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국어논술면접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이 갖는 명예는 각 개인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자기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부정(不正)하고 불법적인 수단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삼는다. 이와 같은 명예는 지위와 계급을 떠나 모든 사회구성원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명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명예는 누구에게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한번 실추된 명예는 회복하기 어렵고, 명예의 상실이 가져다주는 쓰디쓴 결과는 언제 어디서든지 그를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는 외면적인 양심이며, 양심은 내면적인 명예”라는 정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명료하고 본질적인 설명이 되지 못한다. 사실상 명예는 객관적으로는 “우리의 가치에 대한 타인의 견해”라고 할 수 있으며, 주관적으로는 “우리 가치에 대해 타인이 갖는 견해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두려움에 민감한 인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에 따라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 위해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중요시하게 된다. 타인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확신만큼 그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없다. 이런 호평은 모든 사람이 그를 보호하고 돕는다는 사실을 보증하며, 인생의 여러 재앙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명예는 손상되기 쉬운 반면 누구나 얻을 수 있지만, 명성은 지속되는 반면 획득하기가 어렵다. 명성은 비범한 공적(功績)*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적에는 선행(善行)에 의한 공적과 작품에 의한 공적이 있다. 선행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 반해 작품은 영속적으로 남는다. 선행에서 남는 것은 선행에 대한 추억뿐이어서, 기록으로 후세에 전해지지 않으면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작품은 모든 시대에 걸쳐 살아 있다. 또한 선행의 명성은 선행의 내적 가치만이 아니라 선행이 이루어진 조건과 상황에도 영향을 받고, 소수 목격자의 진술에 좌우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선행은 일반적인 판단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기만 한다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작품은 주위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고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의해서만 좌우되며, 그것이 존속하는 한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때로 그것을 판단할 유능하고 공정한 평가자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공적(功績): 훌륭한 성과로 평가받은 업적

제시문 (나)

요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단지 순간만을 위해 살고 자신의 사적인 관심사에만 전념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19세기의 신실한 시민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천직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그들은 행운과 악운을 침착하게 견디며 자신이 맡은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직분의 수행을 통해 자기 삶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직분은 개인에게 부과된 일종의 소명이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부귀공명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업적을 남들이 이룬 것에 견주어서가 아니라 근면, 절제, 헌신, 봉사와 같은 추상적인 이상에 견주어 판단했다. 전통적인 규범을 통해 규정된 이러한 이상은 개인에게 명예로운 삶을 보장하는 가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세기 말엽부터 개인의 성공에 주목하는 경향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 또한 가치의 실현이나 성취의 내용보다는 업적이 가져다주는 외적 보상에 집중되었다. 가치 실현이 가져다주는 명예보다는 많은 사람의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들어 성공은 경쟁자들에 대한 승리로 여겨지게 되었으며,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당연한 목적이 되었다. 성공 관련 실용서들은 타인을 이용하고 압박할 필요성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성공의 실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직분의 명예로운 수행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이미지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적의 내용 자체보다는 업적이 누구의 공으로 돌려지는가를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켰다. 성공의 꿈이 성공 그 이상의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업적과 자신의 업적을 비교하는 것 말고는 자신의 성취를 측정할 어떠한 기준도 갖지 못한다. 과거에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쓸모있다고 인식하게 해 주었던 친구와 이웃의 호평이, 이제는 자신의 업적에 대한 외적 평가와 결부될 때에만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자부심과 성취감이 자기과시로 변모하면서, 자기과시는 누구나 긍정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되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성공을 부와 명성, 그리고 권력으로 정의하는 반면, 업적의 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이 강조될 뿐 무엇을 행했고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명예는 자기 직분에 맞는 고귀한 행위의 수행과 관련이 있는 반면에, 명성은 신문잡지의 뉴스나 인물란, 연예란 등에서 갈채를 받는 개성의 표출과 관계가 있다. 그런데 명성은 새롭지 않으면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뉴스와 같이 덧없는 것이다. 성공이 주로 젊음, 매력, 새로움의 함수가 된 시대에 영광은 어느 때보다 더욱 빨리 지나간다. 대중의 주목을 얻은 사람들은 그것을 잃을까봐 끊임없이 걱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성공은 공표 과정을 통해 대중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제시문 (다)

◉ 아래 글은 소설의 한 대목으로, 황만근의 죽음을 애도하여 이웃 민씨가 지은 비문(碑文)*이다. (출제 의도에 따라 소설의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음.)

