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열 1회차 공통문항]

〈가〉

우리 모두는 이 세계와 삶, 경제, 투자, 경력 등에 대해서 이론을 세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뭔가 가정을 세우지 않고는 일이 안 되는 것이다. 평생 동안 ‘인간은 선하다’라는 이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 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은 악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 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박애주의자이든 인간혐오자이든 ‘확인되지 않은 증거’는 걸러내고, 대신 자신들의 세계관을 입증해 주는 수많은 증거들만 간직할 것이다. 점성가나 경제전문가들도 그와 같은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너무나 그럴 듯해서 그 말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마치 자석처럼 강하게 끌어당긴다. 예를 들어 “다음 주에 당신은 서글픈 순간들을 겪게 될 겁니다.”라든가, “중장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평가절하 압박이 증가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평상시라면 아주 사소하게 넘겼을 일들도 점성가가 예언한 ‘서글픈 순간’으로 인식하게 되고, 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그만둘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확인되지 않은 증거들일 뿐이다.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정보들을 배제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이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후로는 그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만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그리고 모든 징후는 전략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낙관적인 것으로 찬사를 받는다. 그와 반대되는 상황 증거들은 전혀 눈에 띄지 않으며, 혹시 발견되더라도 특수한 경우 또는 통제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는 말로 무시되고 만다. 다시 말해 그 이사회는 ‘확인되지 않은 증거’에 대해서는 몽매한 것이다. 경제 저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장 심하게 경험한다. 그들은 종종 어떤 값싼 이론을 하나 세우고 거기에다 서너 개의 증거를 찾아 덧붙인다. 그러고 나면 그들의 기사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은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정립해 영유함으로써 성공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다면, 그와 비슷한 기업 문화를 갖고 성공한 두세 개의 다른 회사들을 찾아낸다. 그러나 그들은 그 반대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문화를 장려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회사들이나 승승장구하지만 창의적인 문화를 장려하지 않는 회사들을 찾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 들어 맞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런 회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내가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읽는 것은 책이지만 내가 주목하고 있는 대상이나 내가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정보는 그 책의 의미이다. 다시 말해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단어를 만들지만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다고 하는 것은 그 책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것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실제로 보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들 지식의 일부가 되는 것은 우리가 보는 것의 의미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의미 있는 지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예외 없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본 것의 의미이기도 하다.

통상 경험주의자들에 따르면 감각 자료(sense data)는 지식의 확고한 기반 구실을 한다. 만일 경험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감각 자료가 지식의 확고한 기반 구실을 한다고 하면, 모든 감각 자료는 동등하게 중요해야 하며, 지식에서 동등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감각 자료를 구별하거나 선택하기 위해서 호소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지식 차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음은 명백하다. 나는 나의 일상적인 경험과 활동 중에서 끊임없이 시야에 나타나고 귓전에 울리는 소리 중에서 오직 일부만을 의미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나는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감각만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운전을 하는 경우 나는 다른 차, 교통 신호, 보행자, 도로 표지판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도로변의 가로수, 도로 이면의 작은 홈, 바람막이에 붙은 먼지, 나의 안경 렌즈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렇게 나의 지식은 감각 자료보다 더 앞선다. 왜냐하면 어떤 감각 자료에 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어떤 감각 자료가 무의미한 것으로 무시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지식은 관찰된 감각 자료보다 더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다〉

자신의 가치론적 의지 없이 세계 자체의 실상 그대로에 반응하는 방식을 노자는 ‘무위(無爲)’라고 표현하였다. ‘무위’의 반대말은 ‘유위(有爲)’이다. 유위란 이념이나 신념과 같은 가치론적인 어떤 근거를 가지고 세계와 관계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따라 이 세계를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계를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사람에게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세계에 부과하려고만 하고 세계의 변화 자체를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변화에 적절한 반응을 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을 항상 이긴다. 보이는 대로 보고 세계에 반응한다는 것은 세계의 변화에 딱 맞게 반응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의 힘이다. 이 ‘무위’의 힘을 지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본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은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계속 쌓이는 이 지식과 경험을 부정하고 없애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또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지식과 경험에 지배되지 않은 눈으로 세계를 보라는 뜻이다. 지식과 경험은 이미 하나의 관념체계로 형성된 것인데, 그것은 형성되는 순간 고집스러운 것으로 변하고 부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거기에만 의존하면 세계 전체의 실상이나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지식이나 경험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말은 어찌 보면 지식과 경험을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말도 될 것이고, 지식과 경험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다는 말도 될 것이다.

1. 〈나〉를 이용하여 〈가〉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다〉의 논지를 바탕으로 서술하시오.(1000±100자)

해설

1. 제시문 요지

〈가〉 : 롤프 도벨리, 『스마트한 생각들』 중, 〈확증 편향〉에서 발췌

〈가〉는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이기적 편향성에 대하여 설명한다. 누구나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나, 미리 정해놓은 결론이나, 세상을 보려고 하는 관점에 의해서 유리한 증거(정보)만을 찾으려하고, 불리한 증거(정보)는 배제하려는 성향이 있고, 이러한 성향은 집단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나〉 : 해롤드 브라운, 『새로운 과학철학』 에서 발췌 후 재구성

〈나〉는 인간은 외부감각 정보를 받아들일 때에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하여 받아 들이는 성향이 있음을 설명한다. 외부 정보를 지각할 때 미리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만을 택하여 지각하는 인간의 성향은 기본적인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경험주의자들이 강조하는 모든 감각자료를 동등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와는 달리 인간의 자연적 성향이라는 것이다.

〈다〉 : 최진석,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중, 〈보여지는 대로 보라〉에서 발췌 후 재구성

〈다〉는 노자의 무위(無爲)철학을 유위(有爲)철학과 비교하여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무위의 핵심은 ‘내가 정해놓은 틀’에 의해 보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 보기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 신념, 경험, 지식은 자칫 ‘있는 그대로의 세상’ 보기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은 반대 면을 고려하지 않고 일면만을 보는 한계가 있기에 경계를 해야 사물과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나친 자기 확신이나 신념은 그 반대 면을 못 보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입견, 편견을 줄여야 온전한 정보선택이 가능함을 나타낸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인문계열 1회차 공통문항은 ‘편견’, ‘편향성’ 문제와 관련하여 제시문들 간 상호관련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도록 논제를 구성하였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자기 관점이나 가치관에 의해서만 세상을 보려하고, 판단하는 선택 지각 이론과, 의사결정과정과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편향성 사례,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노자의 무위철학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볼 수 있는 제시문으로 구성하였다. 제시문을 통해 편향성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편향성의 결과로 생기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부정적 측면을 추론하고, 결론적으로 노자의 무위 철학을 바탕으로 편향성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비판적으로 사고해 보도록 하는데 출제의도가 있다.

논제는 우선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보다는 미리 정해놓은 결정이나 가치관(프레임)에 따라 유리한 정보를 추구하고, 불리한 정보는 배제하는 편향성을 드러내는 〈가〉의 사회 심리적 현상과, 인간은 외부 감각자료를 받아들일 때 외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가진 지식을 활용하여 필요한 감각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지각한다는 〈나〉의 이론적 틀을 가지고 〈가〉 현상을 해석하도록 한다. 이어서 〈가〉의 편향성이 드러내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의 노자의 무위(無爲) 철학, 즉 ‘보고 싶은 대로’ 보려고 하지 말고 (주관적 경험과 지식에 의존) ‘보이는 대로 보기’에 의해 늘 객관적인 정보를 모아 결정이나 판단을 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제시문으로 구성하였다.

이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론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제시문 〈가〉의 편향성이 드러나는 방식과 문제점에 대해 이해하고, 〈나〉지문이 설명하는 이론적 논지에 대하여 이해해야 한다.

- 〈가〉에서는 사람들이 가치관이나, 각자의 신념에 의해서 세상을 보려고만 하고, 거기에 맞추어 정보를 모으고, 가치관이나 신념에 맞지 않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배제하는 편향심리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편향성에 의해 기업의 정책 의사결정이나, 언론의 뉴스보도가 객관적이지 않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편향성의 문제는 유리한 정보만을 채택하고, 불리한 정보는 배제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사실적인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함으로써 집단이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생물학적, 인지적으로 외부의 모든 감각정보를 다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만 택하여 선별적으로 지각하는 성향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경험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보통 인간이 외부감각을 선택적으로 지각하는 성향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제시문 〈나〉를 가지고 〈가〉의 현상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나〉의 인간이 가진 선택적 지각 성향이론으로 〈가〉에서 나타나는 편향적 정보 선택 현상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정보를 택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내는데 〈가〉 지문에서의 기준은 나에게 유리한 정보인지 불리한 정보인지가 기준이기에 집단차원, 사회차원에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유불리 기준에 의한 선택적 정보는 객관적, 정확한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다〉에 제시된 노자의 무위의 논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 〈다〉의 노자의 무위철학은 개인이 가진 신념이나, 가치관과 같은 미리 정한 관점에 의해서 세상을 보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것을 강조한다. 즉 최대한 개인의 주관적 선입견이나, 경험, 지식, 편견이 세상을 올바로 보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게 하라는 가르침을 이해해야 한다.

넷째, 〈다〉의 논지로 〈가〉의 문제 해결방안을 서술해야 한다.

- 〈다〉의 논지로 〈가〉에서 나타나는 편향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 개인 혹은 집단차원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시, 개인이 가진 선입견, 신념, 가치관, 경험, 사전지식으로만 바라보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하거나, 내가 보려고 하는 현상의 반대 사례를 늘 고려하면서 결정을 하거나, 언론보도를 한다면 오류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3. 답안 구성요소

■답안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내용이 질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는가

둘째, 각 지문의 논지를 활용하고 상호 연결 지어 질문에 답하고 있는가

셋째, 답안의 구성이 논리적인가

넷째, 언어 사용이 명확하고 표현력이 있는가

■답안의 내용은 다음을 포함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인간이 가진 편향성 심리가 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

: 제시문 〈가〉에서 제시된 편향성에 대한 이해 여부

• 인간은 누구나 개인이 가진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 인간은 자기가 정해놓은 관점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는데 개인이나 조직에 유리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배제한다.

• 기업 이사회 정책결정에서도 이미 정해놓은 결론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보려고 하고 반대되는 증거는 배제한다.

• 언론보도 뉴스에서도 정한 논조(프레임)에 따라 논조에 부합하는 사례들만 포함시키고 반대사례들은 배제한다.

▶ 〈가〉는 인간은 누구나 편향성이 있으며 이러한 편향성으로 인해 조직 의사결정이나, 언론보도에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 저자의 논점을 가지고 〈가〉 현상을 적용하였는지 여부

: 〈나〉 저자는 외부정보를 선별적으로 지각하는 성향이 있으며 이러한 견해는 경험주의자들의 견해와는 대조된다. 선별적 정보지각은 나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만을 지각하는 성향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외부의 감각자료는 객관적으로 보면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인간은 외부감각자료 중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만을 선별하여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이다.

•내가 가진 지식, 이론체계에 의해 외부 정보를 선택하여 지각하는 성향은 근본적인 성향이다.

▶ 〈나〉는 인간은 사전에 가진 이론이나, 지식체계 기준으로 거기에 맞는 정보만을 채택하는 성향이 있고, 〈가〉에서 편향성도 결국 이 같은 이론적 성향에 의해 일어나는 것인데, 〈가〉의 문제현상은 ‘개인과 조직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라는 기준에 의해 정보를 선택하고 배제하는 특징을 보인다.

제시문 〈다〉의 논지를 파악하고 〈가〉와 연결하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여부

: 〈다〉는 세상과 사물을 볼 때 관점에 의한 ‘보고 싶은 대로 보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보기’를 강조한다.

• ‘내가 보고자 하는 면’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오류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 의사결정을 할 적에 내가 가진 이념, 신념, 가치관, 경험, 지식이 미치는 선입견적인 시각을 최소화한다면 조직 내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언론은 뉴스보도를 할 때도 미리 정한 논조, 주제에 따라 자기 논조에 유리한 증거만을 수집하지 말고, 해당 주제와 반대되는 사례를 동등하게 주목한다면 보다 객관적인 뉴스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다〉는 개인이나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기적 편향성을 줄이고 문제나 현상에 접근한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4. 모범답안 예시

〈나〉에 나타난 인간의 기본적 성향은 누구나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나, 선험적 지식, 미리 정해 놓은 결론에 맞게 외부 정보를 선택적으로 지각하는 편향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나〉의 경험주의자들에 의하면 개인이 가진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여 지각하는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에서 인간의 이러한 편향성은 때로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관찰을 하거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미리 정해놓은 목적(결정)에 따라 개인(조직)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하고, 불리한 정보는 배제한다면 기업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정확하지 않은 언론보도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편향성의 문제는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정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보도와 같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에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편향성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현상을 기술하거나,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손실을 겪거나, 대중은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결국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나 선입견으로만 현상을 관찰하면 보고 싶은 대로만 보려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이러한 문제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이나, 그릇된 정보전달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의 무위철학은 하나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무위철학은 개인이 가진 선입견이나 경험, 신념, 가치관에 의해 ‘보고 싶은 대로 바라보기’(유위)로 외부정보를 지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대되는 정보, 나와 견해를 달리하는 측면,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며 무위의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언론보도와 같은 정보전달은 보다 정확해질 수 있다.

