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1 ~ 2] (600점)

(가) 투표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국가의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나타내는 민주적인 절차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입니다. 국민들은 한 나라를 구성하는 성원으로서 당연히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을 뽑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투표는 국민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이기도 합니다. 투표의 의무는 국민의 많은 의무 가운데 가장 이행하기 쉬운 의무이기 때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투표가 국민의 자유의사에 따라 시행되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투표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라도 투표율 하락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의무 투표제를 채택하여 투표 불참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공직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 투표율이 낮은 경우 투표를 통해 뽑힌 대표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인 대의제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표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어 투표율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 어떤 제도든지 모든 사람의 이익에 부합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무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나라들처럼 일정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상식에 비추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최근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다친 한 시민이 피를 많이 흘려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 중 한 명이라도 119 구조대에 신고를 했더라면 그 시민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처럼 안타까운 일을 막기 위해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를 구하는 것은 인간의 양심을 지키는 일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인간성을 저버리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으로 처벌하자는 것입니다. 비난하거나 일깨우는 것만으로는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면 법을 정해 개인의 도덕의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법인 만큼,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는 책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개인적 행동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이 법을 제정하자는 것입니다. (…)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제정하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범죄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되므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과 도덕은 본질 면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도덕규범 중에는 이미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규범도 있는데, 도덕규범이 법의 강제력을 갖게 되면 그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국민을 보호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다) 인간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인 것이다. (…)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법적 처벌이 어려울 때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일들, 이를테면 법정 증언이라든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공동 방위나 공동 작업의 일정 부분을 감당하는 일 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웃을 위험에서 구해 주고, 자기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을 악용하지 못하게 간섭하는 등, 자선의 손길을 내미는 일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 살다 보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그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훨씬 신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구든 다른 사람에 피해를 주었을 때 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리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예외적인 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예외를 정당화해주는 대단히 분명하고 심각한 경우가 숱하게 많다. 대외적으로 모든 개인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들의 보호자인 사회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가끔 그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때가 있다. 즉 사회가 간섭할 권리가 있지만 본인에게 맡겨 두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나, 사회가 간섭하면 오히려 더 큰 해악을 빚을 위험이 있을 때는, 전후 사정을 살펴서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이런 경우에는 행위 당사자의 양심이 공법(公法)의 빈틈을 메워서 외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항 1] 제시문 (가)의 ‘의무 투표제’와 (나)의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200점, 400∼500자, 제시된 작성 분량 미 준수 시 0점 처리됨)

[문항 2] 제시문 (다)의 주장을 요약하고, (다)의 입장에서 ‘의무 투표제’를 옹호하고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반박하시오. (400점, 1,100∼1,200자, 제시된 작성 분량 미 준수 시 0점 처리됨)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1. 출제 의도

본 논술은 고교 교육과정과 관련 성취기준을 최대한 반영하여 출제하였다. 해당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된 독서 능력과 글쓰기, 비판적 사고 능력과 현대 사회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을 고려하여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문항 1>은 (가)와 (나) 두 제시문의 내용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각 제시문의 핵심 개념인 ‘의무 투표제’와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해결 대상인 문제의 성격과 취지 등에 관해 양자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주제 통합적 읽기 능력이 필요하다.

<문항 2>는 개인의 자유에 관한 논증적인 제시문 (다)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것을 활용하여 (가)와 (나) 두 제시문의 핵심 주장을 각각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문제이다.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파악한 이후에 (가)의 ‘의무 투표제’의 도입을 옹호하고 (나)의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의 도입을 반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의 핵심 주장인 ‘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사회가 간섭하려고 할 때, ‘본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나, 사회가 간섭하면 더 큰 해악을 빚을 위험이 있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분명하게 파악하여, (가)와 (나)의 핵심 개념인 ‘의무 투표제’와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의 사례에 적용하여 각각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논증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논리적으로 서술된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독해 능력, 그리고 (다)에서 (가)와 (나)의 핵심 개념을 각각 옹호하거나 반박할 논거를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논증 구성능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사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장 구성력 및 표현력이 필요하다.

