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제시문 1> - <제시문 5>는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의 유무’에 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제시문 1>

칸트는 행복과 관련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을 행복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 하였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어떤 상태를 행복한 상태로 보는지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칸트는 행복의 개념을 보편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보았다. 각자의 행복은 각자의 쾌와 불쾌에 대한 특수한 감정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보편타당한 행위의 법칙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개념이 너무 불확실하여 “모든 인간이 행복을 얻으려고 소망하면서도 자신이 진정 무엇을 소망하고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한 번도 스스로 확정적이고 일관되게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라고 칸트는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행복의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복을 경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이 등장하였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행복은 정서적 체험이나 개개인의 윤리적, 정치적 행위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제시문 2>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적이고 경험적인 느낌이 아니라 인간이 그 본질적 기능인 이성적 사고활동을 완성시킬 때에 도달하는 정신적 상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최고선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결국 행복을 얻으려고 행위한다. 행복보다 더 높은 목적은 없다. 그런데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달리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부자로 사는 삶이, 또 어떤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한 삶들이 모두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행복한 삶이 이성적 기능을 가장 잘 발휘하는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시문 3>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요 며칠 동안의 제 생활의 변화를 두구 한 말 같아요. 이 끔직한 변화를 기적이라구 밖엔 뭐라구 하겠어요.” 부드러운 소리가 어딘지 먼 하늘에서나 흘러나오는 듯 삼라만상과 구별되어 귓속으로 스며든다. 준보는 고개를 돌리나 먹 같은 어둠 속에서는 그의 표정조차 분간할 수 없다. 얼굴이 달덩이같이 훤하고 쌍꺼풀진 눈이 포도알같이 맑은 것은 며칠 동안의 인상으로 그러려니 짐작할 뿐이다. 실과 사귄 지 불과 한 주일이 넘을락 말락 한 때다. “그건 꼭 내가 하구 싶은 말요. 지금 신비 속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요. 이런 날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해 봤겠수. 행복은 불행이 그렇듯 아무 예고두 없이 벼락으로 닥쳐오는 모양이죠.” “되레 걱정돼요. 불행이 뒤를 잇지 않을까 하는 그만큼 행복스러워요.” “행복이구 불행이구 사람의 뜻 하나에 달렸지 누가 무엇이 우리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요. 사람의 의지같이 무서운 게 세상에 없는데.” “그 말이 제게 안심과 용기를 줘요.”

<제시문 4>

행복의 중심에는 쾌락이 놓여 있다. 행복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정서는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행복은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생존, 번식과 같은 본능들과 뒤범벅된 원초적인 모습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한 일종의 탐지기와 같다. 이 탐지기는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경험을 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신호를 방출하는데, 이 신호는 다양한 종류의 쾌와 불쾌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뇌는 뱀, 절벽, 사기꾼, 썩은 음식 같은 것에 두려움이나 역겨움 같은 불쾌의 감정을 유발시켜 ‘위험하니 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불쾌의 감정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빨간 신호등’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결국에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반면에 쾌의 감정들은 ‘파란 신호등’이고 행복은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존에 유익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본질적 기능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진화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쾌감 같은 긍정적 정서의 기능은 인간이 생존이나 번식의 확률을 높이는 환경이나 자원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쾌와 불쾌는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상태이다. 이 중 쾌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생겨난 것이 바로 행복이다.

<제시문 5>

닉 부이치치는 팔다리가 없는 신체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골프공을 치고, 컴퓨터도 한다. 닉 부이치치는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었어요. 제가 태어났을 때 간호사들은 모두 울었고, 아버지는 신음했고, 어머니는 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닉은 아름답다. 신은 우리를 도울 거다’라고 말씀하셨죠. 어머니가 저를 받아들이기까지 4개월이 걸렸어요. 저는 10살 때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행복해요. 우리는 언제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저는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화를 내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똑똑하면, 시험에 합격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게 아닙니다. 인생의 소중한 것들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계속 시도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계는 내 마음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2] <자료 1>은 일란성 쌍생아¹와 이란성 쌍생아²를 대상으로 유전적 요인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이다.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그 해석이 시사하는 바를 [문제 1]의 한 제시문과 연관 지어 서술하시오.

<자료 1>

¹ 일란성쌍생아(一卵性雙生兒): 한 개의 수정란에서 태어난 쌍생아. 유전 정보가 같기 때문에 동성(同性)이며, 체형․성질․지능이 매우 유사함

² 이란성쌍생아(二卵性雙生兒): 두 개의 난자가 두 개의 정자에 의해 제각기 수정되어 유전 정보가 다르게 태어난 쌍생아

³ 행복감 일치도는 쌍생아 간에 행복감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임

[문제 3] <자료 2>가 보여주는 현상이 무엇인지 밝히고, 그것을 [문제 1]의 한 입장에 근거하여 설명하시오.

<자료 2>

¹ 행복지수는 소득, 교육, 건강, 환경, 안전, 여가 등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요인들을 통해 구성되었음.(가장 낮음: 0, 가장 높음: 100)

² 행복도는 각 자치구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여 행복감을 수치화한 것임.(가장 낮음: 0, 가장 높음: 10)

[문제 4] <보기>의 물음에 대해 [문제 1]의 두 입장에서 가능한 선택(접속 여부)을 모두 제시하고, 각각의 선택을 정당화 하시오.