황만근, 황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를 대어 알껍질을 까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늘이 내린 효자로서 평생 어머니 봉양을 극진히 했다. 아들에게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였고 훈육을 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하여 마음으로 감복시켰다. 선생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였는데 사람들은 선생이 가난한 것은 술 때문이라고 했다. 선생은 어느 농사꾼보다 부지런했고 농사일에도 익어 있었다. 문중 땅과 나이가 들어 농사가 힘에 부친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되 땅에서 억지로 빼앗지 않고 남으면 술을 빚어 가벼운 기운은 하늘에 바치고 무거운 기운은 땅에 돌려주었다.

세상 사람들은 황선생이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는 부를 이루지도 못했고 남들의 대단한 인정을 받지도 못했다. 선생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거나 그를 업신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토끼 귀신을 믿는 그를 두고 모자란 사람이라 놀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 가운데 선생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아무도 하지 않는 마을의 험한 일을 언제나 도맡았고, 종종 품삯도 없이 남의 집 일을 도와주곤 하였다. 그를 바보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농사를 잘 짓는 으뜸 농사꾼이었고, 경운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박사’였다. 자기 뜻대로 농사를 지으며 백 년을 살겠다던 그는 천상 농민이었다. 농가 부채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여럿이었지만, 농민답게 경운기를 몰고 집회에 나서자던 약속을 지킨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늦게 도착한 탓에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돌아오던 길에 고장 난 경운기 곁을 지키다 차가운 빗속에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감탄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윽한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고 홀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랴.

* 비문(碑文): 죽은 이를 추모하여 비석에 새긴 글.

** 신지(神智): 신령스럽고 기묘한 지혜.

제시문 (라)

아래 그래프는 1988년과 2018년에 도시A의 시민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의 기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설문에 응한 시민들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아래 표시된 ‘설문 응답 항목’ 가운데 하나만을 골랐다.

1988년

2018년

설문 응답 항목

단위: %

길이 남을 업적을 쌓는 직업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

자신의 소명의식에 맞는 직업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

기타

<문제 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명예’와 ‘명성’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글이다. 두 글을 비교분석하고, 각 제시문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을 논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명예’와 ‘명성’ 개념을 활용하여, 제시문 (라)의 그래프에서 1988년과 2018년 사이에 나타난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문제 1]

1. 출제 의도

1. 연세대 사회계열 수시 논술 시험은 학생들의 독해력, 분석력, 창의력을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2. 특히 고교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에 적절히 부합하는 주제와 내용을 제시하고, 문제의 난이도 수준을 적절히 유지함으로써 고등학교 교과를 충실히 수학한 학생이라면 문제풀이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3. 제시문은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비롯해, 윤리와 사회 교과 영역의 고전적 저작들에서 추출하고 이를 비교분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독해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4. 제시문 가운데 하나로 간단한 통계 그래프를 제공하고, 다른 제시문들을 이용해 이를 해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분석력과 추론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5.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통해 익숙하게 경험하는 형태의 그래프를 제시하고 통계 문항의 내용과 주제 역시 교과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 윤리와 직업 윤리’에 관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6. 교과서의 지문과 탐구 문제 유형 등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7. 논술의 큰 틀을 ‘현대사회에서 일의 의미’에 관한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학생들이 미래 자신의 직업은 물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역할과 윤리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논술의 대주제인 ‘직업의 윤리와 직업생활의 책임’은 고등학교『사회』및『생활과 윤리』에서 다루는 주제 영역(‘합리적 선택과 삶’, ‘사회윤리와 직업윤리’)이다. 특히 제시문 (다)는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의 일부를 수정한 것으로, 이 소설은 국어 교과서(국어1: 교학사, 국어2: 해냄에듀)와 문학 교과서(천재교육)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에 다양한 경로로 한 번씩은 접해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직업 선택의 기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제시문 (라)의 그래프와 그래프가 지시하는 설문의 내용은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통해 경험한 바 있는 주제와 내용으로, 직업 선택의 기준이나 직업 윤리에 관한 것이다. 그래프의 형태와 설문 조건 역시 사회 교과에 실려 있는 것들을 출제의도에 따라 정보가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직업 선택, 직업적 책임, 명예, 명성, 소명 등의 개념은 고등학교『사회』,『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등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제시문들을 이해하고 문제에 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2. 문항 해설

