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제시문 1> ~ <제시문 6>은 법치주의에 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제시문들을 서로 다른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30점)

<제시문 1>

섭공: 모처럼 먼 길을 오셨으니, 오늘은 제가 선생님께 정치를 하는 바른 도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공자: 허허, 공께서 그리 청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가까이 사는 백성들이 늘 기쁜 마음으로 살도록 해주십시오.

섭공: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의 백성들은 모두가 기뻐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공자: 그렇다면 멀리 사는 사람들이 공의 덕을 흠모하여 가까운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실 수 있겠습니까?

섭공: 아니, 이거 부끄럽습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제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층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치란 백성을 기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백성을 올바르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공자: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정치(政治)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정치(正治)인 것이기도 하지요.

섭공: 예, 부끄럽지만 저는 백성을 바르게 이끄는 일에서는 아주 자신합니다.

공자: 그거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공께서 백성들을 어떤 식으로 바르게 이끄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섭공: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났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잃은 양이 자기 집에 들어오자 시치미를 뚝 떼고 제 것인 양 챙겼습니다. 물론 이웃은 고발을 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아들이 관청에까지 나와 “국법을 속일 수 없다”라고 하면서 제 아비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관청에서는 아비에게 벌을 주고 아들에게는 상금을 주어 처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람을 바르다고 말합니다. 그 젊은이는 국법을 지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을 어떻게 세우겠습니까? 그 젊은이는 가족이라는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것을 더 먼저 생각한 것이니 장하지 않습니까? 법이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군주라 해서, 아버지라 해서 숨겨주고 덮어준다면 그게 어찌 법이겠습니까?

<제시문 2>

법률 체계에 근거하여 권위자가 내리는 판결은 지금까지 선보인 폭력 감소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고 일반적이다. 우리는 사형이냐 아니면 종신형이냐 같은 행형 정책의 차이에 따라 폭력이 몇 퍼센트 감소할 수 있는가를 놓고 논쟁을 하지만, 무정부 상태에서 사는 것보다는 사법 제도가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남자의 비율이 많게는 60퍼센트에 달했던, 국가 이전 사회의 놀라운 살인 사건 발생률이 한 증거이다. 또 다른 증거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거의 항상 폭력적인 문화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중세 이후 유럽 사회의 살인 사건 발생률은 이전의 100분의 1로 감소하였다. 사람들은 종종 그 원인을 정의나 인권, 상호 존중, 평화와 같은 가치들이 계몽을 통해 확산된 것에서 찾는다. 물론 그러한 요인들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보다 그러한 가치들을 앞에 내세우는 것이 더 큰 분쟁을 부추긴다. 한쪽에서는 정의롭고 명예로운 것으로 보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불평등과 불명예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에 일어난 폭력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은 강력한 법 집행력을 가진 중앙집권적 권력의 성장이었다.

<제시문 3>

‘안티고네’는 테베 지역에서 전해져온 전설을 소포클레스가 재구성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은 테베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골육상잔을 벌이다가 모두 죽게 되고, 결국 가까운 친척인 크레온이 왕위에 오른다. 죽은 두 아들 중 폴리네이케스는 권력 다툼을 벌일 때 아르고스로 도망해 그곳 왕의 부마가 되어 테베를 공격했던 인물이다. 이 반역 행위 때문에 크레온은 그의 매장을 금지한다. 그러나 여동생 안티고네는 죽은 혈족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천륜이라고 주장하면서 오빠의 장례를 거행하고자 한다. 크레온은 국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안티고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석굴에 가두자 안티고네는 이에 죽음으로써 항거한다. 결국 안티고네의 약혼자였던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 역시 죽음으로써 안티고네를 따르고, 왕비 에우리디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대해 크레온은 극에서 “아아! 슬프도다. 불행한 내 결정이여! 아아! 정의가 무엇인지 나는 불행을 통해 배웠소.” 라고 탄식한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윤리적 규범을 어기면서까지 실정법에 집착하려는 크레온의 국가지상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시문 4>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에 의한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지배를 지칭하는 ‘인(人)의 지배’를 배척하고, 국가권력을 법에 구속시킴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초기의 법치주의에서는 형식적인 합법성이 크게 강조되어, 행정과 재판이 법률에 적합하기만 하면 그 법률 자체의 목적이나 내용을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법률을 도구로만 이용한 합법적 지배, 즉 외형상으로는 통치의 합법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정당성이 결여된 법률지상주의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입장은 독일 나치의 통치와 같은 다수의 횡포와 독재를 옹호하는 논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형식적인 합법성뿐만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와 헌법 이념에 합치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대두하였다.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 이념에 들어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의 실현을 목적과 내용으로 하는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고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시문 5>

