선택해 온 것도, 이 성공을 밑거름 삼아 다음엔 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으로 김 선배를 찾아 떠나고자 하는 은밀한 소망 때문이 아니던가. 김 선배를 넘어서야 살아 있는 것처럼 살 수 있다. 그것은 확실한 결론이다. 그런데 그 김형주 선배가 저기, 설연이 날리는 촐라체 위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 나는 그가 부르는 걸 뚜렷이 느끼고 본다.

(라) 불법을 구하기 위해 인도에 갔다 온 혜초는 인도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의 풍물

을 생생하게 기록한 아래의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의복, 언어, 풍속, 법률은 오천축국이 서로 비슷하다. 기후가 대단히 따뜻하여 온갖 풀이 늘 푸르싱싱하며 서리나 눈은 없다. 먹는 것은 멥쌀과 미숫가루, 빵, 찐 곡물가루, 젖, 치즈 같은 것뿐이며, 장은 없으나 소금은 있다. 그 나라 왕과 백성은 *삼보(불교에서 중시하는 세 가지 보물인 석가모니, 불경, 스님)를 매우 *경신(신을 공경함)한다. 만약 스님 앞에 마주하게 되면 왕이든 수령이든 땅바닥에 앉지 감히 좌탑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

중천축국에서 곧바로 남쪽으로 석 달 남짓 가면 남천축국 왕이 사는 곳에 이른다. 영토는 매우 넓어서 남쪽으로는 남해에, 동쪽으로는 동해에, 서쪽으로는 서해에 이르며, 북쪽으로는 중천축국과 서천축국, 동천축국 등의 나라와 경계가 맞닿아 있다. 의복과 음식, 풍속은 중천축국과 비슷하다. 단, 언어는 좀 다르고 기후는 중천축국보다 덥다. 왕과 수령, 백성은 삼보를 지극히 공경하여 절도 많고 승려도 많으며, 대승과 소승이 더불어 행해진다. 절에 삼천 명의 승려가 있었으며, 공양미만도 열다섯 섬이나 되어 매일 삼천 명의 승려들을 공양하였다.

탁사국에서 서쪽으로 한 달을 가면 신두고라국에 이른다. 의복과 풍습, 절기, 추위와 더위 등은 북천축과 비슷하나 언어는 좀 다르다. 왕과 백성이 삼보를 크게 경배하니 절도 많고 중도 많다. 여기 절 하나가 있는데, 이름이 다마삼마나라고 한다.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이곳에 오셔서 설법하고 사람과 하늘을 널리 제도하셨다. 절 동편 골짜기에 있는 샘물가에 탑이 하나 있는데, 부처님이 깎은 머리칼과 손발톱이 이 탑 속에 있다. 여기에는 삼백여 명의 중이 있다.

오천축국에서는 위로 국왕과 왕비, 왕자에 이르기까지, 아래로 수령과 그의 처에 이르기까지 능력에 따라 각자가 절을 짓는데, 서로 따로 짓지 함께 짓지는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공덕인데 어이하여 함께 지어야 하는가?”라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이미 그럴 법한 일로 되었으니 나머지 왕자도 그렇게 따라한다. 무릇 절을 지어 공양하는 것은 마을과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 삼보를 공양토록 함이다. 헛되이 절만 짓고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는 일은 없다. 오천축국에서는 사람을 팔지 않으며 노비도 없다. 그래서 백성과 마을에 반드시 *보시(자비심으로 불법이나 재물을 베풂)해야 한다.

(마)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름달을 볼 때 어떤 특정한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종종 ‘달 사람’이라고 불리는 얼굴을 보기도 하고, 남자나 여자,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는 모습, 아이를 안은 여자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모루와 망치를 든 대장장이, 손이 더러워진 장난꾸러기 소년, 또는 곤봉을 든 올빼미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달을 ‘하늘의 진주’라고 불렀다. 시베리아의 야쿠트 족 사람들은 달을 올려다보고 물동이 두 개를 진 소녀를 상상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릴루엣 족은 전통적으로 달 표면의 무늬가 달 얼굴에 앉아 있는 개구리 두 마리라고 말한다.