인문계열 1회차 계열문항

〈가〉

대부분의 민족은 ‘자기’를 세계의 중심에 둔다. 그리고 중심에 놓여진 ‘자기’는 세계의 주변에 위치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투영하여 그 주변적 세계를 ‘타자’로 구축하고, 동시에 그 ‘타자’와 대립하는 존재로 긍정적인 ‘자기’ 상(像)을 획득해간다. 즉 어떤 민족 속에서 ‘타인’의 상을 구축하는 것과 ‘자기’ 상을 획득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인 과정이다.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타자’에게 투영되는 이미지는 ‘자기’와 상반되고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부정적인 ‘자기’의 이미지로서, 실제는 ‘자기’의 무의식 내부에 억압되어 있는 이미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해석이라는 행위를 매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 ‘타자’란 어디까지나 구축되는 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구축된 상으로서의 ‘타자’는 ‘타자’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의 정체성 획득을 위해 자의적으로 구축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실체를 반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타자’는 어떤 이미지를 어떤 배열 속에서 이용하는가에 따라 특정 지역, 특정 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자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치 19세기 말 서구가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비(非)서구를 자신들의 ‘빛’과 대조적인 ‘어둠’으로 정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각 지역과 시대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구성된 ‘타자’에 대한 허구는 일단 성립되면 그 자체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힘을 띠게 된다. 적어도 그런 방식으로 서구는 ‘빛·문명’이 ‘어둠·야만’을 정복한다는 ‘진보’의 관념 아래 비 서구에 대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정당화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 계속되어왔다.

〈나〉

우리 일본의 국토는 아시아에서도 동쪽에 있지만 국민의 정신은 이미 아시아의 고루한 태도를 벗고 서양 문명으로 옮겨 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웃에 지나(支那)와 조선이란 나라가 있다. 이 두 나라 인민은 옛날부터 아시아적 정교풍속(政教風俗)에 의해 길러진 점에서는 우리 일본 국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종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유전 및 교육 방식이 달라서인지 같은 정교풍속 안에 살았지만, 일본·지나·조선 세 나라를 서로 비교해 보면, 지나와 조선이 서로 닮았으되, 두 나라가 일본과 닮기는 그보다 훨씬 덜하다.

이 두 나라는 개진(改進)의 길을 알지 못하고 그저 고풍스런 구습에 연연해한다. 또한 교육이라 하면 수천 년 전과 달라진 바 없이 그저 유교주의를 칭할 뿐이다. 나아가 겉보기의 허식에만 집착할 뿐, 진리 원칙의 식견이 부재하고 그들이 자랑으로 아는 도덕조차 땅에 떨어져 파렴치가 궁극에 달해 자성(自省)의 태도라곤 전혀 없는 상태이다. 내가 이 두 나라를 보면 지금과 같은 문명 동점(東漸)의 조류 속에서 아마도 독립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우리 명치유신과 같이 정치를 개혁하여 인심을 일신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수년 이내에 망국이 되고, 그 국토는 서양 제국에 의해서 분할될 것이 틀림없다. …(중략)…

지금의 지나와 조선은 우리 일본국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인의 눈에는 삼국의 지리가 서로 접하고 있기 때문에 삼국을 동일시하고 지나와 조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우리 일본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와 조선의 정부가 고풍의 전제(專制)에 있어 법률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서양인은 일본도 역시 법률이 없는 국가라고 의심하고, 지나와 조선이 과학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서양의 학자는 일본도 역시 음양오행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지나인이 비굴하고 수치심이 없기 때문에 일본인의 의협(義俠)도 평가를 못 받고, 조선국이 사람을 형벌할 때 잔혹하기 때문에 일본인도 역시 무정할 것으로 추정하는 등 일일이 다 들 수 없을 만큼 사례가 너무 많다.

〈후쿠자와 유키치 - 탈아론(脫亞論, 1885)〉

〈다〉

우리는 어둠의 심연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 들어갔네. 그곳은 아주 고요했다네. 밤이면 때때로 장막 같은 숲 뒤 편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강*을 거슬러 올라왔고, 그 소리는 동이 트는 순간까지 우리의 머리 위를 떠돌 듯 허공에 아련히 걸려 있었네. 그 소리가 전쟁을 의미하는 것인지, 평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네. …(중략)…

우리는 선사 시대의 땅을, 미지의 행성 같은 모습을 한 땅을 여행하는 방랑자였네. 그러나 강굽이 하나를 겨우 돌아 나왔을 때, 축 늘어져 미동도 않는 무거운 잎사귀들 아래로 골풀 울타리, 뾰족한 초가지붕들, 터져 나오는 함성, 휘두르는 검은 팔다리들, 손뼉 치는 무수한 손들, 쿵쿵거리며 구르는 발들, 흔들리는 몸통들, 휘둥그레진 눈알들이 언뜻 보였다네. 사악하고 불가사의한 이 광란의 가장자리를 따라 증기선은 천천히 힘들게 나아갔지. 이 선사시대의 인간이 우리를 저주하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기도하고 있었는지,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주위 환경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정상인이 정신 병원에서 일어난 격렬한 폭동을 대할 때 그렇듯, 궁금해 하면서도 내심 겁에 질린 채 유령처럼 미끄러져 지나갔다네. 우리는 그들과 너무 멀어져 버렸기에 이젠 이해할 수 없었으며, 태초의 밤을, 아무런 흔적도 기억도 없이 사라져 버린 시대를 여행하고 있었기에 기억할 수 없었던 것일세. 그 땅은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네. 우리는 정복당한 괴물이 족쇄를 찬 광경에는 익숙해 있네만, 그곳에는, 그곳에서는 어떤 흉악한 것이 자유롭게 설치는 것을 볼 수 있었네. 그것은 이 세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도…… 아니야,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곤 할 수 없었네. 실은 그것이 제일 고약한 일이었네. 그들도 어쩌면 인간일지 모른다는 의심 말일세.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지.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 펄쩍펄쩍 뛰고, 빙빙 돌며 무시무시한 인상을 썼는데, 우리를 전율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도 자네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 즉 이 야성적이고도 격렬한 소란이 우리와 아무 관련 없진 않다는 생각이었네. 흉측했네. 그래, 정말 흉측한 생각이었지만, 자네들이 사나이라면, 그들이 내지르는 무서우리만치 가식 없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자네의 내면에서 약하디 약한 호응이 있었음을, 즉 자네들도, 태초의 밤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떨어진 자네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의미가 그 야만적인 소리에 담겨 있다는 의구심이 어렴풋하게 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단 말일세. 부인할 이유가 있을까? 인간의 마음은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은가? 모든 것이, 모든 미래와 모든 과거가 다 거기에 있네. 어떤 것들이 있냐고 기쁨, 공포, 슬픔, 헌신, 용기, 분노. 누가 알겠는가? 진실, 시간이라는 외투를 벗은 진실. 바보들은 입을 쩍 벌리고 두려움에 떨겠지만, 남자라면 알고서도 눈 한번 깜짝 않고 쳐다볼 수 있겠지.

〈조셉 콘라드 - 어둠의 심연(1899)〉

* 아프리카 오지의 콩고강

2. 〈가〉를 활용하여, 〈나〉의 내용을 비판하고 〈다〉 소설의 화자가 갖는 ‘타자’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시오. (1000±100자)

인문계열 1회차 계열문항 해설

1. 제시문 요지

〈가〉 : 고바야시 야스오 외 16인, 「지의 논리」에서 발췌 후 재구성

〈가〉는 ‘타자’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민족의 자기 인식 과정의 논리적 특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대부분의 민족은 타자에 대하여 자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투영하고 그것에 대립하는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 따라서 우리에게 인지된 ‘타자’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자의적 허구적 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빛/어둠, 문명/야만 등의 이분법에 기초한 계몽주의, 진보의 이념은 이와 같은 민족의 자기 인식 과정의 논리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것, 나아가 그것은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었다는 것 등이 〈가〉의 주된 논지이다.

〈나〉 : 후쿠자와 유키치, 「탈아론(脫亞論)」(『時事新報』, 1885. 3.16)에서 발췌 후 재구성

〈나〉는 일본 근대 개화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이른바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을 주장한 신문 사설의 일부분이다. 〈나〉에서 주목할 점은 필자가 일본을 서구와 동등한 문명 세계에 위치시키기 위해 이웃나라인 조선과 중국을 비문명한 세계로 부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나〉의 필자는 조선과 중국이 ‘국민적 정신’에 있어서 일본과 달리 ‘아시아적 고루함’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필연적으로 서양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일본이 서양과 마찬가지로 문명한 세계라는 ‘자기’상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중국과 조선의 집단적 특징을 ‘고루함’, ‘구습’, ‘유교주의’, ‘비과학’, ‘법률 없음’, ‘비굴’, ‘잔혹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동원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 및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통해 일본이 그들과 동일한 아시아적 정교풍속(政敎風俗)에서 살아왔지만 일본의 ‘국민적 정신’만을 특권화하고 자신을 문명한 서양과 동일한 위치에 놓음으로써 조선 및 중국을 ‘타자’로 설정하고 있다.

〈다〉 : 조셉 콘라드, 『어둠의 심연』(이석구 역, 을유문화사, 2008)에서 발췌

〈다〉는 아프리카 콩고에 대한 벨기에의 제국주의적 정복을 다룬 조지프 콘라드(1857~1924)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의 일부분이다. 여기에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 말로우라는 영국인이 아프리카 오지에서 콩고강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겪은 체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속 화자는, 여느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즉 그에게 흑인은, ‘선사 시대의 인간’, ‘정복당한 괴물’, ‘광란’ 등의 표현이 말해주듯, ‘어둠’의 세계를 표상하는 ‘타자’이다. 그러나 화자는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정복당한 괴물’이라고 칭하고 있는 흑인의 모습이 사실은 부정하고 싶어한 유럽인들의 억압된 자기상은 아닐까라는 의구심, 즉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의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화자의 균열적인 태도는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자기’와 ‘타자’와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그것은 유럽이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적 정복을 정당화하고자 동원한 빛과 어둠,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기초한 계몽주의적 진보 이념에 대한 성찰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1회차 인문계열 논술의 주제는 ‘자기와 타자의 관계’이다. ‘자기(=나, 우리)’는 누구이며 ‘자기’가 귀속되어 있는 공동 체는 어떤 것인가라는 자기 정체성[identity] 형성을 둘러싼 물음은 ‘타자’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내포하고 있다. 자기정체성을 규정하는 특정 공동체의 문화는 여러 문화적·이데올로기적 담론을 통해 공동체 안에 귀속된 ‘자기’와 그 밖에 놓인 ‘타자’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기’와 ‘타자’는 불가분리의 관계를 맺고 있다. 문제는 자기와 타자의 구분에 기반을 둔 공동체의 문화가 공동체 안에 귀속된 자와 그 외부에 놓인 ‘타자’를 차별화하고 배제하고 지배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타자’란 ‘자기’가 귀속된 공동체의 문화에 의해 표상될 수 없는 속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구축을 위해 ‘타자’가 어떻게 자의적으로 구축되는지는 ‘자기’와 ‘타자’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는 물음이다. 1회차 인문계열 논술 제시문은 ‘자기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성찰적 접근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문학, 역사, 사회 영역의 텍스트 등에서 선별하였다. 논제는 서구가 계몽주의 진보 이념의 영향 아래 비서구에 대한 허구적 ‘타자’ 상을 구축하여 비서구 지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정복을 정당화한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러한 논리가 19세기 말 생산된 신문 사설 및 소설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양상을 분석·비판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논제는 ‘자기와 타자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 〈가〉의 논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내용을 분석 비판하고, 나아가 〈다〉의 소설 속 화자의 ‘타자’에 대한 태도를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제는 다음 두 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가〉를 활용하여 〈나〉의 내용을 비판하시오.

둘째, 〈가〉를 활용하여 〈다〉에 나타난 화자의 타자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시오.

이 논제에 대한 답안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세 단계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 〈나〉 내용의 비판과 〈다〉 소설 속 화자의 태도 분석을 위해 〈가〉의 논지를 파악

둘째, 〈가〉의 논지를 근거로 〈나〉의 내용을 비판

셋째, 〈가〉의 논지를 바탕으로 〈다〉 소설 속 화자가 타자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분석

3. 답안 구성요소

■답안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내용이 질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는가.

둘째, 답안의 구성이 논리적인가.

셋째, 언어 사용이 명확하고 표현력이 있는가.