각 국가마다 사람들은 법률을 제정하여 법률에 따라 사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민주정체에서 사는 사람들은 민주적인 법률을, 참주정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참주체제의 법률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정치 체제들에서 사는 사람들도 나름의 법률을 만들어 살아간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나름의 법을 만들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범법자로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국가에 질서를 유지합니다. 물론 어떤 법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어떤 법도 ‘모든 경우들’을 미리 고려한 것은 아니며, 따라서 종종 우리를 실망시킵니다. 그러나 정해진 법 이외 다른 근거를 들어 국가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려 한다면 우리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간혹 천성적으로 공적인 것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게 잘 판단할만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정해진 법률을 따르는 것보다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현자’는 찾기 힘들며,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그런 사람에게 정해진 법보다 더 높은 권위를 부여하게 되면, 그는 결국 탐욕에 휩싸여 사익을 추구하고 나라를 온갖 악으로 가득 채우기 십상입니다. 각 정치 체제가 정해놓은 법령을 있는 그대로 따르는 것이 결국은 최선입니다.

<제시문 6>

법이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서 만들어졌다거나 최소한 국민들이 법에 동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의회가 만든 법률은 과연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단순다수결은 일반의지의 반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법의 내용이 국민의 대표자 51퍼센트 다수에 의해 결정되면, 나머지 49퍼센트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로 합의에 의한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가? 의회에서 만장일치에 도달하지 못한 표결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정당성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마치 절대 변화하거나 변형되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법률을 ‘철(鐵)’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간이 만든 것에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법률도 그러하다. 어떤 법률도 ‘철’칙이 아니다. 법률은 인간이 만든 평범한 규칙에 불과하다. 우리는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처럼 주장되고 받아들여졌던 법률이 사회의 문화적, 윤리적 가치가 변하면서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의심받게 되고 결국 다른 법률로 대체되는 것을 역사에서 자주 보아왔다.

[문제 2] <자료 1>과 <자료 2>를 연결시켜 해석하고, 그 해석을 활용하여 [문제 1]의 한 입장을 옹호하시오. (35점)

<자료 1>

<자료 2>

주1) 모든 통계자료는 지난 10년간 평균 수치이며, 다른 모든 조건은 두 국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주2) <자료 1>은 법 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이다.(단위: %)

주3) <자료 2>에서 경제성장률 외의 다른 지수들은 모두 5점 만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5=높음, 0=낮음)

[문제 3] <보기>에서 언급된 ‘동물해방전선’ 회원들의 현행법 위반 행위와 관련하여 그들을 기소, 처벌하려는 원고 측의 입장과 그들의 행위를 변호하려는 피고 측의 입장을 [문제 1]의 입장들과 연관 지어 각각 논술하시오. (35점)

<보기>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문제 1]

1. 출제 의도

본 논술문제의 출제 의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 사고하고 본인의 생각을 글로 논술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함양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주제는 법의 이해이며,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는 것이다.

문제 1은 학생들이 형식적 법치주의를 지지하는 제시문들과 실질적 법치주의를 지지하는 제시문들을 제대로 분류하고 각각의 내용을 잘 요약하여 정리하는지를 평가하디 위한 것이다.

2. 문항 해설

제시문들에 나타난 법치주의적 견해들은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전자에는 제시문 1, 2, 5가, 후자에는 제시문 3, 4, 6이 속한다. 각 제시문의 논지를 요약하면,

<제시문 1> 법은 나라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법은 어떤 사적 관계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공적 제도이다.)

<제시문 2> 강력한 사법제도에 근거한 국가권력의 성장이 근대 사회의 폭력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다.

<제시문 3> 기본적인 윤리적 규범과의 충돌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국법의 준수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시문 4>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의 합법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법률지상주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형식적 합법성을 넘어서 법의 목적과 내용이 정의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과 같은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더 바람직하다.

<제시문 5> 완벽하진 않더라도 정해진 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제시문 6> 어떤 법률도 ‘철(鐵)’칙이 아니며 사회의 문화적 윤리적 가치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채점 기준

- 채점 포인트

① 제시문들을 올바로 분류하였는가?

② 각 입장의 핵심 논지를 잘 파악했는가?

③ 요약문의 서술은 명확하고 간결한가?

④ 제시문 간의 내용상의 차이가 드러나는가?