[제시문 해설]

■ 제시문 (가)

이 제시문은 국어, 윤리 및 사회 관련 교과목 여러 곳에서 소개되고 있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쇼펜하우어 인생론』에서 발췌한 것으로, 출제 의도에 맞게 편집하고 윤문한 글이다. 발췌하고 윤문한 글은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정의하고 양자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재구성되었다. 이 글에 따르면 명예는 단순한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든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이며, 타인과의 관계성 속에서 평가되는 가치이다. 명예는 타인에게 받는 평가에 의해 규정되며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은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타인의 평가 내용을 민감하게 인지한다. 명예는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려운데 이에 반해 명성은 한번 얻기가 어려울 뿐 일단 획득한 후에는 지속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명성은 노력을 통해 비범한 공적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의 가치인데, 이러한 공적을 남기는 방법으로는 ‘선행’과 ‘작품’이 있다. ‘선행’은 조건에 의존하고 일시적이며 제한적일 뿐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목격되어 기록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작품’은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영속적이다. 또한 ‘선행’은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가진 사람들에게라면 인정받기 쉬운 반면, ‘작품’은 적절한 평가자가 없을 경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제시문 (나)

이 제시문은 저명한 미국 역사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크리스토퍼 라쉬의『나르시시즘의 문화』에서 발췌해 출제 의도에 맞게 편집하고 윤문한 글이다. 이 글은 19세기 시민의 명예 관념과 20세기 현대인의 명성 관념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이 글에 따르면 19세기의 시민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전통적 규범에 견주어 자신의 천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명예로 여겼다. 이에 따라 타인들과의 경쟁이나 개인의 영달은 부차적 가치로 간주되었으며, 이러한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가치를 공동체에서 구현하는 것을 더 중시했다. 반면에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민들은 경쟁이나 자기과시 등을 통해 명성을 얻는 것을 고귀한 행위 수행에 수반되는 명예의 가치보다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현대인이 추구하는 명성은 성취의 내용보다는 외면적 이미지 형성을 통해 타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자신의 개성과 성공을 타인들의 시선에 노출시키고 승인받으려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이다.

■ 제시문 (다)

제시문 (다)는 각종 국어와 문학 교과서(국어Ⅰ: 교학사, 국어Ⅱ: 해냄에듀, 문학: 천재교육 등)에 실려 있는 성석제의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부분을 발췌하여 출제 의도에 맞게 수정한 글이다. 특히 이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문(碑文)은 소설 속 주인공인 황만근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웃 민씨가 지은 것으로,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는 동시에 황만근에 대한 이웃 사람들의 평가와 민씨의 평가를 대조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웃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면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황만근은 사후에 민씨의 비문을 통해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민씨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지만 이 평가에 담겨 있는 해석적 의미는 작가의 문체와 어조를 고려할 때 양가적(兩價的)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보’나 ‘팔푼이’로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던 황만근의 삶을 암시하면서도 비문의 상찬 양식에 따라 그를 지극히 높은 사람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시문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과 그에 대한 평가는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 언급된 ‘명예’와 ‘명성’ 개념에 비추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문제 해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 개념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그 차이를 정확히 서술하고, 이를 근거로 비문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을 다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3. 채점 기준

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명예’ 개념 비교

1) 제시문 (가)의 명예는 사회구성원 각자의 상호 권리 존중을 기본 전제로 하며, 타인으로부터 받는 좋은 평가와 이에 대한 주관적 두려움까지 포함하는 가치이다.

2) (나)의 명예는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개인이 전통적 규범이나 이에 따른 추상적 이상을 내면화한 가치로서 외적 보상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직분이나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데에서 성립한다.

