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다음은 개인과 사회 간의 갈등을 다룬 글이다.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 (1,000±100자, 60점)

제시문 [가]

내가 도로세를 내지 않으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질 나쁜 피통치자가 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를 후원하는 문제에 대하여 말하자면, 나는 지금 동포들을 계몽시키는 데 내 몫을 다하고 있다.

나는 세금 고지서의 어떤 특정한 항목에 대해 납세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정부에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실질적으로 거기에서 물러나 따로 서 있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내가 낸 돈이 총이나 총을 쏠 사람을 사지 않는 한 그 돈의 행방을 구태여 추적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 자체는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충성심이 어떤 결과를 맺는지 추적하는 일에는 관심을 갖고 있다. 사실상 나는 조용히, 내 고유의 방식으로 정부에 대해서 선전포고를 하는 바이다. 비록 이런 경우에는 흔히 그렇듯이 가능한 한도에서 계속 정부를 이용하고 그 혜택을 이용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주 정부에 동조하는 뜻에서 나에게 부과된 세금을 대신 낸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세금을 낼 때 했던 일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정부가 행하려고 마음먹는 것보다 더 큰 불의를 행하라고 정부를 부추기는 짓이다. 만일 세금을 부과받은 개인에 대한 그릇된 호의로, 그 사람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감옥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을 대신 문다면 그것은 그들의 사사로운 감정이 공적인 선(善)을 얼마나 훼방하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의 나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쓸데없는 고집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지나친 존중 때문에 잘못 치우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행동만을, 또 그 시점에 충실한 행동만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나]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 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중 략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제시문 [다]

누구나 시민의 불복종을 실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려면, 먼저 국가의 모든 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진해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법을 어겼을 때 받는 벌이 무섭기 때문에 그 법을 지킨다. 도덕률*에 관계되지 않는 법인 경우에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정직하고 점잖은 사람이라면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거나 말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도 어두워진 후에는 자전거의 전조등을 켜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무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실 그 점에 좀 더 주의하라고 친절히 일러 주는 말조차 잘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의무적인 규칙도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에 당할 수 있는 고소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마지못해 하는 복종은 사티아그라하**를 하는 데 필요한 자발적인 순종은 아니다. 사티아그라하를 하는 사람은 사회의 모든 법을 이지적으로, 또한 자기의 자유 의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킨다. 이와 같이 사회의 모든 법을 성실히 지키고 난 후에야 누구나 어떤 법이 선하고 옳으며, 어떤 법이 사악하고 부당한지 능히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직 그런 다음에야 어떤 특정한 법에 대해 명확한 조건 아래서 시민의 불복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그에게 부여된다.

내 잘못은 이처럼 사티아그라하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한계를 잘 알지 못한 데 있었다. 나는 씨ㅇㆍㄹ***들이 이러한 자격을 스스로 갖추기 전에 시민의 불복종에 나서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잘못이 내가 보기엔 히말라야같이 큰 것이었다. 케다 지방에 들어서자마자 케다 사티아그라하 투쟁의 지나간 기억들이 내 마음속에 떠올랐고, 그렇게 분명한 것들을 내가 왜 인식하지 못했던가 의아스러웠다. 씨ㅇㆍㄹ들이 시민의 불복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려면, 그것이 속에 품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난 다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 규모로 시민의 불복종을 다시 행하려면 먼저 사티아그라하의 엄격한 모든 조건을 철저히 이해하는, 잘 훈련되고 순결한 심정을 가진 사람의 무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 도덕률: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는 보편타당한 법칙

** 사티아그라하: ‘사티아(Satya)’는 진리를, ‘아그라하(Agraha)’는 확고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티아그라하라는 말 자체는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 혹은 ‘진리의 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 씨ㅇㆍㄹ: 민(民) 또는 민중(民衆)을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문제 2] 제시문 [가], [나], [다]를 모두 활용하여 <보기>의 광고에 담겨 있는 메시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800±80자, 40점)