- 채점 기준

A : 제시문들을 형식적 법치주의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제시문 1, 2, 5와 실질적 법치주의를 나타내는 제시문 3, 4, 6으로 올바르게 분류하고, 그 핵심 논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두 법치주의 간의 섬세한 차이 및 제시문 간의 내용상의 차이점까지도 부각시키고 있는 답안

B : 제시문들을 올바르게 분류하고, 법치주의의 두 입장의 논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으나, 두 법치주의 간의 섬세한 차이 및 제시문 간의 내용상의 차이점을 충분히 부각시키지는 못한 답안

C : 제시문 분류는 올바르게 하였으나, 각 입장의 핵심 논지에 대한 명확하고 간명한 서술에 부족함이 있는 답안

D : 제시문 분류에서 오류를 범하였지만, 각 입장의 핵심 논지에 대한 서술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답안

E: 제시문 분류에서 오류를 범하고 논지 서술이 제대로 안 된 답안

[문제 2]

1. 출제 의도

[문제 2]는 학생들이 <자료 1>과 <자료 2>를 연결해서 잘 분석하고, 이를 [문제 1]의 두 입장 중의 하나를 지지하는 논리로 잘 활용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2. 문항 해설

ⅰ) <자료 1>은 국가 A와 B의 국민들의 법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자료 2>는 각 국의 주요 사회경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ⅱ) <자료 1>은 ‘법대로 살면 손해다’라는 조사문항을 통해 두 국가에서 국민들의 현행법에 대한 법 감정은 매우 유사하지만 법치주의에 대한 입장은 두 국가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가 A에서는 ‘법과 도덕이 구분되어야한다’와 ‘일단 정해진 법은 반드시 지켜야한다’의 조사문항에 상대적으로 높은 동의를 나타내 형식적 법치주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반면 국가 B에서는 ‘국민참여재판제도가 필요하다’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소급입법도 할 수 있다’의 조사문항에 국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동의를 나타내고 있어 실질적 법치주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iii) <자료 2>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동의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 A에 비하여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한 동의가 보다 높은 국가 B에서 경제성장률, 성평등지수, 언론자유지수가 높고, 부패지수가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iv) 두 자료를 연결하여 해석하면, 실질적 법치주의 경향이 강한 국가에서는 법의 목적과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이념과 부합하고,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그 결과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실질적 자유와 평등의 실현하는 등 경제사회 발전 및 안정에 효과적임을 나타내고 있다.

3. 채점 기준

- 채점 포인트

① <자료 1>에서 국가 A와 국가 B 국민들의 법 감정(‘법대로 살면 손해다’)이 유사함을 전제로 하였는가?

② 각 국가에서 보다 높은 동의수준을 받은 조사문항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형식적 법치주의 또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입장과 바르게 연결하여 해석하였는가?

③ <자료 1>과 <자료 2>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을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한 입장을 옹호하는 자료로 잘 활용하였는가?

④ <자료 1>과 <자료 2>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범위를 초과하여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한 것은 없는가?

- 채점 등급

A : <자료 1>과 <자료 2>에 나타난 각 요소를 모두 정확하게 분석한 후 연결하여 해석하였으며, 실질적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논리가 매우 우수한 답안

B : <자료 1>과 <자료 2>의 자료 연결 및 해석이 모두 정확하나 실질적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논리가 다소 부족한 답안

C : <자료 1>과 <자료 2>의 해석이 대체적으로 정확하나 자료 연결 및 실질적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논리가 다소 미흡한 답안

D : <자료 1>과 <자료 2>의 자료 연결 및 해석의 명확성이 부족하거나 실질적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논리가 미흡한 답

E : <자료 1>과 <자료 2>의 해석이 부정확한 답안

[문제 3]

1. 출제 의도

[문제 3]은 학생들이 <보기> 자료의 분석을 통해 [문제 1]의 두 입장 각각에 대한 지지 논리로 논술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보기는 동물권익의 보호라는 도덕적 가치가 현행법에 규정된 재산권과 충돌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문에 나타난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의 입장에 근거하여 현행법에 의한 처벌을 주장하는 원고의 입장과 가치적 정당성에 근거한 변론을 제시하라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2. 문항 해설

보기는 동물권익의 보호라는 도덕적 가치가 현행법에 규정된 재산권과 충돌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문에 나타난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의 입장에 근거하여 현행법에 의한 처벌을 주장하는 원고의 입장과 가치적 정당성에 근거 한 변론을 제시하라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3. 채점 기준

- 채점 포인트

① <보기> 자료 분석에서 대립의 구도 ― 재산권의 보호를 규정한 현행법(원고측)과 법은 주요한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피고측) ― 를 올바로 파악하였는가?

② 원고 측의 입장을 제시문의 형식적 법치주의, 피고 측의 입장을 제시문의 실질적 법치주의의 입장과 잘 연결하였는가?

③ 유기적으로 각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였는가?