(바) 집단 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개체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 레비는 사이버 공간의 집단 지성을 제시하였는데, 그는 “누구나 자신의 공간(사이트)을 가지고 형성하는 시대가 오면, 어디에나 분포하고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며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집단 지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다수의 이용자들이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분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기존의 현실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고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원격 회의, 채팅과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우리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주고받는다. 인터넷 매체가 지닌 이런 쌍방향성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의 수신자인 동시에 발신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은 기존의 물리적ㆍ시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접근이나 전파가 용이하고 빠른 편이다. 인터넷 사용자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바꾸는 것 이상의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여 능동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의사 표현을 하기 때문에 정보의 이용이 곧 정보 내용의 공급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대면적인 소통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참여와 소통이 가능한 장소를 제공한다.

(사) 정보란 관찰이나 측정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가공하여 실제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그 중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인문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지리 정보라고 한다. 지리 정보 활용의 첫 단계는 지리 정보의 수집이며, 지리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크게 실내 조사와 야외 조사로 나뉜다. 실내 조사는 도서관이나 학교, 혹은 가정에서 문헌, 인터넷, 지도, 사진,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실내 조사 단계에서 조사 경로도를 작성한다. 야외 조사 단계에서는 면담, 설문조사, 관찰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조사 지역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자료를 수집하는 원격 탐사 방식도 있다. 지리 정보 체계는 지역에서 수집한 각종 지리 정보를 수치화하여 컴퓨터에 입력정보 처리저장하고, 이를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ㆍ종합하여 제공하는 정보 처리 시스템을 말한다. 지리 정보 체계는 컴퓨터를 이용한 대량의 정보 처리 기술, 지도 제작 기술, 원격 탐사 기술 등이 결합하면서 더욱 발달하고 있다.

(아)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로써 제가 멜레토스의 고발장에서 보이는 악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더 이상 변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 소크라테스! 당신은 그렇게 처신하다가 그 결과 이제 사형당할 위험에까지 이르게 되니 부끄럽지도 않소?” 그렇지만 저는 이에 대해 당당하게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누구든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은 삶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신다면, 그리고 오직 자신의 행동이 정의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선한 사람의 행동인지 악인의 행동인지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다면, 당신은 잘못 말하신 것입니다. 제가 지혜를 사랑하며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이 반성하도록 캐묻는 데 삶을 보내도록 신께서 자리를 주셨는데도, 죽음이나 다른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자리를 버리고 떠난다면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함은 사실, 자신이 현명하지 않은데도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죽음이 인간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 최악임을 잘 알고 있기나 한 양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무지 아니겠습니까?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여러분! 저는 바로 이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제가 다른 이들보다 더 현명한 까닭은, 저 자신이 저세상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저보다 뛰어난 인간이나 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이 악하고 명예롭지 못한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악한 것임을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만일 누군가가 제가 이것 외에 다른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허튼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그러니 저를 무죄 방면하건 하지 않건 간에 이 점만은 꼭 알아주십시오. 몇 번을 거듭 죽는다 해도 절대로 제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자) 실존주의는 개인이 가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을 중시하고, 주체적 결단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가진 보편성, 곧 본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개별성, 곧 실존이 중요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물들은 그 목적이나 용도 등이 미리 결정되어 있지만, 인간은 매 순간 선택하고 결단을 내리는 주체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목적과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실존주의는 내가 가진 지금 이 모습, 나의 현재가 가장 중요하며,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문제 1] 여행자가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와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를 제시문 (가), (나), (다), (라)에서 각각 찾아서 하나의 완성된 글로 논술하시오. [40점, 550~570자

[문제 2] 제시문 (라)와 같은 정보를 수용할 때 유의할 점을 제시문 (마)의 논지에 근거하여 서술하고, 제시문 (라)의 ‘정보 생산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을 제시문 (바)와 (사)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서술하시오. [40점, 550~570자]

[문제 3] 제시문 (다)의 ‘나’와 제시문 (아)의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무릅쓰려고 하는 이유를 비교하여 차이점을 서술하고, 제시문 (자)에 근거하여 제시문 (다)의 ‘나’가 마지막에 한 결심을 옹호해 보시오. [20점, 400~420자]