■논제에 대한 답안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논제에 요구하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나〉 내용의 비판과 〈다〉 소설 속 화자의 태도 분석을 위한 〈가〉의 핵심 논지를 파악

둘째, 〈가〉의 논지를 근거로 〈나〉 내용 비판

셋째, 〈가〉의 논지를 바탕으로 〈다〉 소설 속 화자가 타자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분석

■ 이 논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답안 구성 요소별 다음과 같은 세부 내용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여 명료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가〉의 핵심 논지 파악

① 허구적 ‘타자’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민족의 ‘자기’ 인식 과정의 특성

• 민족은 타자에 대하여 자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투영하고 그것에 대립하는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

•‘타자’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자의적 허구적 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② 민족의 ‘자기’ 인식과 과정의 특성과 계몽주의 이념과의 관계

•빛/어둠, 문명/야만 등의 이분법에 기초한 계몽주의적 진보의 이념은 민족의 자기 인식 과정의 논리적 특징을 잘보여준다는 것

•나아가 그것은 19세기 말 서구의 비서구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와 정복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었다는 것

〈가〉의 논지를 근거로 〈나〉 내용 비판

③ 〈나〉의 중심 논지 파악

• 일본을 서구와 동등한 문명 세계에 위치시키기 위해 이웃나라인 조선과 중국을 비문명한 세계로 부각

• 조선과 중국이 ‘국민적 정신’에 있어서 일본과 달리 ‘아시아적 고루함’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필연적으로 서양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

④ 〈가〉에 근거한 〈나〉의 내용 비판

• 일본이 서양과 마찬가지로 문명한 세계라는 ‘자기’상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중국과 조선의 집단적 특징을 ‘고루함’, ‘구습’, ‘유교주의’, ‘비과학’, ‘법률 없음’, ‘비굴’, ‘잔혹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동원하여 기술

• 이와 같이 조선 및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통해 일본이 그들과 동일한 아시아적 정교풍속(政敎風俗)에서 살아왔지만 일본의 ‘국민적 정신’만을 특권화하고 자신을 문명한 서양과 동일한 위치에 놓음으로써 조선 및 중국을 ‘타자’로 설정

• 이에 근거할 때 일본 민족을 서양 문명으로 옮아간 ‘빛·문명’으로, 지나와 조선은 구습과 허식에 얽매인 ‘어둠·야만’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

• 그러나 지나와 조선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서양-일본 간의 관계를 ‘빛·문명-어둠·야만의 수사학’으로 구축했던 논리를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일 뿐더러 서양에 대한 일본의 열등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바, 이는 지나와 조선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

〈가〉의 논지를 바탕으로 〈다〉 소설 속 화자의 타자에 대한 태도를 분석

⑤ 소설 속 화자 및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흑인에 대한 인식

• 화자는 미지의 땅과 새로운 대상의 인식을 마주하면서 일정한 두려움을 드러낸다. 이것은 ‘야만’과 ‘어둠’으로 구축된 부정적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 여느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즉 그에게 흑인은, ‘선사 시대의 인간’, ‘정복당한 괴물’, ‘광란’ 등의 표현이 말해주듯, ‘어둠’의 세계를 표상하는 ‘타자’이다.

⑥ 타자 속 자기 인식 및 계몽주의 이념의 비판 가능성

• 화자는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정복당한 괴물’이라고 칭하고 있는 흑인의 모습이 사실은 부정하고 싶어한 유럽인들의 억압된 자기상은 아닐까라는 의구심, 즉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의심을 드러냄

•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자기’와 ‘타자’와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

• 그것은 유럽이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적 정복을 정당화하고자 동원한 빛과 어둠,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기초한 계몽주의적 진보 이념에 대한 성찰적 인식을 드러낸 것

4.모범답안 예시

〈가〉는 ‘자기’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특정 민족의 상(像)이 정립되는 과정 혹은 본질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제국주의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가〉에 따르면, 어떤 민족의 상은 주변 민족에게 부정적 허구적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해석을 매개로 한 자의적인 상일 뿐만 아니라 자기 민족의 억압된 이미지가 투영된 것이다. 또한 이런 이미지는 특정 지역, 특정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는데, 19세기말 서구가 자신을 ‘빛·문명’으로, 비서구를 ‘어둠·야만’으로 타자화하여 지배를 정당화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의 필자는 일본 민족을 서양 문명으로 옮아간 ‘빛·문명’으로, 지나와 조선은 구습과 허식에 얽매인 ‘어둠·야만’의 부정적 이미지로 본다. 그러나 지나와 조선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서양-일본 간의 관계를 ‘빛·문명-어둠·야만의 수사학’으로 구축했던 논리를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일 뿐더러 서양에 대한 일본의 열등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바, 이는 지나와 조선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고, 실제로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삼아졌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다〉 소설의 화자는 아프리카 대한 최초의 인식과 그 속에서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기술하고 있다. 화자는 미지의 땅과 새로운 대상의 인식을 마주하면서 일정한 두려움을 드러낸다. 이것은 ‘야만’과 ‘어둠’으로 구축된 부정적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화자의 시선은 이내 타자의 가식 없는 본성과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진실을 보게 되고, 급기야 자기 안의 과거의 모습과 유사함을 발견함으로써 ‘타자 안의 자기’를 인식하는 데에 이른다. 즉 자의적으로 구축된 허구의 이미지가 소설 화자의 시선을 통해 내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화자의 미묘한 심리 변화는 ‘빛·문명-어둠·야만의 수사학’에 대한 소설적 의심과 회의를 보여주는 셈이며, 나아가 민족의 자기 상 구축에 대한 소설적 반성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인문계열 2회차 공통문항

〈가〉

한 배에서의 상황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 보자. 선주(船主)는 선원들보다 크고 힘도 세기는 하지만, 약간 귀가 멀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며 항해술도 별로 없는 사람이다. 선원들은 모두 자기가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키를 잡기 위해 다투고 있다. 그런데 선원들은 결코 항해술과 관련된 지식을 익힌 적이 없고, 누가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거나 또는 그들이 그것을 배우는 데 시간을 들였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사실 선원들은 항해술과 해양 지식이란 가르침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럴 수 있다는 사람은 누구든지 죽이려고 한다. 그들은 선주를 둘러싸고 키를 자신에게 넘기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 파벌이 다른 파벌보다 우세한 경우, 우세한 파벌은 다른 경쟁자들을 죽여 바다로 던지고 정직한 선주를 약이나 술 등으로 기절시킨 다음, 배를 장악하고 배 위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먹고 마시면서 흥청망청 배를 몰아갈 것이다. 결국 그들은 폭력이나 사기로 선주를 조종하는 술수를 잘 아는 자를 떠받들면서, 그 자의 항해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그 밖의 모든 사람은 쓸모없다고 비난한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항해사가 되기 위해서는 계절과 하늘과 별과 바람을 비롯하여 배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분야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그들은 배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항해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배 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진정한 항해사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선원들은 십중팔구 그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번드레하거나 별만 쳐다보는 사람으로 간주할 것이다.

〈나〉

숙의민주주의(또는 심의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공적 숙의가 정당한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자치의 핵심 요소라고 전제한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정치적 정당성은 투표 결과나 다수결 그 자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한 이성적인 심사숙고를 통해 시민들이 제한된 지식과 편파적 이해관계의 한계를 극복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숙의민주주의자들은 시민의 선호를 단순히 주어진 것이나 미리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시민의 선호가 공동의 문제에 대한 숙의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숙의민주주의자들은 시민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한 견해를 검토할 수단을 찾아내려 한다. 이들은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과정과 절차와 같은 방식을 확립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때 숙의의 과정은 일종의 공론장으로서, 여러 견해를 고려하여 집합적 판단에 이르게 하기 위해 시민들이 불편부당성(不偏不黨性)의 원리를 따를 것을 전제로 한다. 불편부당하다는 것은, 모든 관점에 개방적이고 모든 관점에서 생각하며 모든 관점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편부당하게 되면 계급, 성, 민족성, 국적 등에 근거하는 사적 이익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

불편부당성에 기초한 숙의 과정은 가 능한 모든 견해나 이해관계에 대한 반론을 하나씩 검토하는 방법으 로 포괄성과 비당파성의 기준 을 따라 야 한다. 그래서 불편부당성의 기준에 부합하 는 정치적 결정은, 그 결정의 영향 을 상당히 받게 될 모든 집단이나 당사자 들이 공적 논쟁에 동등하게 참여할 경우에, 이들 모두와의 관계 속에서 방어될 수 있다. 불편부당성은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준거 틀이다. 따라서 모두가 수용하지는 않는 원칙에 입각한 어떤 관점이나 실천도 부당한 것으로 거부된다. 불편부당성의 원리에서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 심지어 국가도 특별한 지위를 누릴 수 없다.

〈다〉

나는 ‘이론을 과학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가’의 질문에 몰두해 왔다.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탐색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객관적인 진리의 체계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과학이 오류를 걸러낼 적절한 방법론적 절차를 갖고 있다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나는 먼저 진정한 과학적 방법을 사이비과학의 유사-경험적(pseudo-empirical) 방법으로부터 어떻게 구별해낼 것인지를 문제로 삼았다. 유사-경험적 방법이란 얼핏 보면 관찰과 실험에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학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하늘의 별자리와 사람들의 일생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엄청난 경험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점성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어떤 이론이 많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점성술도 꽤 높은 확률로 개인의 삶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로 과학적이라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이론이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그 이론이 경험적 사실에 의해 반박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론의 과학적 지위에 대한 기준을 이론의 ‘반증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모든 까마귀는 까맣다’라는 주장은 흰색 까마귀가 한 마리라도 관찰되면 ‘반증’되어 기각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은 확실히 반증 가능성의 기준을 만족시켰다. 비록 당시의 측정 도구로는 자신 있게 그 이론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단언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 이론을 논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아직 경험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자신의 대담한 새로운 이론이 이끌어낼 결과, 예를 들면 일식 때 별빛이 휘는 현상에 대해 분명한 예측을 제시하고, 이를 관측으로 검증해 보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1919년 스탠리 에딩턴이 이끈 관측대원들은 개기일식 시간에 별이 기존 이론의 예상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에, 점성술은 반증 가능성이라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 점성술사들은 자신의 주장에 들어맞는 증거에만 심취하면서 불리한 증거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모호하게 예측함으로써 그 예측들이 거의 실패할 수 없도록, 따라서 논박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점성술사들의 전형적인 술책이다.

1. 〈나〉의 ‘숙의민주주의’와 〈다〉의 ‘과학’ 사이의 공통점을 서술하고, 〈가〉의 ‘선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나〉와 〈다〉의 논지를 이용하여 비판하시오. (1000±100자)

1. 제시문 요지

〈가〉 : 플라톤, 《국가》 6권 488항, 윤문

제시문 〈가〉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에서 발췌한 글이다. 인용한 글은, 플라톤은 민주주의의 결함을 드러내기 위해 구성한 비유적 삽화이다. 본래 이 글에서 ‘선주’는 민주주의 체제의 주권자인 국민이고, ‘선원들’은 정권 장악을 위해 애쓰는 정치인을 비유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호를 집합적 권위의 원천으로 정당화하므로, 일단 다수를 장악한 세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 (근대 정치학에서는 이를 ‘다수의 횡포’라로 칭하며, 민주주의에 내재한 근본적 결함이라고 인식한다.) 다만, 인문계열 논술 2교시 공통 문제를 풀기 위해서, 이러한 ‘선행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논술 문제에 대한 답안 작성의 틀에서는, 선원들끼리의 다수의 결정이 갖는 한계를 읽어 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 : 데이비드 헬드, 《민주주의의 모델들》 9장, 발췌 후 재구성

제시문 〈나〉는 현대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헬드가 쓴 《민주주의의 모델들》의 9장의 내용을 발췌 재구성하여 윤문한 글이다. 제시문은 다양한 민주주의의 모델 가운데에서 ‘숙의민주주의’의 원리를 압축해서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에 따르면, 숙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공적 숙의가 정당한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자치의 핵심 요소라는 전제하에, 시민이 공적 토론을 통한 결정을 정치적 정당성의 원천으로 여기는 민주주의 이념 또는 방식’이다. 숙의민주주의는 근대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서, 이 경우에 정치적 정당성은 다수의권위가 아니라, (1) 불편부당성의 원리에 따른 합의 절차의 존재, (2) 그 적용 과정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자기 이해를 넘어서 공공의 관점에 개방하는지의 여부에 있다.

〈다〉 : 칼 포퍼, 《추측과 논박》, 윤문 및 첨가

제시문 〈다〉는 현대 철학자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의 내용을 축약한 것이다. 이 제시문이 위치한 장에서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주의가 스스로 과학적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논증하고자 했다. 과학과 비과학(사이비과학)의 구별을 위해 저자는 진정한 과학이란 그 이론들이 ‘반증 가능’해야 하고 그 이론에서 제시될 수 있는 ‘반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에 따르면, 과학은 이론적 정합성과 과학적 방법의 절차를 통해 오류를 제거해서 객관적인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지식 체계이다. 이때 과학 이론은

(1)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반증 가능한 진술들로서, 경험적 사실에 의한 반박과 수정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고 (2) ‘진리’이기 위해서는, 그 이론에서 제시될 수 있는 반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인문계열 2회차 공통 논술 문항의 주제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학과 과학의 원리 탐구’이다.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주권자 시민의 견해를 정치 과정에서 잘 반영할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어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에 내재한 ‘다수의 횡포’라는 결함이 여론과 정책 양면에서 현실적 위협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 사회의 전문화 추세에 따라 과학적 이슈가 정치사회적 갈등의 원천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론 형성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재탐색과 과학 원리의 특성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논술 문항은 수험생들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논리적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한다. 제시문은 민주주의와 과학의 원리를 비판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세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가〉는 민주주의의 결함을 비판하는 고전에서 제시된 비유 글이고, 〈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의의 결함을 극복하는 새로운 원리로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심의민주주의’로도 번역됨)를 다룬 설명문이고, 〈다〉는 과학적 이론의 자격 기준으로서 반증 가능성의 개념을 다룬 글이다.

논제는 제시문 각각의 이해와 분석 그리고 제시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수험생이 숙의민주주의와 과학의 원리를 특정 상황에 적용하여 비판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논제는 크게 두 가지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나〉의 ‘숙의민주주의’와 〈다〉의 ‘과학’ 사이의 공통점을 서술하기

첫째, 〈나〉에 제시된 숙의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분석적 독해를 통해 그 특성을 추출한다. 이어서 〈다〉에 제시된 과학적 연구 절차의 원리와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구별’을 위해 제시된 두 가지 사례를 종합하여 과학의 특성을 추출한다.