2. 문항 해설

<문항 1>은 제2012-14호 “국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국어Ⅱ]-[독서] (5) 문제 해결적 사고 과정으로서 독서의 특성을 이해하며 다양한 유형의 글을 읽는 능력, [법과 정치] (2) 민주 정치의 과정과 참여-(다) 현대 민주 정치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가 갖는 의의 및 다양한 정치 참여의 유형에 대한 이해, [화법과 작문] (22) 주장하는 내용과 관점이 명료하게 글을 쓰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의무 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가)의 글과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의 도입을 주장하는 (나)의 글을 읽고, ‘의무 투표제’와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도록 과제를 구성하였다. 양자의 공통점으로는 세 가지, 즉 개인에 맡겨 둠으로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양자의 차이점으로는 두 가지, 즉 의무 투표제가 제도의 영역인 데 반해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양심의 영역이라는 점, 의무 투표제는 제도를 법으로 보완하는 데 반해,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도덕을 법으로 강화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주어진 글을 읽고 서로 다른 두 제도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기술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문항 2>는 제2012-14호 “국어과 교육과정” [국어Ⅱ]-[독서] (5) 문제 해결적 사고 과정으로서 독서의 특성을 이해하며 다양한 유형의 글을 읽는 능력, [윤리와 사상] (4) 사회사상-(마)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윤리–현대 민주주의는 민본과 위민 사상, 자연법적 계약 사상에 근거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 [고전] (8) 고전을 읽고 공동의 관심사나 현대 사회에 유효한 문제 등을 중심으로 통합적 국어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 [화법과 작문] (19) 공동의 의사결정 단계를 이해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토의 능력, [화법과 작문] (21) 주장의 논리적 오류를 파악하여 듣고 합리적으로 반박하는 능력, [국어Ⅱ]-[작문] (8) 작문 맥락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여 주장하는 글을 쓰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자유에 관한 (다) 글의 내용을 논증적으로 파악하여 요약해야 한다. (다)의 글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경우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이지만,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내용을 근거로 (가)의 ‘의무 투표제’를 옹호하고 (나)의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을 반박하도록 과제를 구성하였다. 이때 핵심논점은 “사회가 간섭할 권리가 있지만 본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나, 사회가 간섭하면 더 큰 해악을 빚을 위험이 있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의무 투표제’는 사회가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별다른 해악이 없으므로 적용 가능하다고 옹호 가능하며,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면 오히려 도덕의식이 약화되는 해악이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본 문항은 제시문을 통해 발문에서 지시한 논지를 뒷받침할 논거를 발견하여 글을 쓸 수 있도록 고려했다.

3. 채점 기준

4. 예시 답안

[문항 1]

의무 투표제는 투표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고,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비인간적 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이다.

의무 투표제나 착한 사마리아 인 법 모두 개인에 대한 충고나 설득, 또는 비난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공동체의 안녕과 발전을 목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다. 양자 모두 법제화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의무 투표제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표 참여 의무를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인간의 양심 즉 도덕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전자가 제도를 법으로 보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도덕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422자)

[문항 2]

제시문 (다)는 개인의 자유는 그 어떤 권력도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했을 때는 사회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사회가 책임을 물을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시문 (가)의 의무 투표제는 대의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표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불참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투표는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민주적 절차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며, 하지 않았을 때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투표율이 낮아 국민의 의견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되어 대의민주주의의 존립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하락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투표 참여를 개인에게 맡겨두기보다는 사회가 간섭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법으로 투표 참여를 강제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의무 투표제의 도입은 바람직해 보인다.

제시문 (나)의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과 같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이른바 인간성을 저버린 비양심적인 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심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그로 인해 타인의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가 그 책임을 추궁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 법으로 개인의 양심과 도덕을 강제하게 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행위가 허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심과 도덕의 문제에 법적 강제력을 도입하게 되면 개개인의 도덕의식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법으로 양심을 강제하는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의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무 투표제나 착한 사마리아 인 법 모두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를 법적 강제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전자는 제도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양심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도입여부가 달라진다. 제도의 문제는 법의 보완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양심의 문제는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의무투표제의 도입은 필요하나 착한 사마리안 인 법은 필요치 않다. (1,115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