출제의도 및 문항해설

1. 출제의도

[문제 1]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1) 동일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제시문을 읽고 그 핵심 요지를 파악하는 독해력과 2) 제시문의 내적 요소들을 다양한 맥락에 비추어 해석함으로써 제시문의 논지를 비교하고 종합하여 결론을 도출해 내는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어진 네 가지 제시문을 꼼꼼하게 읽어 요지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 네 가지 제시문에서 ‘여행의 동기와 의미’를 각각 찾아내어 자신의 문장으로 요약하여 정리하고, 이를 서로 비교하고 종합하여, 현장실태 조사, 현실 불만족 해소, 미해결된 과거상처, 순례와 같은 다양한 여행 동기와 문제인식 및 대안모색, 예상치 못한 만남과 성과, 내적 갈등 해소, 문화 및 종교적 체험 등과 같은 다양한 여행의 의미를 결론으로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문제 2]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1) 주어진 제시문의 관점을 읽어내는 능력, 2) 특정 관점에 근거하여 다른 글이 수용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비판적으로 추론해보는 능력, 3) 대안을 모색하고 여러 대안들의 상호보완성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해보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 (마)가 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글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시문 (마)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와 같은 기행문 또한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된 정보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식으로 제시문 (바)와 제시문 (사)가 기술하고 있는 정보 생산 방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제시문 (바)에 제시된 집단 지성과 제시문 (사)에 제시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이 제시문 (라)와 같은 정보 생산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점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3]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1)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해 보는 균형 잡힌 입체적 사고력, 2) 특정한 논지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의 정당성을 옹호해보는 추론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시문 (다)와 (아)의 박상민과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비교한 후, 두 경우 사이의 차이, 즉 내면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박상민)과 진리 추구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인식(소크라테스)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의 문제에 직면하면 보편적인 법칙이나 원리에 따라 상황을 해결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토대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실존주의에 대한 제시문 (자)의 핵심 요지를 파악하였는지를 평가한 후, 이 철학적 관점을 근거로, 미해결된 내면의 상처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산이라는 상식적인 결정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찾아 다시 산을 올라가기로 한 박상민의 결정을 실존의 주체적 결단으로 긍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2. 문항 해설

제시문 (가)는 고등학교 『국어』(창비, 2016)에 실린 「금강 소나무 숲을 다녀와서」를 출제의도에 부합되게 일부 재편집한 글이다. 이 텍스트는 생태 답사 동아리 학생들이 금강 소나무 숲으로 답사 여행을 다녀 온 뒤, 조사 결과와 보고 느낀 점을 발표한 글이다. 이 제시문에는 동아리 학생들이 답사여행을 통해 소나무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를 파악하여 그 존재 가치를 다시 깨닫고 감동하며 생태계 보존을 위한 대안모색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문학』(해냄에듀, 2013)에 실린 작자 미상의 설화 「구복여행」의 전문이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설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현실의 가난과 결핍을 해결하고자 떠난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옥황상제에게 정작 자신의 해결책은 얻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 해결 방안만을 듣는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른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종국에는 주인공의 문제도 뜻밖에 해결된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문학』(좋은책 신사고, 2017)에 실린 박범신의 소설「촐라체」의 일부이다. 이 작품은 전문 산악인이었지만 선배가 등반 도중에 추락사한 후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게 된 박상민과 그의 아버지가 다른 형제 하영교가 촐라체 북벽을 등산하며 겪은 조난과 생환의 이야기이다. 제시문에서 인용된 부분은 부상당한 하영교가 먼저 떠난 후 박상민이 그를 뒤쫓아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 등산인의 시신이 있는 크레스바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크레스바로 가기로 결심하는 대목이다. 즉 박상민이 극한의 한계 상황 속에서 회피하고자 했던 과거의 내적 상처와 정면으로 독대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는 장면인 것이다.

제시문 (라)는 고등학교 『고전』(교학사, 2016)에 실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일부이다. 이 책은, 신라 경덕왕 때 승려 혜초가 인도 및 중앙아시아 각국을 답사하면서 기후, 지리, 풍속, 문화, 종교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오천축국 전역에서 부처의 진리인 자비가 실천되는 모습을 목격하며 그 감회를 기록한 기행문이다. 인용된 제시문은 혜초가 문화 다양성을 인식하고, 신분에 관계없이 부처를 섬기고 자비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며 불법을 깨닫는 장면을 보여준다.