둘째, 이를 토대로 내용상의 차이(정치 대 과학)가 아니라, 원리적 차원에서 두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아 서술해야 한다.

2. 〈가〉의 ‘선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나〉와 〈다〉의 논지를 이용하여 비판하기

첫째, 〈가〉의 제시문에 나타난 ‘선원들’의 특성을 생각과 행동 양면에서 분석적으로 독해하여 그들의 문제적 양태를 찾아낸다.

둘째, 1번 물음의 답 추출 과정에서 이미 탐색된 〈나〉와 〈다〉의 논지를 활용하여 〈가〉의 ‘선원들’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3. 답안 구성요소

공통 문항의 취지에 맞게, 채점 기준은 답안의 내용과 표현의 측면 모두에 강조점을 둔다. 구체적으로 논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킨 정도, 답안 서술 과정의 논증 구성력 등을 평가의 요소로 반영한다.

■ 논제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학과 과학의 원리 탐구’라는 대주제 하에서, ① 숙의민주주의와 과학의 ‘내용’이 아닌, ‘중요한 결정 과정에 필요한 절차적 원리’라는 ‘형식’상의 공통 원리를 찾아내고, ② 이러한 인식하에서 ‘선원들’로 대표되는 다수의 결정이 갖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을 요구한다.

■답안 구성 요소

1. 〈나〉의 ‘숙의민주주의’와 〈다〉의 ‘과학’ 사이의 공통점을 서술하기

〈나〉의 ‘숙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공적 숙의가 정당한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자치의 핵심 요소라는 전제를 기초로 시민이 공적 토론을 통한 결정을 정치적 정당성의 원천으로 여기는 민주주의 이념이다. 숙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은 ① 불편부당성의 원리에 따른 합의 절차의 존재와 ②그 적용 과정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자기 이해를 넘어서 공공의 관점에 개방하는지에 있다.

〈다〉의 ‘과학’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오류를 제거해서 객관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지식 체계로서, 과학 이론이 ①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반증 가능한 진술들로서, 경험적 사실에 의한 반박과 수정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고 ② ‘진리’이기 위해서는, 그 이론에서 연역적으로 제시되는 반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나〉와 〈다〉는 적용 영역에서 각각 정치와 자연과학으로 차이를 갖지만, 바로 위의 요약된 논지에서처럼, 형식

측면에서 공통점(답안 구성 요소)을 갖고 있다.

(a) 중요한 결정의 참여자(각각, 시민과 과학자)가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 논쟁에 개방한다.

(b) 그 결정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원리의 존재를 인정한다.

(c) 참여자들은 이해관계나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

(d) 그 기준을 통과한 것(정치적 결정이나 과학 이론)은 해당 검토 과정에서 우월하다.

위 네 가지 답안 구성 요소의 제시 수준에 따른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상: 답안에 (a)~(d) 가운데 3가지 이상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중: 답안에 (a)~(d) 가운데 2가지를 포함한 경우

하: 답안에 (a)~(d) 가운데 1가지 이하로 제시한 경우

2. 〈가〉의 ‘선원들’의 생각과 행동의 문제적 양상을 지적하기

〈가〉의 ‘선원들’은 선주를 기망하고 배를 장악하고는 그 중 다수 세력이 제멋대로 배를 운항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연관되어 있는데, 이를 각각 정치적 의사결정 부분과 항해술과 관련된 부분으로 나눠 보는 것이 이 논술 문제의 답안 구성에 편리하다.

(a) 정치적 의사결정 부분

- 결정 절차의 부재: ‘배의 키를 누가 잡아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합의 절차가 없다.

- 결정 기준의 문제: 오직 세력의 다수라는 기준(다수 권력)만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 결정 이후의 문제: 권력을 잡은 이후에는 반대 의견을 억압한다.

- 선주와의 관계: 이들은 오직 무력이나 사기로 선주를 조종한다.

(b) 항해술(지식)에 대한 태도 부분

항해에는 전문적 항해술과 해양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원들은,

- 전문 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개념이 없고, 지식의 진위 여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 권력으로 지식의 진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키를 잡은 사람의 항해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위 두 가지 답안 구성 요소의 제시 수준에 따른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상: 답안이 (a)와 (b)의 내용을 포함하고, 체계적이거나 범주화하여 제시한 경우

중: 답안에 (a)와 (b)를 느슨하게 서술한 경우

하: 답안에 (a), (b) 가운데 하나도 서술하지 못한 경우

3. 앞선 답안 구성요소인 2를 〈나〉와 〈다〉의 논지를 이용하여 비판하기

선원들의 문제점을 찾았다면, 이제 이를 〈나〉와 〈다〉의 논지를 이용하여 비판할 수 있다. (수험생은 〈나〉와 〈다〉의 논지를 요약 제시한 후 비판 내용을 쓸 수도 있고, 요약을 생략한 후 곧바로 비판 답안을 쓸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허용된다.) 우선, 〈나〉와 〈다〉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나〉의 논지: 숙의를 통해 사적 개인들이 제한된 지식과 편파적 이해관계의 한계를 극복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 숙의 과정이 모든 관점에서 개방적인 불편부당성(不偏不黨性)의 원리를 필요로하고, (2) 불편부당성의 원리가 작동되려면 모든 당사자의 주장이나 원칙을 보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규

칙과 절차)을 갖춰야 한다.

〈다〉의 논지: 이론의 과학적 지위에 대한 기준을 반증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1)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기준은 ‘반증 가능성’에 달려 있다. 과학은 반박과 수정에 열려 있다. (2) 과학 이론의 진위성은 해당 이론에서 유도되는 ‘반증’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다.

〈나〉와 〈다〉의 논지를 통한 〈가〉의 ‘선원들’ 비판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나〉를 통해,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서 이성적 합의의 기준과 절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토대로 선원들의 정치적 결정 방식을 비판한다. 다음, 〈다〉를 통해, 반증 가능성이라는 과학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선원들의 지식(항해술) 관련 주장을 비판한다. 비판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나〉의 논지를 통한 비판: 선원들의 정치적 결정 방식 비판

- 앞서 검토한 ‘선원들의 문제’ 가운데 〈나〉의 논지와 관련된 핵심은 결정의 ‘절차’와 ‘기준’이다. 우수한 답안은 이 내용과 관련된 서술을 포함해야 한다.

- 선원들은 배의 키를 잡는 것과 같은 가장 중요한 결정조차 오직 다수의 권력으로 정당화한다.

〈나〉의 논지에서 보면, (1) 이런 주장은 이성적인 심사숙고를 통해 시민들이 제한된 지식과 편파적 이해관계의 한계를 극복하여 결정을 내려야만 정치적 정당성을 갖는다는 숙의민주주의의 원리에 위배된다. (2) 불편부당성 논증을 통해서 보면, 어떤 결정도 이해당사자 모두의 견해를 검토한 다음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선원들은 그런 절차적 원칙 없이, 우세한 다수 파벌의 주장에만 특권을 부여했으므로, 불편부당성 원칙에 위배된다.

(b) 〈다〉의 논지를 통한 비판: 선원들의 지식관 비판

- 본래 항해에는 전문적 지식(항해술과 해양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원들은 전문 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개념이 없고, 지식의 진위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전문 지식이 있으면 그들이 배를 잘못 이끌어간다는 것을 비판할 수 있는데, 그런 지식관이 없으므로 비판도 불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권력으로 키를 잡으면 그의 항해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우수한 답안은, 〈다〉에서 사이비과학의 사례로 든 ‘점성술이 과학이 아닌 이유’를 제시한 방식을 원용하여, 선원들의 생각이 ‘반증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 선원들은 현재 키를 잡은 사람들의 항해술과 해양 지식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다〉의 논지에서 보면, (1) 이런 주장의 타당성은 반증 가능성이 닫혀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이지 않다. (2) 이런 주장의 진리성을 검증하려면 ‘모든 선원 가운데 가장 항해술이 뛰어난 사람은 현재 키를 잡은 사람이다’에 대한 반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2-1) ‘뛰어나다’를 측정할 지식 개념 자체가 없고, (2-2)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뛰어나면 ‘반증’ 가능한데, 그밖의 다른 사람에게 키를 맡기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진리성을 검증할 수조차 없다. 위 두 가지 답안 구성 요소의 제시 수준에 따른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위 두 가지 답안 구성 요소의 제시 수준에 따른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상: 답안에 (a)와 (b) 모두 체계적으로 제시된 경우

중: 답안에 (a)와 (b) 가운데 하나만 제시된 경우

하: 답안에 (a), (b) 모두 제시되지 못한 경우

4. 모범답안 예시

〈나〉와 〈다〉는 각각 정치와 과학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원리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각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의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 논쟁에 개방하고 그 검토 과정에 필요한 절차적 원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참여자들은 이해관계나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전제되고 그 기준을 통과한 것의 우월성이 합의된다.

〈가〉의 ‘선원들’은 선주를 기만하고 배를 장악하고는 그 중 다수 세력이 항해 전문 지식도 없이 제멋대로 배를 운항했다. 이는 과학적 이슈에 대한 다수결의 문제 양상을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나는 〈가〉의 ‘선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기준을 〈나〉의 숙의민주주의의 불편부당성 원리와 〈다〉의 과학의 반증 테스트 원리를 통해 비판할 것이다.

우선, 선원들 결정의 문제점을 결정의 절차, 기준, 내용을 중심으로 비판하겠다. 선원들은 ‘배의 키를 누가 잡아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서 합의 절차 없이 세력의 다수를 통해 결정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한다. 〈나〉의 논지에서, 선원들의 결정 방식은 이성적인 숙의를 통해 편파적 이해관계의 한계를 극복하여 결정을 내려야만 정치적 정당성을 갖는다는 숙의민주주의의 원리에 위배되고, 우세한 다수 파벌의 주장에만 특권을 부여했으므로 불편부당성 원칙에 위배된다.

다음, 선원들의 항해술(지식)에 대한 주장을 반증 가능성 원리를 중심으로 비판하겠다. 선원의 생사가 달린 항해에는 항해술과 해양 지식이라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선원들에게는 전문 지식의 개념이 없으므로 그 진위를 가려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다. 그런데도 선원들은 현재 키를 잡은 사람의 항해술과 해양 지식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이러한 선원들의 생각이 진리이려면 ‘모든 선원 가운데 가장 항해술이 뛰어난 사람은 현재 키를 잡은 사람이다’는 것이 ‘반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항해술이 뛰어난 것을 테스트하지 않았으므로 반증 가능성의 원리에 위배된다.

인문계열 2회차 계열문항

〈가〉

북해(北海)의 신(神)이 황하(黃河)의 신에게 말하였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하여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관한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시간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道)에 관하여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물가를 벗어나 큰 바다를 보고서야 당신의 추함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이제야 위대한 도리를 얘기하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하의 물은 바다보다 더 큰 것이란 없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며, 한 때도 멈추는 일이 없는데도 차서 넘치지 않는다. 미려(尾閭)란 곳에서는 바닷물이 한 때도 그치는 일 없이 새어나가는데도 물이 말라 버리지 않는다. 봄이나 가을에도 변화가 없고, 장마가 지나 가뭄이 드나 영향이 없다. 이 바다가 장강(長江)이나 황하의 흐름보다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는 수량으로 계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것으로 스스로 뛰어났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는 마치 작은 돌이나 작은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이다. 바로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작게 보고 있거늘 어찌 스스로 뛰어났다고 생각할 리가 있겠는가 사방의 바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소라 구멍이 큰 연못가에 나 있는 정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중국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큰 창고 속에 있는 곡식알 하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물건의 종류에는 몇 만이란 숫자가 붙는데 사람은 그 중 하나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 곡식이 생산되는 곳과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에 널리 살고 있는데, 사람이란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사람을 만물에 비겨 본다면 말의 몸에 난 한 개의 잔털과 같지 않은가”

〈나〉

인간의 존재는 대체 무한 속에서 무엇인가

인간에게 놀라운 불가사의(不可思議)를 보여 주기 위해, 인간이 알고 있는 제일 미소(微小)한 것을 찾아내게 하라. 인간에게 진드기 한 마리를 보여 주되, 그 작은 몸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분화해서 보여 주라. 관절이 있는 다리, 다리에 있는 혈관, 혈관 속의 피, 피 속의 체액, 체액 속의 물방울, 물방울 속의 수증기. 그것을 인간에게 보여주고, 인간의 상상력이 다 소모할 때까지 그것을 더 잘게 분해하여 세분화하게 하라. 그리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을 지금 우리의 논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자. 그는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자연 속에서 제일 미소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 안에 새로운 심연(深淵)이 있음을 보여 주려고 한다. 그를 위해 눈에 보이는 우주만이 아니라, 자연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데까지 광대무변(廣大無邊)한 것을 이 미분자의 축도(縮圖) 안에 그려 보이려고 한다. 그는 그 안에서 수많은 우주를 보게 될 것이며, 그 각 우주 속에는,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와 같은 비율로 하늘과 항성, 지구가 있음을 볼 것이다. 그 지구상에서 여러 동물을 보게 되고, 최후에는 진드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진드기 속에서, 그는 앞에서 말한 진드기가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없이 같은 것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면, 광대하기 때문에 놀라운 불가사의와 마찬가지로, 미소하기 때문에 놀라운 이 불가사의에 대해 그는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주 속에서 감지할 수 없었고, 만유(萬有)의 품안에서도 감지할 수 없었던 우리의 육체가 이제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무(無)에 비해 거상(巨像)이 되고, 세계가 되고, 도리어 만유가 된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와 같이 자신을 되돌아보면 어느 누구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경탄할 것이다. 자연에게서 부여받은 자신의 육

신이 무한과 무의 두 심연 사이에 가로놓여 있음을 알고는 그 불가사의에 전율할 것이다.