2.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명성’ 개념 비교

1) 제시문 (가)의 명성은 명예에 비해 획득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비범한 공적에 의해 획득되면 지속되는 가치이며, 비범한 공적은 선행이나 작품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선행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에 이를 목격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기억이나 기록을 통해 올바로 전해져야 그 명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작품은 일단 만들어지면 본연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이를 판단할 공정한 평가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2) 제시문 (나)의 명성은 업적 그 자체의 가치나 내용보다는 업적을 이루었다는 그럴듯한 이미지의 구축을 통해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리며 대중의 주목과 승인을 받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은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현대인은 자기과시나 개성 표출의 다양한 외양적 방법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3. 황만근의 삶에 대한 (가), (나) 지문의 적용

1) 타인의 호평과 그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두려움을 핵심으로 삼는 제시문 (가)의 ‘명예’는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명성’은 황만근의 선행과 그에 기인한 이웃 민씨의 비문 작성을 통해 제한적으로 얻은 것으로 해석 가능.

2) 농부로서의 직분과 자기 가치에 충실하였다는 점에서 제시문 (나)의 ‘명예’를 얻었다고 볼 수 있으나, 대중의 주목과 인지도에 바탕을 두는 ‘명성’은 얻었다고 해석하기 어려움.

[채점 기준]

[상]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그 차이를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는 경우.

(2) (1)에 근거하여, (다)의 비문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한 경우.

[중]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그 차이를 대체로 서술하고 있는 경우.

(2) (1)에 근거하여, (다)의 비문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을 해석하였으나 해석이 미흡하고, 논리적인 서술이 부족한 경우.

[하]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지 못하고, 서술이 미흡한 경우.

(2) (1)에 근거와 (다)의 비문에 나타난 황만근의 삶에 대한 해석이 적절하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하지 못한 경우.

[문제 2]

1. 출제 의도

1. 연세대 사회계열 수시 논술 시험은 학생들의 독해력, 분석력, 창의력을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6. 교과서의 지문과 탐구 문제 유형 등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문항 해설

[제시문 해설]

■ 제시문 (라)

제시문 (라)는 가상의 도시 A의 직업 선택 기준에 대한 1998년과 2018년의 설문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제시문의 그래프는 사회 교과서에 소개된 통계청의 직업선택 설문조사 그래프를 활용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그래프는 한 도시의 일정 기간 직업선택 기준의 선호도 추이를 각각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명성과 명예의 관점에서 읽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시문 (가)와 (나)의 ‘명예’, ‘명성’ 관련 핵심 개념을 설문 응답 항목으로 재구성하여, 각각 제시문 (가)의 명예와 명성 관련 내용을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 ‘길이 남을 업적을 쌓는 직업’으로 기술하고 제시문 (나)의 명예와 명성 관련 내용을 ‘자신의 소명의식에 맞는 직업’,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으로 기술하였다. 설문에 응한 시민들은 응답 항목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건화하였으며 전체 100% 안에서 각각 어떤 비율로 나타났는지를 수치화하여 그래프에 명시하였다. 아울러 1988년과 2018년의 수치를 각각 다른 그래프로 제시하고 이를 비교하게 함으로써 제시문 (가)와 (나)에서 다르게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이 변화의 의미를 제시문 (가)의 명예와 명성, 제시문 (나)의 명예와 명성 개념과 연관시켜 해석함으로써 1988년과 2018년 사이에 나타난 직업 선택 기준의 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학생이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문제 해설]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 개념을 제시문 (라)의 ‘설문 응답 항목’에 보기로 주어진 직업들과 연결함으로써 직업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래프에 나타난 1988년과 2018년의 변화 양상의 의미를 제시문들의 내용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3. 채점 기준

1. 제시문 (가), (나)와 제시문 (라)에 나타난 변수들과의 연계성

①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은 제시문 (가)의 명성과 연계

제시문 (가)에서 명성은 비범한 공적(선행과 작품)에서 얻어질 수 있다. 설문 응답 항목의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은 제시문 (가)의 명성의 요소 중 작품을 통한 명성의 획득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②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은 제시문 (나)의 명성과 연계

제시문 (나)에서 명성은 다른 사람의 주목과 인기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설문 응답 항목의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은 제시문 (나)의 명성 요소인 업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느냐 하는 정도와 연결된다고 하겠다.