제시문 (마)는 고등학교 『문학』(창비, 2016) 교과서에 실린 「달 이야기」의 일부이다. 이 단원의 학습목표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 단원에서는 ‘달’이라는 소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생산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마)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보름달’이라는 동일 대상을 다른 모습으로 연상한다는 점을 통해 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한다. 수용자는 작품이 생산된 시간적공간적 맥락을 고려하여 그 문학작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 (바)는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교학사, 2016) 교과서에 실린 「정보 이해와 표현 능력의 윤리적 접근」의 일부와 고등학교 『독서와 문법』(교학사, 2016) 교과서에 실린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읽기의 변화」의 일부를 출제 의도에 맞게 편집한 글이다. 「정보 이해와 표현 능력의 윤리적 접근」 단원의 학습목표는 정보 이해와 표현 능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정보 사회에서 필요한 윤리적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단원에서 발췌한 글의 일부는 집단 지성의 개념을 설명한다.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읽기의 변화」 단원의 학습목표는 정보화 시대의 다양한 독서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 단원에서 발췌한 글의 일부는 디지털 매체의 상호 작용성이라는 특성을 설명한다. 이 제시문에서는 정보사회에서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의 참여로 가능해진 새로운 정보 생산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문 (사)는 고등학교 『세계 지리』(교학사, 2017) 교과서에 실린 「지리 정보의 수집과 표현」의 일부, 고등학교 『세계 지리』(비상교육, 2016) 교과서에 실린「다양한 지리 정보 기술의 활용」의 일부를 출제 의도에 맞게 편집한 글이다. 이 단원들의 목표는 여러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 수집 및 표현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 제시문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표현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정보 생산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문 (아)는 고등학교 『고전』(2016)에 실린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일부이다. 이 글은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자신이 무죄임을 논증하고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변론하는 과정을 제자 플라톤이 기록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수호하지 않는 악행을 알고 있고 그렇게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람들이 죽음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자신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 나쁜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

제시문 (자)는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천재교육, 2014), 『윤리와 사상』(㈜금성출판사, 2016)을 출제의도에 맞게 일부 편집한 글이다. 이 제시문에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실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자신과 관계없는 보편적이고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여기 지금’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미래의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주체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이 서술되어 있다.

3. 채점기준

예시 답안

[문제 1]

(가)~(라)는 여행의 다양한 동기와 의미를 보여준다. (가)의 여행동기는 소나무 숲을 현장조사하고 보고하기 위함이다. 답사를 통해 소나무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그 존재가치를 다시 깨닫고 생태계 보존을 위한 대안모색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의 동기는 가난에 대한 현실불만을 하소연하기 위함이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타인의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도 뜻밖에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의 동기는 내면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합리적 판단이 힘든 극단적 한계 상황에서 회피하고자 했던 과거의 상처를 독대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라)의 동기는 불교의 근본적인 가치를 깨닫기 위함이다. 순례를 통해 문화 다양성을 인식하고, 전역에서 부처를 섬기고 자비를 실천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여행동기는 현장조사, 현실불만 해소, 과거상처, 순례 등 다양하며, 그 의미도 사실 재확인, 우연한 만남과 성과, 내적 갈등 해소, 문화 및 종교적 체험 등 다양하다. (570자)

[문제 2]

(마)는 보름달이라는 동일한 대상이 문화적 맥락에 따라 올빼미, 하늘의 진주, 개구리 등으로 다르게 연상된다는 문화적 특수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라)의 기행문이 특정 지역의 지리, 풍속, 기후, 사찰 등을 상세히 기록한 정보라 할지라도 불교라는 문화적종교적 맥락과 순례자 한 사람의 시각에서 기록된 정보이기 때문에, 그 정보가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바)에 언급된 것과 같이, 쌍방향적 소통,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비대면적 소통,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소통을 통해 생산, 공유, 조정되는 집단지성을 활용함으로써 다각적인 관점이 반영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사)에서 기술된 것처럼,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이용하여 관련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현장조사 계획을 세우며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결합 및 분석하는 과학적인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신뢰성 높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다수가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식은 관점의 다양성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은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더 나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570자)

[문제 3]

김선배의 추락사에 대한 죄책감에 구속된 (다)의 ‘나’는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삶을 죽음과 동일시하여 해결되지 않은 상처로부터 벗어나고자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절박함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는 선택을 하였다면, (아)의 소크라테스는 신의 소명인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포기하고 삶을 택한다는 것을 악행으로 보고, 죽음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인식해 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는 한 개인이 현재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내린 주체적 결정이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존주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산이라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이 아니라 극단적 한계상황 속에서 산으로 올라가기로 한 ‘나’의 현재의 결정이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42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