〈다〉

임백호(林白湖)가 말을 타려하자 마부가 나서며 아뢰었다.

“나리, 취하셨나 봅니다. 나무신과 가죽신을 짝짝이로 신으셨습니다.”

그러자 백호가 이렇게 꾸짖었다.

“길 오른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나무신을 신었다 할 것이요, 길 왼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가죽신을 신었다고 할 테니, 내가 상관할 게 무어냐!”

천하에 발만큼 살피기 쉬운 것도 없다. 그러나 그 보는 방향이 다르면 나무신을 신었는지 가죽신을 신었는지조차 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진정한 봄[見]은 ‘중(中)’에 서서 양쪽 모두를 살피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니니 누가 이 중을 알까? 말똥구리는 제가 굴리는 말똥을 사랑하므로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용 또한 자기에게 여의주가 있다 하여 말똥구리를 비웃지 않는 법이다.

2. 〈다〉의 관점을 활용하여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1000±100자)

1. 제시문 요지

〈가〉 : 장자, 『장자(莊子)』

제시문 〈가〉는 장자(기원전 370-280)의 『장자』(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2010.)에 수록된 「추수(秋水)」에서 인용하였다. ‘추수’는 ‘가을 물’로 이런 물들이 모여 황하(黃河)을 이루는데 이 황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황하의 신’의 인식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인용한 지문은 장대한 황하가 바다를 만난 후 자신의 왜소함을 느껴 탄식하자 ‘바다의 신’이 그에게 일러 말한 부분이다.

‘바다의 신’의 말은 ‘우물 안의 개구리 : 바다’, ‘여름 벌레 : 얼음[겨울]’, ‘비뚤어진 선비 : 도(道)’의 대립으로 시작한다. 개구리, 여름 벌레, 비뚤어진 선비는 모두 자신의 한계에 갇혀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미미한 존재의 비유이다. 이런 존재를 예시한 후, 황하의 신 역시 그와 같은 경우에 불과함을 말하고 있다. 즉 그는 바다의 크기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황하의 신이 탄복해 마지않는 거대한 자신도 실상은 우주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일 뿐임을 말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큰 산의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란 존재 또한 말[馬]에 난 잔털밖에 되지 않으므로 스스로를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만(自滿)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 : 파스칼, 『팡세(Pensées)』

제시문 〈나〉는 파스칼(1623-1662)의 『팡세』(김민식 옮김, 청목출판사, 1994.)에서 옮긴 글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인간이 광막한 우주의 한 점 혹은 무(無)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관념에 반(反)하여, 오히려 인간 자체가 광막한 우주가 될 수도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인간보다 작은 진드기를 세밀한 시점으로 계속 살펴간다면 그 속에서 우리는 광막한 우주가 펼져짐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진드기 속에 있는 광막한 우주의 한 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의 몸은 또 다른 광대무변한 우주일 수 있음을 들어 우리 인간이 우주에서 속한 위치에 대한 재고(再考)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간은 우주의 무(無)와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중간에 있는 존재임을 보이는 데 목적이 있는 글인데, 문항에 제시된 것은 인간이 미소(微小)한 존재가 아닌 오히려 그 반대의 존재로도 생각되어야 함을 보이는 부분이다.

〈다〉 : 박지원, 「말똥구슬 서문[蜋丸集序]」

제시문 〈다〉는 박지원(1737-1805)의 「말똥구슬 서문(원제: 낭환집서蜋丸集序)」에서 발췌한 것이다. 전체 내용과 현대어 번역은 『연암을 읽는다』(박희병, 돌베개, 200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 글은 두 개의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황희 정승의 사례를 들어 ‘이[蝨]가 생기는 곳은 옷으로 보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피부로 보는 것이 옳은가’를 사색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지문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는 위치에 따라 신발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이 주는 가르침’에 대해 사색하고 있다. 이 두 일화 모두가 ‘세상은 양쪽을 두루 살펴야 올바로 파악될 수 있는 것임’을 알리기 위해 채택된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문 마지막에 있는 ‘용은 말똥구리를 비웃지 않고, 말똥구리는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언급은 장자의 사상에 일관되게 흐르는 상대주의적 인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절대적인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초월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상대주의적 관점은 대체로 가치관, 문화 등의 추상적인 것에 대한 것을 인식하고 판단할 때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용뿐만 아니라 전우주적인 관점, 즉 물질적인 것의 크기나 길이를 인식할 때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는 장자가 가상적으로 내세운 인물인 ‘바다의 신(神)’과 ‘강물의 신(神)’의 대화를 통하여 물질적인 것의 대소란 상대적인 인식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의 신도 우주에 비하면 큰 산에 자라난 한 그루 나무밖에 되지 않으니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 본다면 말의 몸에 난 한 개의 잔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의 지성(知性) 파스칼의 인식을 인용하였다. 우리 몸이 비록 우주 속에서는 무(無)에 가까울 만큼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 몸과 비교되지도 않을 만큼 작은 진드기 속에도 무한한 우주가 겹겹이 펼쳐지니, 그 우주에서 우리 인간을 바라본다면 우리 또한 광대무변한 하나의 우주만큼 큰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다〉는 한국의 대표적 지성인 박지원의 글이다. 한 쪽으로만 보아서는 옳은 봄[見]을 얻지 못하고 좌우를 동시에 살필 때 비로소 사물의 실체를 알게 됨을 짝짝이 신을 신은 일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인식은 나아가 사물을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혹은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 용은 용대로, 말똥구리는 말똥구리대로 서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무시하지는 않는데 이런 태도가 바로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이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담은 세 글은 유사한 주제로 묶일 수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가〉는 인간보다 큰 존재와의 비교를 통해 주제를 구현하고 있고, 〈나〉는 인간보다 작은 존재와의 비교를 통해 주제를 구현하고 있다. 〈다〉를 이해하고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판별하는 것이 주된 출제 의도이고, 차이점을 알고 있다면 그것의 가치평가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지적 예리함을 갖추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나머지 출제 의도이다.

3. 답안 구성요소

■답안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다〉의 관점을 파악하고 있는가

둘째, 〈가〉와 〈나〉의 공통점을 기술하고 있는가

셋째, 〈가〉와 〈나〉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이외에 ‘〈가〉와 〈나〉의 차이점을 의미화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는가’도 가산점의 요소로 둔다.

■답안 구성 요소

① 〈다〉의 관점 : 〈다〉의 일화가,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글임을 파악해야 한다. 또 그러한 상대적인 입장에 설 때, 모든 사물은 자기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 할 수 있게 됨을 밝히고 있어야 한다.

② 〈가〉와 〈나〉의 공통점 : 〈가〉는 자기보다 큰 것도 더 큰 것과의 관계에서는 작은 것이 되며, 〈나〉는 자기처럼 작은 것도 자기보다 더 작은 것의 관계에서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가〉와 〈나〉의 공통점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된다.

③ 〈가〉와 〈나〉의 차이점 : 〈가〉는 인간보다 거대한 존재인 강물, 바다, 천지, 우주의 순으로 비교대상이 확대되고 있어 거시적 확장을 통한 전개를 하고 있다. 〈나〉는 인간보다 미소한 존재인 진드기, 관절, 혈관, 수증기, 그 속의 우주 등의 순으로 비교 대상이 축소되고 있어 미시적 관점을 통한 전개를 하고 있다.

④ 차이점을 말한 후, 그대로 글이 마무리되는 것은 글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일인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도 배점 대상으로 둔다. 즉, 〈가〉와 〈나〉의 차이점에서 두 글이 주는 시사점이 차별되는데 〈가〉의 경우 이처럼 거대한 세계 속에서 우리 인간은 말의 잔털 하나만큼도 못한 존재이므로 겸손할 필요가 있다는 점, 〈나〉의 경우 그처럼 미소한 세계에서 바라볼 때, 작아 보이는 우리 인간도 거대한 존재일 수 있고 이로 우리는 광대무

변과 무(無) 가운데의 한 존재이므로 지나치게 위축감을 지닐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는 요지의 내용이

추가되어 있으면 가산점을 부여한다.

4. 모범답안 예시

〈다〉의 관점은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한 쪽만이 아닌 양쪽 모두를 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그러한 관찰을 통해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가〉와 〈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가〉는 바다의 신이 황하의 신에게 일러 주는 말을 통해 세상의 모든 크기는 상대적인 것임을 보이고 있다. 바다의 신은 비록 자신은 황하의 신에 비해 거대하기는 하지만 천지의 크기에 비하면 연못의 소라 구멍, 큰 산에서 자란 작은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함을 말한다. 이는 사물의 크기는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을 뿐임을 보인 것이다.

〈나〉는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지문이다. 이 글에서 서술자는 인간이 비록 우주에서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눈에 보이는 작은 진드기 속을 미세하게 관찰하면 그 속에는 또 다른 우주가 연쇄적으로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미소한 세계 속의 존재로부터 인간을 생각한다면 인간은 광대무변의 거대한 존재가 됨을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인식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가〉와 〈나〉는 상대적인 관점의 중요성을 말한 글이라 하겠다.

한편 둘의 차이점은 이러한 내용을 말하는 과정에서 주로 향하고 있는 시선의 방향이다. 〈가〉는 인간보다 거대한 존재를 대상으로 비교하는 설명 방식을 취한 반면, 〈나〉는 주로 인간보다 미소한 존재를 대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두 지문은 결과적으로 다른 강조점을 지니게 된다. 즉, 〈가〉는 자신보다 거대한 것이 항상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작은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만을 경계하고 있고, 〈나〉는 자신보다 미소한 것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큰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위축감이 불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인문계열 3회차 공통문항

〈가〉

지난 9월, 한 장의 사진으로 세계는 들끓었다. 부모와 함께 시리아를 탈출하다가 배가 전복되어 변을 당한 세 살짜리 소년 ‘아일란 쿠르디’. 한 작가에 의해 터키 해변에서 찍힌 아일란의 시신 사진은 곧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세계인에게 공유되었고, 시민들은 소년의 죽음을 자기 아이의 죽음처럼 슬퍼했으며,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럽의 문명 국가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런저런 이유로 시리아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했던 유럽 국가들은 아일란의 사진이 불러일으킨 여론의 흐름에 따라 대규모 난민 수용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독일 수상 메르켈은 최초로 모든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가장 앞서 수만 명의 난민 수용을 실행에 옮기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에 호응하면서, 한동안 세계주의(또는 세계시민주의) 정치와 윤리가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이 실제로 난민을 수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난민들에 대한 포용적 태도 자체에 불만이 일기 시작했다. 왜 국적도 인종도 다른 그들을 도와야 하는지, 왜 하필 그들의 운명에 책임질 일이 없는 우리가 도와야 하는지 등의 반론 앞에서 유럽인들은 처음에 가졌던 연민이 불러일으킨 변화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여러 가지 보충 근거들도 제시했는데, 난민을 돕게 되면 그만큼 자국 내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이 줄게 되고, 이슬람 테러 세력이 난민 속에 섞여 들어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유럽 각 국가들이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후, 독일 정부는 난민에 대한 지원금 삭감, 난민 신청 자격 강화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결정적으로, 헝가리 총리는 자국의 난민 수용 반대 정책을 다음과 같이 옹호했다. “지금 유럽에 오려는 난민들의 문화와 종교는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슬림이다.”

〈나〉

견유학자 디오게네스가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세계 시민이다.”라고 답변했을 때, 이것은 분명 그가 평범한 그리스 남자들의 자아상(自我像)에서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출신 지역과 소속 집단에 따라 자신을 규정하기를 거부했음을 의미한다. 대신에 그는 자신을 좀 더 보편적인 열망과 관심에 따라 정의했다. 그의 뒤를 따랐던 스토아학파는 그의 세계 시민 관념을 한층 더 발전시켜 우리 모두는 사실상 두 개의 공동체, 즉 국적이나 출생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지역 공동체와 모든 인간이 속한 보편적 인류 공동체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하나의 태양 아래 함께 살아가는 운명을 지닌 이 인류 공동체야말로 진정으로 위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러한 공동체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의 근본적인 원천이다. 정의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와 관련해서 우리는 모든 인류를 우리의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 간주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심사숙고해야 할 우리의 문제는, 다른 나라의 정체성들과는 전혀 다른 일국의 국가 정체성에서 생겨나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구체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인간적 문제이다.