③ ‘자신의 소명의식에 맞는 직업’은 제시문 (나)의 명예와 연계

제시문 (나)에서 명예는 사회적인 관계보다는 개인에게 내면화된 가치나 이상의 실현과 연관된 개념이다. 설문 응답 항목의 ‘자신의 소명의식에 맞는 직업’은 제시문 (나)의 명예 요소인 개인에게 부과된 직분이나 소명에 연관된 가치와 연결된다고 하겠다.

④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은 제시문 (가)의 명예와 연계

제시문 (가)의 명예는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추구해야 하고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가치지만 타인에게 받는 평가에 의존하는 개념이다. 설문 응답 항목의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은 제시문 (가)의 명예 요소인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파악되고 평가(호평)와 연결된다고 하겠다.

2. 제시문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분석

① 1988년 설문조사 결과는 제시문 (가)의 명예(호평) (23%)와 명성(업적) (27%)이 제시문 (나)의 명예 (소명) (20%)와 명성 (인지도)(15%) 보다 더 중요한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② 2018년 설문조사 결과는, 1988년의 결과에 비해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서 제시문 (가)의 명예가 소폭으로 증가(23→30%)한 데 반해, 제시문 (가)의 명성은 감소(27→15%)함을 보여준다.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서 제시문 (나)의 명예는 20%→7% 감소한데 반해, (나)의 명성은 15%에서 33%로 큰 폭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

③ 2018년 설문 조사 결과는 제시문 (가)의 명예(호평) (30%)와 명성(업적) (15%)이 제시문 (나)의 명예 (소명) (7%)와 명성 (인지도)(33%) 보다 전체적으로 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상당히 감소하였음을 보여준다.

3.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내용을 활용하여 제시문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의 의미를 해석

① 제시문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변화는 제시문 (가)의 명예(호평)나 제시문 (나)의 명성(인지도)과 같이 ‘타인에 의한 평가와 인정’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대두하는 현상을 암시한다.

②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항목은 제시문 (나)의 명성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으로, 1998년 15%에서 2018년 33% 증가하였다.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 (제시문 (가)의 명예) 또한 23%에서 30%로 소폭 상승하였다. 여기서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추구해야 할 수 있는 가치지만 타인에게 받는 평가에 의존하는 제시문 (가)의 명예 개념보다는, 업적의 내용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주목하는 인지도를 중시하는 제시문 (나)의 명성 개념이 주가 됨을 유추할 수 있다.

③ 제시문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변화는 제시문 (가)의 명성(업적)이나 제시문 (나)의 명예 (가치 추구)와 같이 내적 가치를 추구하는 요소가 2018년에는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④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항목은 제시문 (나)의 명예(자신의 소명의식에 맞는 직업)로, 1998년 20%에서 2018년 7% 감소하였다. 제시문 (가)의 명성(길이 남을 업적을 쌓는 직업)을 직업 선택의 기준이라 응답한 비율도 27%에서 15%로 12% 감소하였다. 이를 통해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거나 작품을 통해 공적을 쌓아 명성을 높이려는 요소가 감소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채점 기준]

[상]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라)의 변수들과 정확하게 연계하고 있는 경우

(2)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경우

(3) (1)을 활용하여 (2)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경우

[중]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라)의 변수들과 연계하고 있으나 미흡한 경우

(2)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경우

(3) (1)을 활용하여 (2)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해석하고 있으나 미흡한 경우

[하]

(1) (가), (나)에 나타난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라)의 변수들과 연계하지 못하는 경우

(2) (라)의 그래프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경우

(3) (1)을 활용하여 (2)에 나타난 시대적 변화 양상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경우

예시답안

[문제 1]

■ 입실교사(A) 검토의견

1. 이 논술문제의 핵심개념은 ‘명예’와 ‘명성’이다. 제시문 (가)와 (나)는 이 두 용어를 설명하기 위한 문장들로 단락이 구조화되어 있어서 학생 개인이 갖고 있는 사전지식 여부와 상관없이 제시문의 중심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두 핵심개념의 특징을 포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독서와 문법] 수업에서 글의 중심내용을 파악하는 독서방법을 익힌 학생들에게는 꾸준히 접해 왔던 익숙한 독해법이다.

2. 문항의 질문 문장을 보면, ‘명예’와 ‘명성’을 따옴표로 묶어 강조함으로써 누구라도 제시문을 읽을 때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게다가 두 제시문은 대조를 통해 ‘명예’와 ‘명성’을 다루고 있어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한 눈에 보인다. 문장표현이나 용어에서도 학생들의 눈높이가 충분히 고려되어 있다. 출제 시 학생들의 독해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윤문을 많이 거친 듯 보인다.