- 채점 기준

문제의 성격상 다양한 논의전개가 있을 수 있으나 (예를 들어 실질적 법치주의의 주장에 따라 피고를 변호하는 경우에도 처벌의 완전한 면제를 주장하는 경우/ 현행법에 의한 처벌은 받아들이나 이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 등) 아래와 같은 사항을 반드시 준수하여 채점해야 함

A : 원고와 피고의 입장의 차이점을 명백히 밝히고 이를 제시문의 두 입장과 연결하여 논리적으로 서술한 답안

B : 원고와 피고의 입장의 차이점을 명백히 밝히고 이를 제시문의 두 입장과 연결하여 서술하였으나 서술의 논리성이나 명확성이 떨어지는 답안

C : 원고와 피고의 입장의 차이점을 밝히고 이를 제시문의 두 입장과 연결하여 서술하였으나 각 제시문의 입장들을 나열하는데 그친 답안

D : 원고와 피고의 입장의 차이점을 밝히는 데에서 그치고 이를 제시문의 두 입장과 연결하여 서술하는데 실패한 답안

E: 원고와 피고의 입장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답안

예시답안

[문제 1]

제시문 1, 2, 5는 ‘법의 지배’의 합법성(법에 의한 통치)을 강조하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담고 있으며, 제시문 3, 4, 6은 형식적 합법성에서 더 나아가 내용적 정당성(법은 보편적인 사회적, 윤리적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을 주장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담고 있다.)

형식적 법치주의의 견해로서, <제시문 1>은 (섭공을 통해서) 법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공적 제도로서 어떤 사적 관계 보다 우선해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2>는 법률체계에 기반한 강력한 국가권력의 성장(‘법에 의한 통치’)이 근대 사회의 폭력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말하고 있으며, <제시문 5>는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재 나름의 법률을 제정하고 이것을 있는 그대로 따라야만 하며, 그렇지 않고 다른 것에 정해진 법보다 높은 권위를 부여할 경우 우리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한다.

반면에, 실질적 법치주의의 견해로서 <제시문 2>는 기본적인 윤리적 규범을 거스르는, 실정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가져온 불행한 사례를 통해 형식적 법치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또 <제시문 4>는 법치주의가 형식적인 합법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법률지상주의’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법치’에 있어서 법률의 목적과 내용의 정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면, 이를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고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해야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주장을 담고 있다. <제시문 6>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법률은 완벽하게 정당화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며, 따라서 절대불변의 것, 즉 ‘철(鐵)’칙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문화적, 윤리적 가치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거나 대체될 수 있는 평범한 규칙에 불과하다(법의 가변성).

[문제 2]

<자료 1>은 국가 A와 B의 국민들의 법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자료 2>는 각 국의 주요 사회경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자료 1>은 ‘법대로 살면 손해다’라는 조사문항을 통해 두 국가에서 국민들의 현행법에 대한 법 감정은 매우 유사하지만 법치주의에 대한 입장은 두 국가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가 A에서는 ‘법과 도덕이 구분되어야한다’와 ‘일단 정해진 법은 반드시 지켜야한다’의 조사문항에 상대적으로 높은 동의를 나타내 형식적 법치주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반면 국가 B에서는 ‘국민참여재판제도가 필요하다’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소급입법도 할 수 있다’의 조사문항에 국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동의를 나타내고 있어 실질적 법치주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료 2>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동의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 A에 비하여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한 동의가 보다 높은 국가 B에서 경제성장률, 성평등지수, 언론자유지수가 높고, 부패지수가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자료를 연결하여 해석하면, 실질적 법치주의 경향이 강한 국가에서는 법의 목적과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이념과 부합하고,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그 결과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실질적 자유와 평등의 실현하는 등 경제사회 발전 및 안정에 효과적임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 3]

ⅰ) 원고의 입장 : 형식적 법치주의의 입장에 근거해야 함

법은 사적 관계에 우선하는 공적인 이해를 대변하며(제시문1)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제시문 5). 비록 동물에게도 권익이 존재하고 그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숙고해 볼 여지는 있으나, 그러한 개인이나 집단의 신념이나 주장은 입법화되지 않은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일반적으로 동물권익의 존중과 같은 것을 법 앞에 내세우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해침으로써 사회 질서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소지가 크다. 따라서 법은 규정된 바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한다(제시문 2). 현행법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권익의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개인과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단체들은 현행법에 따다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ⅱ) 피고의 입장: 실질적 법치주의의 입장에 근거해야 함

현대사회에서 동물에게도 권익이 존재한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규범적 사실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동물의 학대, 실험을 빙자한 잔혹행위, 기타 무분별한 포획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현행법 체계는 동물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 동물해방전선 회원들의 행위는 동물권익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긴급하게 동물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존재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는 윤리적 규범보다 실정법을 더 위에 두어 이들을 처벌하려는 것은 법률지상주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제시문 3, 4). 법률은 변화하는 사회적, 윤리적 가치에 따라 변화하고 다른 법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현행법의 준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제시문 6). 법률은 주요한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 비추어 단지 현행법의 조항만을 들어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