세계 시민으로서 생각하라는 디오게네스의 권유는 어떤 의미에서 애국주의가 주는 위안이나 편안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서, 우리 자신의 생활 방식을 정의와 선의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태어난 장소는 하나의 우연일 뿐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디오게네스를 계승했던 스토아학파는 이 점을 인지하여, 국적이나 계급적·민족적 소속감이나 심지어 성별 차이가 우리와 우리의 동료들 사이에 경계선을 세우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인간의 속성이 어디에서 나타나건 그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 인간성의 필수적 구성 요소인 이성과 도덕적 능력을 존중하고 우선시해야 한다. 즉 우리는 한낱 정부 형태나 일시적인 권력이 아니라 전체 인류의 인간애에 의해 수립된 도덕 공동체에 일차적으로 충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

세계주의의 이상(理想)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애를 적절히 강조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도덕적 결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그것은 인종적·민족적 정체성들이 빠질 수도 있는, 편협하고 때로는 살인적인 쇼비니즘(Chauvinism)에 대한 개선책을 제공한다. 그것은 부유한 국가들에게 인류에 대한 그들의 책무가 영해의 경계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것은 우리에 대한 지구의 유용성을 초월하여 지구를 보살필 이유들도 제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정치 생활의 세계화 양상이 국가를 초월하는 충성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세계주의를 더욱 매력적인 윤리로 만든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세계주의의 이상은 도덕적 이상으로서도 우리 시대에 자치를 위한 공공 철학으로 서도 결함이 있다. 인류애는 고귀한 감성이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들은 더 작은 규모의 연대감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류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것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인류애를 배운다는 점이다.

작게는 이웃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개별적인 공동체가 도덕적으로 의미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사람으로서 그리고 동료 인간으로서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빚진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상의 경우에 지역적 공동체들은 그 범위를 뛰어넘어 우리의 공통적 인간성의 지평을 포함하는, 도덕적 관심의 더 넓은 지평들을 향하여 몸짓한다. 그러나 세계주의적 윤리는 우리가 전체로서의 인류에 대해 일정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가 아니라, 더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가 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공동체들에 항상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중첩되기도 하고 경합하기도 하는 서로 다른 공동체들로부터의 요구에 직면한다. 서로 다른 공동체로부터 부과되는 의무들이 서로 충돌할 때 최종적으로 어떤 것이 더 우선해야 하는지를 미리 결정할 수는 없다. 한 개인의 정체성들 —부모나 직업인, 어떤 신념의 추종자나 어떤 대의(大義)의 지지자, 국가의 시민이나 세계 시민이라는 정체성들 —중에서 어떤 정체성이 더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 성찰과 정치적 심사숙고의 문제로서 그것은 쟁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1. 〈나〉와 〈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 〈가〉의 문제 상황을 〈나〉와 〈다〉의 입장에서 해석하시오. (1000±100자)

1. 제시문 요지

〈가〉 : 출제위원 직접 작성

〈가〉는 세계주의 원리를 실제 현실 정치에서 적용할 때 나타나는 양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이다. 제시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앞부분은 지난 9월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이 불러일으킨 전 세계적 애도의 분위기를 서술한 것으로서, 인종과 국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류 차원에서 갖는 공동의 감정이 세계주의 정치 원리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뒷부분은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난민 수용 정책의 실행 과정에 나타난 불만과 비판의 기제를 서술한 것으로서, 세계주의가 각국의 상황에서 안보와 복지 같은 현실적 고려와 종교와 국적 등의 차이에 의해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 : 마사 누스바움(외),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1부 마사 누스바움,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에서 발췌

〈나〉는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여성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이 1994년 〈보스톤 리뷰〉지에 기고한 논문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서, 원래 글 전체의 내용은 애국주의(patriotism)를 세계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한 것이다. 발췌된 제시문 〈나〉는 누스바움이 세계주의의 핵심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대 그리스 견유학파(犬儒學派) 디오게네스와 그를 계승한 스토아학파의 핵심적인 주장은 인간은 그들이 소속된 국가, 민족,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 공동체가 도덕적 의무의 근본적인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인류를 우리의 이웃이자 동료 세계 시민으로서 간주해야만 한다. 세계주의가 강조하는 공동체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는 국가공동체나 민족공동체가 아니라, 인류애에 기초한 인류공동체이고, 도덕적 원칙의 배경이자 대상은 국가나 민족이 아니라 인류 전체인 것이다.

세계시민주의는 어쩌면 우연적일 수밖에 없는 국적을 바탕으로 한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며, 국적, 계급, 민족적 소속감이나 성별 차이에 기초한 사람들 사이의 배타적인 구분과 차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다〉 : 마이클 샌델, 『공동체주의와 공공성』. 제2장 “세계화 시대의 정치적 정체성”에서 발췌

〈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이 쓴 “세계화 시대의 정치적 정체성”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작성하였다. 샌델은 세계주의의 이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류애에 대한 강조, 편협한 맹목적 애국주의에 대한 교정책, 국경을 초월한 인류에 대한 책무, 전 지구적 환경에 대한 관심 등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샌델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세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먼저 샌델은 도덕의 기반은 세계주의가 강조하듯이 전체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인류공동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공동체와 연대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샌델의 공동체주의자로서의 입장이 반영이 되어 있다. 샌델에 따르면 현실 세계에서 도덕적 공감의 범위는 세계주의자들이 강조하듯이 인류 전체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국가, 민족, 또는 더 작은 형태의 공동체에 제한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인류 전체가 아니라 인류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인 자신의 소속 공동체를 통해서 인류애를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주의에 따르면 보편적인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그에 부과되는 도덕적 의무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데 반해, 제시문 〈다〉에서 샌델은 개인들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 어떤 정체성이 더 우선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며 도덕적 성찰과 정치적 심사숙고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2.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출제의도

인문계열 3회차 공통문항의 주제는 최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국제 난민 문제를 세계주의(=세계시민주의)와 공동체주의 관점을 통해서 접근해 보는 것이다. 지난 9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적인 죽음은 전 세계적으로 난민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독일과 여러 유럽 국가들은 이 과정에서 획기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반전되어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난민 정책도 기존의 개방적 입장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 문제에 대한 동정 여론의 확산과 그 후 나타난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의 반격이라는 문제 상황을 두 가지의 대조적인 철학적 배경을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해 보도록 하는 것이 본 문항의 출제의도이다.

■논제의 구성

제시문은 난민 수용과 관련한 쟁점을 두 가지의 대조적인 시각을 통해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세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가〉는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 이후에 확산된 난민에 대한 동정 여론과 개방적 난민 수용 정책이 경제적 비용, 안보상의 취약성, 민족적·종교적·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 등의 이유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나〉는 세계주의의 핵심적 주장을 담고 있는 글이고, 〈다〉는 세계주의를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논제는 이러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수험생이 난민 문제를 세계주의적 관점과 공동체주의 관점을 통해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논제는 다음 두 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제시문 〈나〉와 〈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시오.

2. 제시문 〈가〉의 문제 상황을 〈나〉와 〈다〉의 입장에서 해석하시오.

논제는 우선 세계주의의 핵심적 주장을 포함하고 있는 〈나〉와, 세계주의의 이상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지역 공동체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세계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다〉를, 공통점과 차이점 측면에서 비교하도록 한다. 이어서 난민문제를 둘러싼 문제 상황을 〈나〉와 〈다〉의 입장을 통해서 각각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3.답안구성요소

■답안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내용이 질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는가.

둘째, 답안의 구성이 논리적인가.

셋째, 언어 사용이 명확하고 표현력이 있는가.

■논제는 다음 두 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제시문 〈나〉와 〈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시오.

2. 제시문 〈가〉의 문제 상황을 〈나〉와 〈다〉의 입장에서 해석하시오.

이 논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답안 구성요소별 다음과 같은 세부 내용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여 명료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① 제시문 〈나〉와 〈다〉의 공통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

제시문 〈다〉는 제시문 〈나〉에 나타난 세계주의의 주장 일부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나〉와 〈다〉의 공통점에 해당된다.

- 〈나〉와 〈다〉 모두 모든 인간들이 공유하는 인간으로서의 공통성을 강조한다.

- 〈나〉와 〈다〉 모두 편협하고 배타적인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 윤리적인 측면에서 전체로서의 인류에 대한 일정한 의무가 있으며, 국경과 지역 공동체를 넘어서 더 큰 범위의 인류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관심과 윤리적 행동이 가능하다.

② 제시문 〈나〉와 〈다〉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

제시문 〈다〉는 제시문 〈나〉의 세계주의를 부분적으로 긍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세계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다〉에서 샌델의 공동체주의적 요소가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논술답안에 반드시 ‘공동체주의’라는 용어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나〉와 〈다〉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제시문 〈나〉

- 인류 공동체가 지역 공동체보다 더 중요하며 인류 공동체가 도덕적 의무의 근본적인 원천이며 충성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우연적인 결과일 뿐인 국적, 계급적, 민족적 소속감 또는 성별 등의 차이로 인간들을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

- 개별 국가의 정체성 차이에서 오는 문제점 즉 국가 간의 차이보다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한 인간이 처해있는 상황의 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시문 〈다〉

-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가 개별적이고 더 구체적인 지역 공동체에 항상 우선시될 수는 없다.

-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며 따라서 연대감은 더 작은 규모의 공동체 속에서 형성된다.

-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은 세계주의자들이 말하듯이 전체 인류를 그 구성원으로 하는 인류공동체가 아니라, 이웃에서 국가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공동체이다.

- 개인은 중첩되고 상충되기도 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어떤 정체성이 더 중요해지는지 달라지며 이것은 개인의 도덕적 성찰과 정치적 심사숙고의 문제인 것이다.

③ 〈가〉의 문제 상황의 핵심을 파악하였는지의 여부

〈가〉의 문제 상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촉발된 난민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획기적인 난민정책의 천명은 세계주의의 이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그 이후 등장한 난민문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난민 정책의 후퇴는 세계주의의 이상이 종교와 문화 그리고 국적 등에 기초한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과 안보 위협과 복지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고려에 의해 좌절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④ 〈나〉의 입장에서 〈가〉의 문제 상황을 적절하게 해석하였는지의 여부

시리아 국적의 쿠르드계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이 불러온 난민 문제에 대한 동정과 관심, 그리고 유럽 정부의 대규모 난민 수용 정책 선언은 세계주의 이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국가와 민족 또는 종교적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중동 시리아의 이슬람 난민들을 수용하기로결정하였다. 이는 타자에 대한 배려와 책임이 한 국가적 경계 안에서만 제한되었던 사유방식을 벗어나서, 인류공동체라는 범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의 입장은 아일란의 죽음 이후 확산된 난민 문제에 대한 동정과 관심을 인류애의 발현으로, 유럽 각국의 개방적인 난민 정책을 인류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의무의 실천행위로 파악할 것이다.

한편 난민에 대한 반대여론과 난민 정책의 후퇴에 대해 〈나〉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규범적인 논리로 비판할 것이다. 국적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자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음과 굶주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난민을 저버리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각자가 태어난 장소는 우연일 뿐이며, 우리 모두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이자 동료 세계 시민이기 때문에 국적, 인종, 종교, 성별 등의 차이로 난민들을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⑤ 〈다〉의 입장에서 〈가〉의 문제 상황을 적절하게 해석하였는지의 여부

세계주의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일부 수용하는 〈다〉의 입장은 외국 난민에 대해 일정한 도덕적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는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보다는 그 보다 작은 규모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공동체(국가, 민족, 또는 이웃 등)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애에 바탕을 둔 난민 수용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며 때로는 개방적인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 도덕적 의무의 대상으로서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가 국적이나 출생지역에 따라 결정되는 지역 공동체들보다 항상 우선해야 한다는 세계주의적 관점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는 일정한 한계가있고 연대감은 더 작은 규모의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국적과 민족적 소속감 또는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지역 공동체는 전체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인류 공동체보다 더 큰 연대감과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따라서 국적, 종교, 인종적 측면에서 다른 외국 난민들에 대해서 커다란 도덕적 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난민을 돕는데 적극적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4. 모범답안 예시

제시문 〈나〉와 〈다〉는 모든 인간들이 인간으로서 갖는 공통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이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는 점과 전체로서의 인류에 대한 일정한 의무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편 〈나〉와 〈다〉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나〉는 인류 공동체가 도덕적 의무의 원천이며 충성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우연적인 결과일 뿐인 국적, 계급적, 민족적 소속감 또는 성별 등의 차이로 인간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다〉는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가 더 개별적이고 더 구체적인 지역 공동체보다 항상 우선시될 수 없으며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고, 따라서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은 보편적인 전체 인류 공동체가 아니라 이웃에서 국가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공동체라는 것이다.

〈가〉의 문제 상황은 난민 문제 해결에서 세계주의의 이상이 종교와 문화 그리고 국적 등에 기초한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 안보 위협, 복지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고려에 의해 좌절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촉발된 난민 문제에 대한 동정과 관심, 그리고 유럽 정부의 대규모 난민 수용 결정은 타자에 대한 배려와 책임이 인류공동체라는 범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여론과 난민 정책의 후퇴에 대해서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이자 동료 세계 시민인 난민들을 국적, 인종, 종교, 성별 등의 차이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한편 〈다〉는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연대감은 더 작은 규모의 공동체 속에서 형성된다고 파악하기 때문에 국적, 종교, 문화적인 측면에서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외국 난민들에 대해서는 큰 도덕적 공감과 의무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다〉의 입장에서는 문제 상황 〈가〉의 난민 수용 반대 여론과 난민정책의 후퇴를 옹호할 수 있다.