3. ‘명예’와 ‘명성’은 학생들의 일상에서 매일 마주치는 생활주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통찰을 넓히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늘 익숙하고 능숙하다. 이 문제에서 학생들은 제시문 (다)에 그려진 황만근의 삶을 통해 한 인간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개인의 자기소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탐색해볼 것이다. (가)와 (나) 제시문에서 명예와 명성이 다소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점을 중심으로 ‘황만근의 자기 삶에 대한 소신 및 만족도’ vs ‘타인의 승인 및 공적 확인’의 정도를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 교과에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자아와 타자를 이해하는 활동’을 해온 덕분에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분석을 진행할 수 있겠다.

4. 제시문 (가), (나), (다)에서 가시적인 핵심 개념인 ‘명예’와 ‘명성’의 의미를 추출한 후, 학생들은 두 제시문의 관점 안에 ‘일과 직업에 관한 가치관 차이’가 있음을 파악할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자신과 타인의 덕목 및 규범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탐구해본 학생이라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판단이 적용되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생활과 윤리]에서 ‘개인 윤리적 관점과 사회윤리적 관점의 차이’를 성실히 생각해본 학생에게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 입실교사(B) 검토의견

제시문 (가)와 (나)는 명예와 명성에 대해 타인과의 관계성, 선행, 소명 등 다양한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직업 윤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제시문이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문학]에서 나오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제시문이다. 제시문 (라)는 두 시기의 직업 선택 기준에 대한 그림 자료이다.

<문제 1>과 <문제 2>는 교육부가 추구하는 인간상인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의 발달과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이라는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진로와 연관된 문제이다.

<문제 1>은 제시문 (가)와 (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인 [생활과 윤리]의 목표인 현대 생활의 제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윤리적인 관점에 비추어 올바르게 이해하고, 도덕적 판단력 및 의사결정 능력을 함양하며, 공동체 안에서 도덕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이 적절하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문학]에서 나온 작품으로 이를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내용이기에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의 범위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가)와 (나)의 사회과학적 지식을 제시문 (다)의 문학 작품을 통해 추론 및 분석하게 하여 인문적 소양과 사회과학적 사고력을 모두 평가하는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유형으로서 고등학교 교육 과정과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여 재구성한 문제이다.

■ 입실교사(C) 검토의견

[범위]

제시문 (가)와 (나)는 ‘명예’와 ‘명성’을 구분하여 제시하고 각각의 개념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명예’와 ‘명성’은 [생활과 윤리]의 (2)생명ㆍ성ㆍ가족 윤리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규범과 갈등의 해결, 상생, 주위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 등에 대한 내용과 방향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에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 (가), (나)는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하겠다. 또한 ‘윤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개인 윤리적 관점과 사회 윤리적 관점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선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도를 가진다. 이를 위해 개인 윤리적 관점과 사회 윤리적 관점의 차이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조사ㆍ분석하고, 사회의 도덕성 제고를 위해 사회 윤리적 관점이 필요함을 인식한다.’ 라는 [생활과 윤리]의 성취기준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보인다. 문제가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개인적 자아 실현의 가치와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 등과 연결하여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차이점을 들어서 설명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는 국어과 교육과정 [문학]의 다. 문학과 삶 부분과 연관을 갖는다. 인물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그의 삶을 통해 제시문 (가), (나)에서의 핵심 개념인 ‘명예’와 ‘명성’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 중 소설의 주된 학습 목표가 인물, 사건, 배경을 파악하고, 특히 인물의 행동이나 태도, 삶을 통해 그 인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문학과목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적 요소를 문제로 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에 있어 제시문의 핵심 용어 두 개를 비교ㆍ분석하고, 각 제시문의 논지를 통해 제시문 (다)를 논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형은 [독서와 문법] ‘310422. 동일한 화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의 성취기준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개념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표현하고 있는 글을 읽고 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학생들이 고교 생활 동안 충분히 연습하고 접하는 형태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 개의 <제시문>에서 문제가 요구하는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글을 쓰는 활동은 국어과의 [화법과 작문]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여 글을 쓴다.’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 드는 문항 출제라고 판단된다.