<보기>

모범 답안

[문제 1]

요약형 문항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의 유무’에 대한 내용을 담은 5개의 지문을 제시하였다. <제시문 2, 4>는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있다(보편주의)는 입장이고, <제시문 1, 3, 5>는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없다(상대주의)는 입장에 속한다. 답안은 먼저 제시문을 올바르게 분류하고, 각각의 제시문이 왜 이렇게 분류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요약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ⅰ)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있다.(보편주의적 입장)

○ <제시문 2> :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은 이성적 기능을 완성(발휘)한 상태, 최고선이라고 생각하였다.

○ <제시문 4> : 행복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적 행동의 신호로서 ‘쾌감’에서 생겨난 (진화과정을 통해) 것이다. (→생물학적 쾌락주의)

ⅱ)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은 없다.(상대주의적 입장)

○ <제시문 1> : 칸트는 행복이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따라서 보편타당한 행위의 법칙을 제공할 수 없다)고 보았다.

○ <제시문 3> : 행복은 사람(개인)의 뜻, 곧 의지에 달렸다.

○ <제시문 5> :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것(정해진 보편적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정하는 것이다.

❍ 채점 포인트

① 제시문을 제대로 분류하였는가?

② 각 입장의 논지를 분류된 제시문들로부터 도출하여 명확히 서술하였는가?

[문제 2]

평가형 문항으로, <자료 1>에서 유전적 요인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상세히 해석하고, 그 해석이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있는가’에 대해 지니는 시사점을 <제시문 4>의 내용으로부터 도출하여 서술해야 한다.

ⅰ) 해석내용

<자료 1>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전정보가 똑같은) 일란성쌍생아들은 (유전정보가 다른) 이란성쌍생아들에 비해 행복감을 느끼는 일치정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한 일란성쌍생아들(53%)의 경우,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란성쌍생아들(13%)에 비해 행복감의 일치정도가 4배 정도 높다. 또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일란성쌍생아들(44%)의 경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이란성쌍생아들(8%)에 비해 행복감의 일치정도가 5.5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이로부터 유전적 요인이 행복감 결정에 상당한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ⅱ) 시사점

<제시문 4>의 논지는 행복은 쾌락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라는 것이다. 쾌감은 생존, 번식에 필요한 행동을 했을 때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오랜 세월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유전된다. 이러한 제시문의 내용은 ‘유전적 요인이 행복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위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즉, 쾌감(혹은 즐거움)을 일으키는 유전적 메커니즘이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채점 포인트

① <자료 1>의 연구 결과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해석하였는가?

② 해석 결과가 지닌 시사점의 도출 근거로서 <제시문 4>를 제대로 선택하였는가?

③ 해석 결과의 시사점을 <제시문 4>의 내용을 근거로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는가?

[문제 3]

설명형 문항으로, <자료 2>는 서울시 8개 자치구의 객관적 행복지수와 주관적 행복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가 보여주는 문제 현상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밝히고 그 내용을 [문제 1]의 한 입장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문제이다.

ⅰ) 문제 현상의 서술

<자료 2>는 행복지수에서 하위권에 있는 자치구 F, G, H의 행복도(6.7, 5.8, 6.9)는 행복지수 상으로 상위권에 있는 자치구 A, B, C의 행복도(6.6, 3.9, 4.9)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8개의 행복지수와 행복도 사이엔 아무런 연관관계도 없음을 보여준다.

ⅱ) 설명

위의 해석 결과, 소득, 교육, 건강 등 객관적 요인들로 구성된 행복지수가 개인의 주관적 행복감을 측정한 행복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행복지수’가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문제의 현상은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은 없다고 보는 상대주의적 입장에 근거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 채점 포인트

① <자료 2>를 정확히 해석하여 현상의 특징을 제대로 서술하였는가?

② 그러한 현상적 특징이 왜 나타났는지를 상대주의적 입장에 근거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문제 4]

대안제시형 문항으로, 보편주의적 입장과 상대주의적 입장 각각에서 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모두 제시하고, 그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적절한 제시문으로부터 찾아내어 기술해야 한다.

ⅰ) 보편주의적 입장에서

체험기계에 접속하는 경우와 접속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 ‘철학적 보편주의’에 해당하는 <제시문 2>에 근거할 경우 접속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체험기계에의 접속을 통한 가상적인 쾌락 체험은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으로서 ‘높은 수준의 이성적 기능의 실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물학적 보편주의’에 해당하는 <제시문 4>에 근거할 경우 행복을 위해 체험기계에 접속할 수 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행복은 생존에 유리한 감정, 즉 쾌락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ⅱ)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체험기계에 접속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여야 한다. 상대주의적 입장을 따를 경우 행복을 결정하는 보편적 조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체험기계에 접속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 믿음은 원래 자신의 입장(상대주의적)과 정면으로 배치되기(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주의자라면 그러한 선택은 결코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없다.

❍ 채점 포인트

①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의 두 입장에서 가능한 합리적 선택지들을 모두 나열하였는가?

② 제시문들의 논거를 활용하여 각 선택을 논리적으로 올바르게 정당화하였는가?