<보기>

제시문 [가]

모든 사회가 직면하는 경제 문제는 희소성에서 비롯한다. 희소성이란 사람들의 욕구는 무한한 데 비해서 욕구를 채워줄 재화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절대적인 개수가 아니라 상대적인 의미에서 희소성을 정의한다. 어떤 재화가 아무리 많더라도 사람들의 욕망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면 그 재화를 희소한다고 한다. 반대로 재화의 개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사람들이 그 재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 재화를 희소하지 않다고 말한다. 욕구에 비해 자원이 한정된 상태 즉 자원의 상대적 희소성 때문에 개인과 사회는 모두 경제 문제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바닷가에 별장을 가지고 싶어 해도 땅과 건축 자재가 충분하지 않다. 또한 정부는 한정된 세입으로 경제 성장을 위한 사회 간접 자본에 투자해야 할지,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 보장 제도를 확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사람들은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업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업이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힘든 사업을 하는 것은 사업 성공 시 발생하는 이윤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 상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 생산하고자 노력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성공할 경우 기업의 이윤이 증가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해 소비할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근로자는 승진 기회나 더 많은 보수를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며 그 결과 창의력이 발휘되어 생산성이 향상된다. 이처럼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유로운 개인의 이익 추구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제시문 [나]

A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A사 살균제를 사용한 가정에서 어제까지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오늘 추가로 ○명의 사망자가 생기면서 사망자는 총 ○○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영유아라는 점이 시민들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A사가 사고 발생 후에도 이번 피해는 자사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A사는 자사 제품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국과수의 발표 이후에도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실험자를 매수하여 실험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추가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정확한 실태 조사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뒤늦은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A사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B씨의 딸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후 B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호소하였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정부 당국은 제품에 대한 정밀조사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고 시간만 지체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 사이 A사 측이 대형 로펌 변호사를 고용하여 사태 확산을 막았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더욱이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한 이후에도 A사 가습기 살균제가 대형 쇼핑몰과 동네 슈퍼에서 버젓이 판매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시문 [다]

레 근교의 마을에서는 지난 2년 사이 마을 공동체와 가족들 사이의 분쟁과 반목 현상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나는 스카라 마을 주민들이 수로의 물을 분배하는 문제를 놓고 심하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예전에는 그런 정도의 것은 지역의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였다.

상호 협동의 정신이 멀리 있는 외부 세계의 통제력에 의해 밀려남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때에도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에 수동적인 태도와 무기력함이 파고든다. 사람들은 개인의 책임 의식을 포기하고 있다. 전통 마을에서는 관개 수로의 보수는 공동체 전체가 분담하여 처리하던 일이었다. 수로에 누수가 생기는 경우 지역 주민들은 곧바로, 자발적으로 삽을 들고 현장에 모여 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런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그것을 고쳐 놓을 때까지 방관하기만 한다. 정부가 자신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 줄수록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태도가 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나는 누를라라는 마을에 세워진 수력 발전소에 대해 정부 관리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물레방아는 그렇게 정성스럽게 관리를 하던 사람들이 이 발전소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거예요. 올해 초여름에 터빈에 돌이 들어가 발전기가 고장이 났는데도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기가 끊긴 거예요.”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문제 1]

1. 출제 의도

1. [문제 1]은 개인의 신념이 기존 사회와 갈등을 일으킬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 방식을 파악하고 대응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히 찾아 그것을 명확하게 서술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문제이다.