[수준]

제시문 (가), (나)의 평이한 단어 수준, 문학 제시문인 (다)의 다소 낯선 몇 개(공적, 비문, 신지)의 한자어에 대한 한자 병기 및 단어 뜻풀이가 이루어지고 있어 단어 수준은 고등학교 1학년도 무난히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특히 문학의 경우는 <제시문>으로 나온 소설이 고등학교 1학년 국어에 수록된 경우가 많으므로, 그 소설의 한자어에 단어 뜻풀이가 제공된다는 것은 어휘나 문맥적 오류를 통한 학생들의 점수 손실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문장의 어려움이나 해석의 오류가 아닌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들의 다면적 사고를 의도하고 있는 대학의 출제의도를 알 수 있으며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학생들이라면 무난히 알 수 있는 평이한 단어와 명료한 문장으로 구성된 제시문이다.

◉ 선행학습 영향평가 위원 검토 의견

<문제 1>은 두 개의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고, 각 제시문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를 논하도록 제시되고 있다. 두 개의 제시문에서 ‘명예’와 ‘명성’을 다루고 있음을 밝혀 주고 있으며, 서로 다른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으므로 문제의 난이도는 매우 평이하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의 단어도 중학교 이상의 학생이라면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표현되어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문학 작품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출제 의도에 맞게 수정하여 학생들이 ‘명예’와 ‘명성’의 개념을 토대로 ‘황만근’의 삶을 명료하게 분석해 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논술고사보다는 고교에서 수행되는 ‘논서술형 평가’와 유사한 정도의 난도를 보인다고 판단된다.

[문제 2]

■ 입실교사(A) 검토의견

1. 제시문(라)에는 설문 응답항목 수치를 표현한 그래프가 등장한다. 이 문항에서 제시된 5가지 범례는 선행 문항인 1번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힌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와 (나)에서 분석한 ‘명예’와 ‘명성’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학생이라면, 범례 중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응답항목이 앞서 분석한 명예 및 명성의 특징과 일대일로 호응한다는 점을 눈치 챌 것이다. 선행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 알게 된 구체적 사회현상에 적용하여 그 의미를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 교과 교육과정(‘사회현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동기(원인)와 결과를 구분하고 이를 종합하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평가한다.’)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시각자료로 제시한 그래프의 수치와 변수가 단순하여 학생들이 자료 해석에 들이는 수고는 매우 작을 것이다. 학생들은 쉬운 독해와 빠른 요점 파악으로 절약된 시간을 ‘변화 양상 분석’과 ‘의미 해석’에 사용할 수 있다. 이때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초점은 ‘일과 직업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가치판단과 평가기준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학생들은 그동안 [사회] 교과 수업에서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활과 윤리] 수업에서 ‘직업 윤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탐구해왔기 때문에 주어진 자료를 통해 더 깊은 분석과 의미 해석을 무난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3. 1~2번 문항 총평

이번 논술문제는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쉬운 독해를 보장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분석과 논리적 전개에 따라 수준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 핵심개념도 쉽고, 제시문의 요점도 분명하다. 주어진 그래프는 중학교 수준의 학생도 큰 어려움이 없이 해석할 정도로 매우 쉽고 간단하다. 소설 ‘황만근’도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에서 고른 것인데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 번 더 재구성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제시문은 평이해졌고, 사고력은 중요해졌다. 각 제시문이 키워드와 다각도로 엮일 수 있도록 관련사항이 곳곳에 퍼져있는 문제가 되었다. 학생들은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 이해가 완료되었다면 자신의 논리구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답안의 수준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번 문제를 통해 암기 위주 보다 교육과정에서 강조했던 사고와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논술 문제라 평가하고 싶다.