인문계열 3회차 계열문항

〈가〉

인간 영혼의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작용들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기에 이성보다 앞선 두 개의 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우리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민을 느낀다는 원리이다. 사회성의 원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자연법의 모든 규칙들은 우리의 정신이 이 두 가지 원리 사이에서 만들어 낼수 있는 일치와 조합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이성이 계속 발달하여 마침내 자연을 질식시켜 버리게 되면, 이성은이 규칙들을 또 다른 기초 위에 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철학자를 인간으로 만들기 전에 인간을 철학자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타인에 대한 인간의의무는 지혜의 힘으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동정심이라는 내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는 한,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게도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기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이 방법에 의해, 동물도 자연법의 적용을 받는가라는 해묵은 논쟁 역시 막을 내리게 된다. 지식도 자유도 갖지 못한 동물들이 이 법칙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도 타고난 감성에 의해 어느 정도 우리의 본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그들도 자연법에 관여하며 인간은 그들에 대해 어떤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내가 동포에게 어떤 종류의 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가 이성적인 존재이기보다는 오히려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질은 동물과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므로,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주인공 ‘던바(Dunbar)’가 인디언의 주된 식량인 버팔로를 머리에 뿔 흉내를 내며 보디랭귀지로 표현할 때, ‘발로 차는 새’와 ‘머릿속의 바람’*은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친절하게 자기 말로 그것이 ‘타탕카’라고 알려준다.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이러한 의사소통의 경험을 통해 불신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이 사건은 ‘던바’가 수우족(Sioux族)과 함께 버팔로 사냥을 하는 장면으로 연결되는데 이 사냥 장면은 이 영화의 매우 서정적인 부분이다. 이 장면은 동시에 백인이 얼마나 더 잔인한 존재인지를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수우족은 버팔로 사냥에 나서서 백인들이 버팔로 떼에게 저지른 만행을 목격한다. 백인들이 저지른 만행은 버팔로의 가죽을 벗기고 살덩어리는 그대로 방치한 행위이다. 이것을 목격하는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잔인함에 다시 한 번 몸서리친다. 인디언들 역시 버팔로를 사냥하지만 그들에게 사냥의 목적은 버팔로의 고기를 얻어 생존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들에게 사냥은 파괴적인 행동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고기를 위해 지나치게 사냥을 하는 경우는 없다. 생존이 목적인 이상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로 뛰놀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버팔로 살덩어리는 백인들의 살육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증언하고 있다.

* ‘발로 차는 새’, ‘머릿속의 바람’: 인디언식 이름.

〈다〉

어떤 손이 나에게 말하기를,

“어제 저녁에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 광경이 너무 비참하여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네.”

하기에, 내가 대응하기를,

“어제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한 화로를 끼고 이[虱]를 잡아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는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네. 그래서 맹세코 다시는 이를 잡지 않을 것이네.”

하였더니, 손은 실망한 태도로 말하기를,

“이는 미물이 아닌가? 내가 큰 놈이 죽는 것을 보고 비참한 생각이 들기에 말한 것인데, 그대가 이런 것으로 대응하니 이것은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닌가”

하기에, 나는 말하였다.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곤충, 개미에 이르기까지 삶을 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동일한 것이네. 어찌 큰 놈만 죽음을 싫어하고 작은 놈은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개와 이의 죽음은 동일한 것이네. 그래서 그것을 들어 적절한 대응으로 삼은 것이지, 어찌 놀리는 말이겠는가? 그대가 나의 말을 믿지 못하거든 그대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게나. 엄지손가락만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겠는가? 한 몸에 있는 것은 대소 지절(支節)을 막론하고 모두 피와 살이 있기 때문에 그 아픔이 동일한 것일세. 더구나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것인데, 어찌 저것은 죽음을 싫어하고 이것은 죽음을 좋아할 리 있겠는가? 그대는 물러가서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게나. 그리하여 달팽이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큰 붕새처럼 동일하게 보게나. 그런 뒤에야 내가 그대와 더불어 도(道)를 말하겠네.”

2. 〈가〉의 논지를 요약하고, 이를 토대로 〈나〉의 필자와 〈다〉의 ‘나’가 지닌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시오.(1000±100자)

1. 제시문 요지

〈가〉 : 장 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부분 발췌

〈가〉는 주경복 · 고봉만이 옮긴 『인간 불평등 기원론』(책세상, 2007)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이다. 〈가〉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에 앞서 자연적 상태에서 작동하는(사회성 원리 이전의 자연법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인간은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자기의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민을 느낀다는 원리이다. 자연법의 모든 규칙은 이 두 가지 원리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치와 조합에서 생겨난다. 인간은 동정심으로 인하여,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지만, 자기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는 예외이다. 이 같은 방법은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동물도 타고난 감성에 의해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과 관련 있으므로, 동물도 자연법에 관여하며 인간은 동물에 대해 어떤 의무를 지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질은 동물과 인간에 공통된 것이므로,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나〉 : 서성식, 『‘영화 늑대와의 춤을’에 나타난 전복성 분석』에서 부분 발췌

〈나〉는 서성식의 『‘영화 늑대와의 춤을’에 나타난 전복성 분석』에서 백인과 인디언들의 버팔로 사냥 부분을 발췌하였다. 필자는 백인과 인디언의 버팔로 사냥을 통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대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디언들의 버팔로 사냥은 고기를 얻어 생존을 위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나치게 사냥을 하는 경우는 없으며, 백인들의 잔인한 사냥을 보고 동물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반면 백인들의 사냥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백인들은 자신들의 보존을 위한 경우도 아니며, 무자비하게 동물들을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버팔로에 대해 연민의 감정도 느끼지 않고 있다.

〈다〉 : 이규보의 〈슬견설〉

제시문 〈다〉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슬견설〉의 내용이다. 〈슬견설〉에서 ‘손’은 어떤 불량한 사람이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 비참한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파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손’이 큰 동물만 감성이 있는 존재로 생각한 것이다. 반면 ‘나’는 미물인 이[虱]를 예로 들면서 어떤 사람이 화로를 끼고 잡아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이를 다시는 잡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동물들은 대소의 구분 없이 모두 죽음에 대해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감성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인문계열 3회차 계열문항은 ‘인간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문제와 관련하여 제시문들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적용하고 비교하도록 구성하였다. 우리는 현실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동물들과 접촉하고 있다. 동물들은 인간과 가족, 친구가 되기도 하며, 인류의 건강을 위해 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며 함께 생활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본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채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서 사육되기도 하고,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버려지고 학대받기도 한다. 오늘날 동물도 인간처럼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감성을 가진 동물을 다양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대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사고해보도록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다.

제시문은 〈가〉는 인간이 동물을 인식하고 대하는 것에 관한 두 가지 큰 원리를 다룬 것이고, 〈나〉는 백인과 인디언의 버팔로 사냥에 대한 상황을, 〈다〉는 개[犬]와 이[虱]의 죽음에 대한 상황을 다룬 것으로서 모두 세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논제는 〈가〉의 제시문에 나타난 원리를 파악하여 〈나〉와 〈다〉에 나타난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도록 하였다.

논제는 다음 두 개의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가〉에 제시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두 가지 원리를 파악한다.

2. 〈나〉와 〈다〉에 제시된 상황을 〈가〉의 원리를 토대로 비교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 〈가〉에 제시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두 가지 원리를 이해하고 어떤 것인지 제시한다.

둘째, 〈나〉와 〈다〉의 상황을 제시된 논제에 근거하여 파악한다.

셋째, 〈가〉의 원리를 토대로 〈나〉와 〈다〉의 상황을 비교하여 설명한다.

3. 답안 구성요소

■답안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내용이 질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는가

둘째, 답안의 구성이 논리적인가

셋째, 언어 사용이 명확하고 표현력이 있는가

■〈논제〉는 네 부분으로 나눠진다.

① 제시문 〈가〉에서 제시한 동물과 인간에 적용되는 두 가지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요약했는지를 측정한다.

② 〈나〉의 필자가 비판하고 있는 백인과 인디언의 동물에 대한 태도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파악하고 이해했는

지를 측정한다.

③ 〈다〉에서 ‘나’와 ‘손’의 동물에 대한 감성의 태도를 잘 구분하여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평가한다.

④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가〉를 토대로 제시된 논제의 〈나〉의 필자와 〈다〉의 ‘나’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가〉

와 연결시켜 비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답안 구성 요소

① 제시문 〈가〉에서 제시된 두 가지 파악 및 요약

- 이성보다 앞선 두 개의 원리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자신의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면 자연스럽게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다. 동물은 타고난 감성에 의해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동일하게 두 가지 원리의 적용을 받는다.

- 다만 인간은 자신의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를 제외하곤,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도 결코 해를 입혀서도 안 되는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동물을 학대해서도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언급.

② 〈나〉에 제시된 필자의 동물에 대한 태도 파악 능력

- 인디언의 버팔로 사냥의 목적은 고기를 얻어 생존을 유지하는 데 있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고기를 위해 지나치게 사냥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제시문 〈가〉에 언급된 인간이 자기 스스로의 보존을 위한 예외적인 정당한 경우에 해당한다. 필자는 또한 백인들이 버팔로를 사냥하고 가죽은 취하고 살덩어리를 그대로 방치한 행위에 대해 몸서리치는 인디언에 공감하고 있는데 이것은 버팔로를 감성의 존재로 인식하며 동물에 대해 연민을 느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 백인들의 사냥은 파괴적이며 불필요하게 동물에게 해를 입힌 것에 해당한다.

- 제시문 〈나〉에 나타난 필자의 ‘동물에 대한 태도’를 비교할 때는 반드시 〈가〉에 나타난 원리를 토대로 연결시켜 설명해야 한다.

* 백인들의 버팔로 사냥 목적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추위를 피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오답.

③ 〈다〉의 화자인 ‘나’의 동물에 대한 태도를 〈가〉에 근거해서 파악하는 능력

- ‘손’은 어떤 불량한 사람이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 비참한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파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손’이 큰 동물만 감성이 있는 존재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미물인 이[虱]를 예로 들면서 어떤 사람이 화로를 끼고 잡아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이를 다시는 잡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동물들은 대소의 구분 없이 모두 죽음에 대해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감성적인 존재임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것은 〈가〉의 동물을 감성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는 원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 제시문 〈다〉에서 ‘나’의 동물에 대한 태도를 설명할 때는 ‘손’의 태도와 비교해서 언급해야하며 반드시 〈가〉의 원리를 적용하여 설명해야 한다.

* ‘나’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만 언급한 경우는 ‘손’의 태도와 비교한 경우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판단.

* 단순히 모든 동물의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고 설명하거나,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설명하면 오답.

④ 〈나〉와 〈다〉의 차이를 비교한 종합적 결론

- 제시문 〈나〉에서 필자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는 〈가〉의 두 가지 원리가 모두 언급되어 있으며, 감성을 지닌 동물을 불필요하게 학대하거나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다〉에서 ‘나’는 모든 동물들은 죽음에 대한 고통과 공포를 느끼는 감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가〉 감성을 지닌 동물들의 죽음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원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비교.

4. 모범답안 예시

〈가〉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에 앞서는 자연적 상태에서 작동하는 두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이 두 가지 원리 사이의 일치와 조합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의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하나는 자기 안락과 자기 보존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 종족을 포함한 모든 감성적 존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면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은 자신의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를 제외하곤,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도 결코 어떤 종류의 해를 입혀서도 안 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성적 존재인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한 학대를 받지 않아야 할 존재인 것이다.(화제 도입 및 〈가〉의 논지 요약)

〈나〉의 필자는 영화에 나타난 ‘인디언’과 ‘백인들’의 사냥을 통해 이들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대조적으로 서술한다. 즉 ‘인디언’의 버팔로 사냥에 대해서는 자기 보존을 위한 경우 이외에 필요 이상의 학대를 행하지 않으며, 백인들의 잔인한 사냥을 보고 동물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고 본다. 반면 ‘백인들’의 사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서술을 하는데, ‘백인들’은 자기 보존의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버팔로에 대한 연민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나〉의 필자가 지닌 ‘동물을 대하는 태도’)

〈다〉의 ‘나’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손’의 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다〉의 ‘손’과 ‘나’의 대화는 〈가〉에서 말한 인간을 포함한 어떤 감성적 존재가 당하는 고통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다룬다. 〈다〉의 ‘손’은 큰 동물인 개는 감성적 존재이고, 미물인 이[虱]는 감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을 통해 연민의 기준을 크기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의 ‘손’에 따르면, 개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虱]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비해 〈다〉의 ‘나’는 모든 동물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감성적 존재임을 들어 큰 동물인 개와 작은 동물인 이[虱]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의 ‘나’가 지닌 ‘동물을 대하는 태도’)

자연계열 공통문항

〈가〉

“그 웬수녀르 것 아직도 안 뒈졌다냐” 윤봉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이런 식으로 막내의 안부를 묻곤 했다. 윤봉이는 홍역을 앓고 있었다. ...(중략)... 네 살짜리 악마, 언제부터인가 묘한 미신이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런 식 말고는 연거푸 닥치는 숱한 불행들을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를 혹심한 가난과 낙담 속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의 시련…… 거기에는 반드시 윤봉이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녀석이 항상 유령의 그림자처럼 배후에 도사리고 앉아 한 톨 한 톨 놀부의 박씨를 물어다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가정 전체를 파멸로 이끌도록 악마가 시켜서 보낸 우리 윤봉이. 그의 백치다운 허여멀건 얼굴과 천진스럽기 그지없는 웃음 저쪽 편에서 우리는 똑똑히 검은 날개를 볼 수 있었다. …(중략)… 아버지 자신은 그걸 처음부터 부인했다. 단순한 부인에만 그치지 않고 윤봉이를 겨냥해서 일제히 퍼부어지는 냉대와 구박의 과녁 역할을 자신이 직접 감당하려했다. 하지만 일삼아 벌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봉이에 대한 주위의 평판은 조금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였다. 콩심은 데서 팥을 거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중략)…

“윤봉이는 지금도 잘 있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직도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느 에미한티도 누차 당부혔다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너도 니 심껏 윤봉이를 위혀야 한다.” 아버지는 숨도 안 쉬고 뻐금뻐금 담배를 빨아 댔다. 그리고 일껏 달디달게 빨아들인 연기를 한꺼번에 모아 아주 쓰디쓰게 내뿜는 것이었다. “너도 아다시피 그 어린 것한티 무신 죄가 있겄냐. 죄가 있다면 애비 잘못 만난 것빼끼 더 있냐? 털끝만침도 허물이 없는 윤봉이기다가 당최 함부로 혀서는 못쓴다. 내 말 알아들었냐” …(중략)…

마지막 한 모금을 길게 빨아들인 다음 아버지는 잡을 자리도 없게 짧아진 꽁초를 땅에 던졌다.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붙잡고 어기적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자니까 자꾸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어떤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우리 집을 보호하고 있어 다른 사람 다 노무자로 끌려가도 우리 아버지만은 요행수로 빠질 거라는 여태까지의 막연한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윤봉이 탓이었다. 아버지 앞에서는 어쩔 도리 없이 머리를 끄덕였지만 새끼줄 바깥에 나 혼자 서 있는 지금 생각하는 우리 집안의 불행은 죄다 윤봉이녀석이 악마하고 손을 잡은 데서 비롯되는 재앙이었다.