2. 제시문 [나]와 [다]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글이다. 중요한 것은 대입 논술에서 ‘비교’하라는 문제의 요구사항(공통점과 차이점 서술)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한 내용을 정확한 문장과 체계적 구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3. 세 제시문의 공통점은 불의(不義)한 사회에 대한 저항 혹은 불복종의 대응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4. 세 제시문의 차이점을 서술하려면 차이를 나누는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 세 제시문을 나누는 기준으로는 법질서 순종 여부, 내(면)적 불복종의 실천(행동) 여부, 불복종의 주체가 개인이냐 집단이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제시문의 차이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 차이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ㆍ제시문 [가]는 기존의 법질서에 순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제시문 [나]와 [다]는 기존의 법질서에 순종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ㆍ제시문 [가]와 [다]는 내(면)적 불복종 의식을 불복종 실천(행동)으로 표출한다.

ㆍ제시문 [가]와 [나]는 개인적 불복종의 대응태도를 보이는데 반해 제시문 [다]는 집단적 불복종의 대응태도가 필요함을 말한다.

6. 답안 작성을 위해서는 제시문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능력, 제시문에서 핵심 개념을 추출하는 능력, 추출된 핵심어를 중심으로 제시문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2. 문항 해설

제시문 [가]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에서 발췌한 글이다. 소로우는 자신이 낸 세금이 전쟁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납세의 거부를 통해 불의한 정부에 대한 불복종을 선언하고 있다. 소로우의 불복종은 개인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는 점, 저항 의식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시문 [나]는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일부분이다. 화자는 독재 권력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과 약자에게만 분노를 표출하는 태도를 자조하며 비겁한 자신에 대한 고뇌를 드러낸다. 의식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는 점, 집단이 아니라 개인적 저항의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 [다]는 간디의 불복종 운동의 기본정신과 주요 개념을 설명하는 글이다. 현존하는 법에 대한 존중이 불복종 실천의 조건이라는 간디의 불복종 사상을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제시문을 통해 불복종은 집단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저항 의식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세 제시문은 모두 사회에 대한 개인의 불복종 혹은 저항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과 사회 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방식의 차이를 찾아내어 차이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한 후 차이점을 분명하게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3. 채점 기준

[문제 2]

1. 출제 의도

[문제 2]는 광고를 제시문의 내용과 연결하여 분석하고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추출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1. 겉으로 보기에 광고의 이미지와 제시문 간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인다. 거리가 멀어 보이는 광고와 제시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는가를 통해 학생들의 독해력과 사고력을 묻는 것이 출제의 핵심이다.

2. 주어진 광고는 벌목된 거대한 나무의 단면과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의 대비를 통해 환경 파괴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 문제 해결의 요점은 이러한 위기가 인간의 무분별한 벌목에서 비롯되었음을 광고에서 읽어내는 데에 있다. 벌목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이윤 추구 행위’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광고와 제시문 [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행위는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러한 목표는 인간 바깥의 외부 환경을 모두 이윤을 위한 도구로 보는 태도를 정당화한다. 주변 환경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보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의 영향을 추가한다면 양자의 연관성을 더욱 분명하게 서술할 수 있다.

3. 제시문 [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가상 기사이다. 제조사는 자사의 제품 결함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부인하고 피해를 은폐, 축소하려는 태도로 일관한다. 즉 가습기 제조사는 소비자의 죽음보다는 회사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생명조차 하찮게 여기는 기업에게 외부 환경은 이윤 추구를 위해 희생되어도 무방한 도구일 뿐이다. 이 점을 [나]의 내용에서 추출하여 환경 파괴의 원인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불법적 행위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정부의 대응자세가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찾아내면 더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4. 제시문 [다]는 광고의 메시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다]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와의 연관성을 놓고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관개 수로의 보수라는 문제의 ‘내용’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개인들의 ‘태도’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부에 전가하는 개인의 태도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광고와 [다]의 연결고리가 마련된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기만 하는 개인의 무책임한 태도가 환경 파괴를 심화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5. 정확한 답안 작성을 위해서는 기호의 의미 해독 능력, 광고의 메시지를 주어진 제시문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능력, 세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2. 문항 해설