■ 입실교사(B) 검토의견

[범위]

[독서와 문법] ‘310422. 동일한 화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의 성취기준에 언급된 것처럼 제시문 (가)와 (나)의 개념을 활용하여 제시문 (라)의 의미를 해석하는 문제이다. 이미 문제 1번을 통해 비교ㆍ분석한 개념을 활용하여 재구성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라)의 그래프 해석은 [화법과 작문] ‘31038. 시각 자료를 해석하여 핵심 정보로 내용을 구성하여 발표한다.’ 의 성취기준을 충족한다. 학생들은 학습의 과정에서 문자텍스트 뿐만 아니라 그래프, 도표, 영상 등의 시각 자료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 자료는 설명하는 내용을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 자료를 해석할 수 없다면 그 자료는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성취기준은 현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 2번은 학생들이 바로 그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다. 개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관점을 분석하고 그 관점을 바탕으로 그래프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고교 교육과정 안에 있는 학생들의 사고 범주 안에 속하는 것으로서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사고 훈련을 받은 학생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된다.

[수준]

제시문 (라)의 그래프는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그래프를 활용한 것으로, ‘4) 사회 윤리와 직업 윤리 -(라) 직업의 의의와 직업 생활의 윤리적 책임’ 단원에서 활용되었다. 학생들의 진로ㆍ진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증대되는 요즘, 직업 선택의 기준을 다룬 내용은 학생들의 수준에 매우 적합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직업선택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개인적 윤리의 관점(자아실현)과 사회적 윤리의 관점(호평, 명성)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학생들이 많이 고민해 보았을 내용이고, 고등학교 1학년 진로 과목 시간에 이루어지는 내용이므로 학생들의 수준에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단선적이고, 그래프에서 개념을 제시하는 방식도 (가)의 명예, 명성, (나)의 명예, 명성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혼란스럽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므로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학생들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평가해 낼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프의 단순함, 평이한 단어 사용, 학생들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인해 고등학교 수준의 학생이라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1~2번 문항 총평]

선행학습 영향 평가가 강화되면서 고교 교육과정을 토대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대학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고, 특히 올해는 그 정점이라 할 만한다. 우선 1) 단어와 문장의 수준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얼마 전까지 풀었던 수능특강의 [독서]지문의 수준과 연세대학교 논술 지문의 수준을 비교해 보면 명확한 차이가 느껴진다. 수능특강의 독서 지문의 수준은 이미 악명이 높다. 생경한 어휘와 몇 번 읽어야 의미를 알 수 있는 형식의 문장들도 많다. 그와 비교하면 이번 논술의 제시문은 외국의 저서를 번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1학년의 학생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매끄럽고 명료하며 쉽다. 이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낄만한 단어는 의미가 통하는 다른 단어로 대치하고, 문장은 최대한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윤문이 되어 있다. 또한 문학 작품의 단어의 경우, 의미를 혼동할 소지가 있는 단어는 모두 한자를 병기하거나 단어 풀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제시문을 읽어 내지 못하여, 혹은 잘못 읽어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차단하고 있다. 2) 학생들의 관심과 과업 발달 단계에 맞는 ‘직업 선택’과 관련한 제시문을 문제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업과 관련한 내용은 사회과와 도덕과에서 모두 성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고, 진로 교육에서도 관련 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지므로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개념과 내용으로 지문 난이도가 상당히 낮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문학 지문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고교 교과서 3종과 기타의 참고서에서 여러 번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낯익은 제시문이었을 것이고, 제시문과 문학 작품을 관련시켜 해석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문학 작품을 보다 명료하고 선명하게 일부 윤문하여 학생들의 문제풀이를 돕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3) 문제풀이의 과정에서 독해력, 비교분석력, 논리적 글쓰기, 자료 해석 능력 등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료하고 인접성이 높은 제시문을 통해 학생들의 지문 접근성을 높이고, 문제 요구 조건(분석, 비판, 자료 활용)과 사고의 방향이 일치하여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하기에 어려움이 없었으리라 판단된다.

◉ 선행학습 영향평가 위원 검토 의견

두 개의 제시문의 개념을 활용하여 그래프를 해석하는 문제이다. 그동안 연세대학교에서 출제되었던 문항의 형태와 동일한 유형으로 학생들이 긴장을 풀고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1번 문항에서 분석한 개념을 활용하여 그래프를 분석하도록 하고 있어, 문항 간의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사고의 연장과 확장을 유도한다. 그래프의 수치나 요소들이 매우 명확하여 학생들이 실수를 하거나 당황하여 오답을 작성할 확률을 줄이면서도 제시문의 개념들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여 학생들의 사고력 측정에 매우 적합한 문항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