〈나〉

마녀사냥 제도의 주된 결과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들은 영주나 교황의 희생물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단지 자기들이 마녀나 악마의 희생물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신네 지붕이 비가 오면 샌다면서? 당신네 암소가 유산했다지? 당신네 밭 귀리가 잘 크지 않는다면서? 당신네 포도주가 시어졌다면서? 당신 자식이 죽었다면서 당신네 울타리를 부수고, 당신을 빚에 쪼들리게 하고, 당신의 농토를 탐내는 자는 바로 당신의 이웃, 마녀로 변한 당신의 이웃이다. 교회와 국가는 백성들을 괴롭히는 가공의 적들을 퇴치하자는 힘찬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국은 그 악마들을 격퇴하려고 아낌없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따라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그 전투에서 보인 당국의 열정과 용감성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마녀사냥의 실제적인 의미는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시켰다는 데에 있다. 이 괴물들의 환상적인 행위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소외되고 영세화된 대중들은 부패한 성직자들이나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미쳐 날뛰는 악마들을 저주하게 되었다. 어떤 지방에서 소요가 있을 때마다 통상 무기력한 노파나 하층 계급의 중년 여인들이 맨 먼저 마녀로 기소되었다. 첫 희생자들로부터 추가의 명단들이 만들어져 나왔으며, 남녀 아이들과 남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다〉

분명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본성에는 고통 전가를 일으키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쥐를 전기충격 장치가 있는 우리에 넣고 약하지만 반복적인 충격을 가하는 실험이 있다. 나중에 그 쥐를 해부해 보면 위궤양이 발생하고 부신(副腎)의 크기가 비대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가지 증상 모두 쥐가 스트레스 과부하 상태였음을 보여 준다. 이번에는 같은 조건의 우리에 쥐를 넣되 바닥 양쪽에 나무 막대기를 함께 넣는다. 전기충격을 가하면 쥐는 나무 막대기를 씹는다. 그 결과 쥐는 더 오랜 기간 견딜 수 있다. 해부를 해 보면 부신의 크기가 더 작고 위궤양도 훨씬 덜 하다. 쥐는 막대기를 씹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이다. 막대기를 씹는 행위는 쥐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기분 좋게’ 해 준 것이 분명했다. 비슷한 조건의 세 번째 실험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쥐 두 마리를 전기충격 우리에 함께 넣는다. 두 마리 모두에게 전기충격을 가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포악해진 쥐들은 서로 싸운다. 나중에 두 마리를 해부해 보니 숱한 전기충격에도 위궤양의 흔적이 없었으며 부신의 크기도 정상 이었다. 이렇게 쥐와 같은 개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대상에게 고통을 떠넘긴다. 윤리적으로 ‘선’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본능적’인 행동이다.

요컨대, 고통 전가는 ‘달콤한 맛’과도 같다. 하지만 달콤함은 음식의 유익함을 판단하기에 빈약한 기준이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을 하라!’ 아득한 진화적 과거에는 이 말이 훌륭한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21세에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지만 사실은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행동도 있다. 우리에게는 상처받고 모욕당했을 때 주변의 누군가에게 같은 상처와 모욕을 줌으로써 상황을 개선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비록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행동에 생물학적 근거와 문화적 관행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그런 성향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있다. 깊게 박힌 뿌리는 줄기에 영양을 공급해 주지만,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본능’대로만 살기 위해서라면 우리에게 이렇게 큰 뇌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쥐가 아니다. 우리 인간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뿌리가 아닌 지상에 있는 인지능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지능력을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쓴 《평온을 구하는 기도》를 약간 변형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행동들 중 (자동적인 콩팥의 기능처럼) 바꿀 수 없는 것, 또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바꿔야만 하는 것을 분별 할 줄 아는 지혜.

1. 〈가〉의 밑줄 친 ‘나’와 〈나〉의 밑줄 친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그러한 심리를 〈다〉의 관점에서 비판하시오. (1000±100자)

1. 제시문 요지

〈가〉 : 윤흥길, 《양》, 부분 발췌

제시문 〈가〉는 소설 속 주인공 ‘나’가 노무자로 끌려가고 있는 아버지와의 만남을 묘사한 장면이다. 주인공은 집안에 닥친 불행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 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 불행이 막내 동생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심리적 기작은 제시문 속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어머니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는 막내 동생에 대한 다른 가족들의 생각이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말해 주지만 주인공은 그런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발췌 후 재구성

제시문 〈나〉는 유럽 중세 시대에 자행되었던 마녀 사냥의 의미를 서술한 글이다. 마녀 사냥은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을 마녀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거대한 사회적 폭력이 일어나게 된 사건을 말한다. 제시문은 무지했던 당시의 하층 계급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행이 영주와 교회의 탓이 아니라 마녀의 탓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약자였던 사람들을 마녀로 지목하고, 그 다음 연이어 새로운 희생양들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마녀광란이 확산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마녀 사냥의 광풍은 그것이 사회의 고위층에게까지 이르게 되자 비로소 중지되었는데, 이는 마녀 사냥이 일종의 정치적 기능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불행하게 만든 진짜 원인은 이해하지 못하고, 희생양에게 고통을 전가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다〉 : 데이비드 바래시 & 주디스 이브 립턴, 《화풀이 본능》, 발췌 후 재구성

제시문 〈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화풀이 행위나 복수 등 고통 전가 행위의 생물학적 풀이를 진화론의 적응전략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한 글이다. 제시문에서 나오는 쥐 실험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쥐의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이 생기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상이 주어지면 그 대상에게 화풀이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 제시문의 필자는 쥐 사례가 보여주듯이 인간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고통 전가는 윤리적으로는 선하지 않지만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인간은 그저 본능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동물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러한 면에서 우리의 고통 전가 성향은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암시한다.

2. 출제의도와 논제의 구성

자연계열 공통문항은 ‘마녀사냥’을 주제로 개인의 심리와 사회적 현상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고, ‘화풀이’나 ‘마녀사냥’과 같은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문제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이분명하지 않을 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나 특정 사회적 조건에 있는 사람들을 희생양 삼아 자신이 당한 고통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시문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고통이 사악한 존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는 심리적 과정을 기술하고, 그러한 심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낳는지 그리고 그러한 본능적 성향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한 글들이다. 제시문은 가족의 불행이 막내 동생 때문이라고 믿는 이야기(제시문 〈가〉)와 자신들의 불행을 마녀 때문이라고 믿어 거대한 폭력적 행위가 일어난 중세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제시문 〈나〉), 그리고 쥐 실험을 통해 고통 전가의 본능을 보여주고, 인간은 그런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의식을 가진 주체라는 이야기(제시문 〈다〉)로 구성되어 있다.

논제는 화풀이 내지는 고통 전가를 하는 개인의 심리(〈가〉)와 마녀 사냥(〈나〉) 사이의 공통점을 그 심리와 상황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이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 〈가〉에서 드러난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연이은 불행의 원인을 알지 못하고, 막내 동생이 그 모든 사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고통 전가를 통해 일종의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것이다. 제시문 〈나〉의 마녀 사냥 역시 중세 시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불행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상의 적인 마녀들에게 그 원인을 돌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마녀라고 간주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이러한 두 상황에서 불행을 당하며 그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처지의 공통점)이 고통 전가를 일으키는 심리적 과정(심리의 공통점)을 제시문 〈다〉를 활용하여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제시문 〈다〉는 고통 전가가 생물학적 본성일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지만 인간은 단지 본능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그런 본능을 지적인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3.답안구성요소

문항의 요구 사항은 제시문 〈가〉의 ‘나’와 〈나〉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제시문 〈다〉의 논지를 활용하여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답안은 공통점을 설명하는 부분과 그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다음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1. 〈가〉의 ‘나’와 〈나〉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의 공통점

① 제시문 〈가〉에서 소설의 주인공인 ‘나’의 처지와 심리 상태를 정확히 적시해야 한다.

㉠ 소설 속 ‘나’는 집안의 연이은 불행과 아버지가 노무자로 끌려가게 된 상황에서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자신과 집안에 닥친 불행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고, 연이어 닥친 불행의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심리적 불안감에 저항하려고 한다.

㉢ ‘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아버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불행이 모두 막내인 윤봉이 탓이라고 믿음으로써 윤봉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

② 제시문 〈나〉의 마녀 사냥과 관련하여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 상태를 적시해야 한다.

㉠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의 진짜 원인(영주와 지배계급)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에 닥친 불행의 원인을 가공의 원인, 즉 마녀나 악마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 마녀나 악마 때문에 불행이 닥친다고 믿은 그들은 그들의 이웃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려고 하였다.

▶ 결국 〈가〉의 ‘나’와 〈나〉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와 ‘가난한 사람들’은 연이은 불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런 불행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은 그들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은 그 불행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며, 결국 네 살짜리 막내 윤봉이나 늙은 노파와 같이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그런 불행의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희생양을 구하게 된다.

2. 고통 전가(희생양을 찾으려는) 심리에 대한 비판적 성찰

③ 제시문 〈다〉의 논지 파악

㉠ 쥐 실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타자에게 고통을 전이함으로써 스트레스가 완화된 다는 내용을 통해 고통 전가를 생물학적 본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 생물학적 적응 전략으로서 고통 전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개체에게는 좋은 전략일 수 있으나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런 행동은 자기 자신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된다.

㉢ 제시문의 저자는 비록 고통 전가가 생물학적 본능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이성(지성)은 그런 본능을 극복할 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성의 관점에서 그런 본능은 극복되어야만 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④ 〈다〉의 관점에서 〈가〉의 ‘나’와 〈나〉의 마녀 사냥의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고, 그것이 극복 가능한 인간의 본성임을 적시해야 한다.

▶ 제시문 〈가〉와 〈나〉에서 공통적인 심리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고통 전가 행위, 혹은 마녀 사냥(희생양 만들기)은 그것이 오래된 생물학적 본성이고, 문화적 뿌리를 가진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사회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며, 무엇보다 지성을 가진 인간은 그런 생물학적 본성을 극복할 힘을 갖고 있으므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4. 모범답안 예시

문제의 요구 사항은 제시문 〈가〉의 ‘나’와 제시문 〈나〉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다〉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나’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를 설명한 뒤 그 공통점을 적시하고, 그들의 심리를 〈다〉의 논지에 따라 비판해야 한다. 답안의 전체적인 논지의 흐름과 개요는 다음과 같다.

〈가〉의 ‘나’는 집안의 연이은 불행이 모두 윤봉이 탓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어린 윤봉이를 희생양으로 삼은 까닭은 그런 불행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 모든 일이 윤봉이 탓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그 모든 불행은 모두 윤봉이가 악마와 손을 잡은 탓이라고 믿는다. ‘나’는 가족이 겪어야 하는 불행의 원인을 지목함으로써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이 주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가난한 사람들’도 자신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의 원인이 마녀들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겪는 다양한 고통과 불행의 원인이 사실은 당시의 영주들과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희생양으로 삼은 대상은 마을의 노파나 여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결국, 〈가〉의 ‘나’와 〈나〉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리의 공통점은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주변부에서 가상의 원인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들의 불안한 심리를 해소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어린 윤봉이나 노파들처럼 원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들이어서 자신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에 따르면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는 일종의 본능적 행동이다. 실험은 우리에 갇혀 전기충격을 견뎌야 했던 쥐는 막대기나 다른 쥐와 같이 고통을 전가할 수 있는 대상이 주어지자 전기충격으로 인해 겪어야만 할 스트레스가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일종의 적응전략이자 본능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가〉의 ‘나’와 〈나〉의 마녀 사냥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상 자연스러운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그들 모두 그러한 고통 전가 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겪는 불안한 심리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에 굴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런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그러한 능력은 다름 아닌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나아가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