제시문 [가]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서 시장경제 체제의 운영원리를 설명하는 글이다. 자원의 희소성이 개인과 사회를 경제 문제에 직면케 하고 개인과 기업은 자신의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와 보기의 환경 파괴 문제를 연결하려면 이윤 극대화 욕구가 주변 환경을 이윤 획득을 위한 도구로 본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문 [나]는 가습기 살균제가 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건을 다룬 가상 기사이다. 제조사는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이 아니라 사건의 은폐, 피해의 축소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 이윤을 위해서는 어떠한 악행도 서슴지 않는 기업의 행태,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서 환경 파괴를 심화하는 요인을 찾는 것이 요점이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고전 교과서에 실린 「오래된 미래」에서 뽑은 글이다. 책임감 있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 뒤늦게 개입하는 정부의 태도는 발생한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 [가]에서 자연을 도구로 보는 이윤 추구 동기가 환경 파괴의 뿌리이고 [나]와 [다]를 통해 개인, 기업, 정부가 환경 파괴를 심화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3. 채점 기준

예시 답안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는 모두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태도를 다루고 있다. 세 제시문 모두 불의한 사회에 대한 불복종 혹은 저항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갈등에 대한 대응방식을 분석해 보면 세 제시문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우선 개인적 대응/ 집단적 대응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가]와 [나]는 개인적 차원의 불복종을, [다]는 집단적 차원의 불복종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에서 화자는 전쟁 자금으로 세금을 쓰는 국가의 정책에 선전포고를 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저항의 태도를 취한다. ‘자신에게 충실한 행동’이라는 표현으로 보아 화자의 불복종은 개인적 결단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나]에는 불의한 권력자에게는 저항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만 화를 내는 화자가 등장한다. 화자는 비겁한 자신의 소시민성을 자조하는 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불복종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 또한 개인적 차원의 저항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다]는 불복종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불의와의 타협 거부는 집단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 [나]와 구별된다.

다음으로 불복종 실천 여부를 놓고 볼 때, [가]와 [다]는 불복종을 실천으로 옮겼지만 [나]는 불복종 의식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에서 화자는 불의를 요구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복종 의식을 “충실한 행동”으로 이행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가 실천을 중시한다는 점은 “사티아그라하”에 잘 드러나 있다.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의미하는 이 용어를 통해 화자는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나]의 화자는 자유를 탄압하는 사회에 저항하는 불복종 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내면적 의식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고 시를 통해 드러낸다. 이렇게 볼 때 [가], [다]는 내면적 불복종 의식을 외적 행동으로 표출했지만 [나]는 행동이 아니라 시라는 허구적 세계를 통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024자)

[문제 2]

<보기>는 환경 파괴가 낳은 비극적 장면을 보여준다. 잘려진 나무의 단면과 사람의 위태로운 모습의 대비는 환경 파괴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임을 암시한다. [가], [나], [다]는 이러한 환경 파괴의 원인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을 시사한다.

우선 [가]에서 우리는 심각한 환경 파괴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가]는 희소성을 둘러싼 경제활동이 이윤 추구 동기를 기초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이윤 추구 활동은 경제성장의 기초이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 욕구는 자연을 도구로 보는 태도를 정당화하고 이는 심각한 환경 파괴를 야기했다. <보기>의 광고는 자연을 한낱 이윤을 위한 도구로 보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전해준다. [나]는 기업과 정부가 환경 문제를 심화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 A사는 소비자의 죽음보다는 피해의 최소화에만 관심이 있다. 생명조차 하찮게 여기는 기업에게 자연은 희생되어도 무방한 소모품일 뿐이다. 문제가 심각해진 후에야 뒤늦게 개입하는 정부 또한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무책임한 태도도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는 점을 [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에서 마을 사람들은 문제가 생겨도 정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개인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문제 해결에 스스로 나서지 않는 한 환경 파괴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보기>는 환경 파괴의 원인과 환경 파괴의 심화 요인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면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의 태도 변화, 개인과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라 할 수 있다. (815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